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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 올림픽회관 내부 모습
 북측 올림픽회관 내부 모습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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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니까 특별히 할인해드리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 기간 중 운영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 회관(아래 북측 올림픽 회관)에서 여러 물건을 구매하자, 북측 판매원이 건넨 말이다.

자카르타 시내의 한 호텔 연회장에 북측 올림픽 회관이 설치됐다. 필자는 지난 20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를 보러 갔다가 이 소식을 접하고, 직접 그곳을 찾았다. 첫 방문 당시 "내일 오면 대동강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다음날(21일) 한번 더 발걸음 했다.

올림픽 회관은 북측의 스포츠 역사와 명소를 전시하고, 예술품과 토속품을 판매한다. 한쪽 벽면에서는 북측의 가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장소는 '올림픽 회관'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편이다. 큰 원형 테이블 세 개를 놓으면 꽉 찰 정도이다.

공교롭게 북측 올림픽 회관이 있는 호텔에는 아시안게임 취재를 나온 남측 언론사나 체육회의 인원들이 많이 투숙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남측 교민 및 아시안게임 관계자들도 많은 것 같았다. 아래 북측 올림픽 회관에 대한 설명은 무역대표부에서 나온 정성호 부총재의 설명과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썼다.

이곳에서 전시하고 판매 중인 북측 예술품들은 우리 시각에서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판매하는 제품들은 품질이 좋다거나 모양이 예뻐 구매욕을 자극한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물건을 설명하는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 물건마다 모두 사연이 담겨있고 정성이 들어있다.

안내에 따라 진열대를 둘러보면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간직하고 싶은 사연이 담긴 물건을 하나 하나 고르다 보면 어느새 한가득 담게 된다. 물건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계산하고 현지 화폐인 루피아(Rupiah)로도 받는다.

옥류관의 그 냉면부터, 북한식 김밥까지

 북측 올림픽회관에서 먹은 옥류관 냉면
 북측 올림픽회관에서 먹은 옥류관 냉면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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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관에서 일하는 요리사를 포함하여 총 7명의 북측 인원이 상주하며 올림픽 회관에 오는 손님을 맞는다. 북측 올림픽 회관에선 점심시간에 식사도 할 수 있다. 메뉴는 매일 바뀌는데, 하루에 한 가지 음식과 곁들여 먹는 반찬이 나온다. 필자가 두 번 방문했을 때는, 평양냉면과 잔치국수가 북한식 김밥과 함께 나왔다.

김치는 배추김치와 백김치 두 종류가 나왔는데, 우리 김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요리하는 모든 음식의 재료는 '물 빼고는' 다 북측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라고 한다. 음료로는 대동강맥주나 직접 담근 막걸리를 판매한다. 음식을 먹는 손님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무료로 대접한다.

한 방문자가 "여기 음식이 맛있어서 매일 오다가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라고 농담을 하자, 북측 여성 직원이 "그럼 여기 와서 알바 하십시오"라고 다시 농담으로 대답했다. '알바'라는 표현을 알고, 정확한 상황에 사용해 분위기를 맞추는 게 고맙고 놀라웠다.

이처럼 회관을 방문하는 남측 교민이나 여행자들은 대개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의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을 이뤄 출전하는 등 더 진전한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동무해 드리겠습니다" 차이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북측 올림픽회관에서 판매중인 물품
 북측 올림픽회관에서 판매중인 물품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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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에선 말로만 듣던 '같은 민족'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 낮시간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요리, 서빙, 안내 등으로 바쁘지만 식사를 하는 도중에는 꼭 한 명 이상의 직원이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른 일을 봐도 좋다고 하면 "일 없습니다, 동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계속 자리를 지킨다. 정겨우면서도 따뜻한 말이었다.

함께 갔던 일행과 이 말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 말을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에겐 생소한 표현이지만,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남측에서만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들도 북측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 이 말도 아시네요?"라고 놀라워하면, "우리 글인데, 모를 리가 있습니까"라고 대답한다.

북측 올림픽 회관은 북측 음식을 맛보고 북측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로 간의 차이를 좁히고 공통점을 확인하는 '기적의 장소'가 되고 있다. 이런 '기적의 장소'가 더 확대되어 마침내 한반도 전체가 '기적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9월 초까지 계속 운영한다고 한다. 평범한 호텔의 연회장이 남과 북의 사람들이 기적을 경험하게 되는 이 곳을 몇 번 더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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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자카르타 촛불행동 공동리더 박준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