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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큰 아이가 다니는 수영센터에서 셔틀버스 운행이 없는 날이라 차량 픽업을 다녀왔다. 평소처럼 체육 센터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가 2차선에서 운행 중인 사이, 뒤에 따르던 흰색 승합차 한 대가 3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더니 내 앞으로 추월했다. 보아하니, 야구단 광고가 붙은 어린이 스포츠 통학 차량이었다. 아이들 태우고 있을 텐데 뭣이 저리 급하다고 달려갈까 싶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 보이는 승합차 안에 의심스러운 그림자가 비쳤다.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를 둔 뒤쪽에서 어느 한 아이가 서서 좌우로 몸을 흔들며 장난치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설마, 내가 잘못 봤겠지 싶었지만, 앞차에서 보이는 그림자는 왼쪽으로 들썩, 오른쪽으로 들썩 어린아이의 장난스러운 행동임에 확신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일까? 자꾸만 저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나는 좌회전하기 위해 1차선으로 가고, 그 스포츠 통학 차량은 2차선에 있어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다 스치듯 지나갔다. 나란히 지나갈 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큰 아이에게 오른쪽 하얀색 승합 차에 아이가 서있는 게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운전석에는 이미 창문이 열려있어서 뒤쪽에 아이가 장난치듯 혼자 서 있음이 확연하게 확인되었다.

"엄마, 나보다 어려 보이는 초등학생 1,2학년 같아요. OO랑 키가 비슷한 아이였어요. 앞 좌석 사이에 혼자 서 있어요."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채우지도 않고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로 몸을 내밀어 장난치듯 서 있는 것을 어느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만약 돌발 상황에 급브레이크라도 밟게 되면 어떻게 될까?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는 앞쪽으로 고꾸라지거나, 혹은 사고라고 일어나게 되면 열린 창문 밖으로 얼마든지 튕겨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불 보듯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18년 9월 말부터는 전 좌석 차량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시행한다고 하나, 현실에서는 당장 코앞인데도 별 감흥이 없다.

"엽아, 너도 학원 차량으로 이동할 때 혹시 아이들도 저렇게 벨트 없이 서있고 그러니?"

지난주부터는 매번 어린이집에서 혼자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다섯 살 민이가 안쓰러워서 태권도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불규칙적인 엄마, 아빠의 최선책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요즘처럼 찌는듯한 폭염에 차량 하원을 한다는 게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올 한 해는 111년 만에 찾아오는 무더위라고 연일 뉴스에서 장식되었지 않은가?

 7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에서 운전기사가 어린이집 차량에 '슬리핑차일드체크(갇힘 예방)' 시스템을 부착하고 있다.
 7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에서 운전기사가 어린이집 차량에 '슬리핑차일드체크(갇힘 예방)' 시스템을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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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러하듯 올해도 어린이들이 통학 차량에서 갇혀 사망한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었다. 이쯤 되면 다섯 살 민이가 덩치 큰형과 누나들 틈에서 안전하게 차량 통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를 간과할 수 없다. 나는 태권도 학원을 보내기 전 민이에게 당부한 게 있다. 혹시라도 차 안에 혼자 있게 되면 클랙슨으로 손으로 누르거나, 아니면 자동차 핸들 중앙 위에 엉덩이로 푹 앉으라고 일러뒀다. 그러면 '빵빵빵' 소리가 나서 차 안에 네가 있는지 확인이 된다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이제는 우리는 내 아이의 안전 교육만큼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폭염 속 차량 방치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발생하고, 또 발생한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여름에만 몇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나?

유독 무더운 여름에만 이런 사건들이 기사화되지만 이미 봄, 가을, 겨울 동안 발생한 사건들은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유야무야 지나간 일들도 분명 부지기수일 거라 생각한다.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뜨거운 차량 안에서 엄마를 부르짖으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차량 인솔 교사가 인원 확인만 했더라면, 차량 운전기사가 시동을 끌 때 한 번만 훑어봤더라면, 담임 교사가 결석한 아이 부모에게 확인 전화만 했더라면...'

세 명 중 단 한 번만이라도 확인 절차가 있었다면 어린아이가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아이들이 받았고, 부모는 한순간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가 되었다.

이제는 보건복지부에서 선진국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소를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뒤늦게라도 이런 시스템 도입이 이번 정부에서라도 이루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왜 이런 시스템을 진작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답답함은 표현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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