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오는 26일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한다. 대만과의 첫 경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 13명의 야수로 꾸려진 대표팀의 전력을 살펴보려고 한다." - 기자 말.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발탁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야수진 구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질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실력', '병역 혜택', '세대교체' 등 다양한 키워드가 쏟아졌고, 일부 선수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대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적인 문제는 분명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번 대회 엔트리를 뒤엎기는 어렵다. 이미 대표팀 소집 이후 훈련이 시작됐고, 13명의 야수들이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비난으로 가득한 여론을 뒤로한 채 오직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있는 13명의 야수들은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베스트9 확실... 아직 타순은 정해지지 않았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두산의 7대1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두산 마무리 김승회와 포수 양의지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7.19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두산의 7대1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두산 마무리 김승회와 포수 양의지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7.19 ⓒ 연합뉴스


대표팀의 안방은 양의지(두산), 이재원(SK) 두 명의 포수가 지킬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주전 포수는 단연 양의지다. 올 시즌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일찌감치 골든글러브까지 예약했고, 팀의 독주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양의지 특유의 여우같은 리드가 대표팀 투수들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야수는 총 6명이다. 황재균(kt), 김하성(넥센), 오지환(LG), 안치홍(KIA), 박민우(NC), 박병호(넥센)가 그 주인공이다. 주전으로는 황재균, 김하성, 안치홍, 박병호가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1루와 3루는 마땅한 백업 야수가 없어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 이후 비교적 약팀들을 만나더라도 황재균과 박병호은 계속 주전으로 나서야 한다.

외야진에는 김재환(두산), 이정후(넥센), 김현수(LG), 박해민(삼성), 손아섭(롯데)이 포진돼 있다. 이 가운데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현수가 주전 좌익수를 맡고, 김현수 못지않게 큰 경기 경험이 꽤 있는 손아섭이 주전 우익수를 책임진다. 박해민과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 자리를 놓고 다투겠지만 최근 타격감만 본다면 이정후가 유력하다. 잠실 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30개 이상의 홈런을 거뜬히 때리는 김재환은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중견수 정도를 제외하면 베스트9이 사실상 정해졌다. 다만 몇몇 자리를 놓고 타순 고민이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주전 야수들이 소속팀에서 중심 타선 혹은 중심 타선과 가까운 타순에 배치된 만큼 가장 이상적인 타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홈런 타자' 박병호와 김재환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남은 한 자리는 현재로선 김현수의 몫이 될 듯하다. 장타 생산 능력을 갖춘 황재균, 김하성, 양의지의 타순이 결정될 때 대표팀의 1~9번 타순이 모두 정해진다.

출전 자격 제한이 있었던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열린 국제대회인 WBC 개막전 이스라엘전에서는 이용규-서건창-김태균-이대호-손아섭-민병헌-양의지-허경민-김재호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그러나 선수 구성이 달라진 만큼 선동열 감독이 이 때와는 분명히 다른 느낌의 라인업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백업 야수들의 활약 여부와 유틸리티 플레이어 없는 내야진이 변수

화기애애한 황재균-김재환-김현수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황재균(왼쪽부터),김재환, 김현수가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18.8.19

▲ 화기애애한 황재균-김재환-김현수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황재균(왼쪽부터),김재환, 김현수가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18.8.19 ⓒ 연합뉴스


26일 대만전을 시작으로 27일 인도네시아전, 28일 홍콩전이 대표팀을 기다린다. 세 경기를 치르고 나면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고 슈퍼 라운드에 돌입한다. B조에 속한 한국은 1위를 차지할 경우 30일 A조 2위, 31일 A조 1위를 차례로 만난다. 조별 예선을 2위로 마무리할 경우 30일 A조 1위, 31일 B조 2위와 맞대결을 펼친다.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결승 라운드는 9월 1일에 진행된다.

인도네시아, 홍콩이 전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예선 첫 경기인 대만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만약 이 날 경기에서 패배하고 2위로 예선을 마무리한다면 슈퍼 라운드 두 경기 모두 오후 12시(현지 기준, 한국 기준 오후 2시)에 소화해야 한다. 자카르타 현지의 더운 날씨를 무시할 수 없다. 반면 B조 1위가 된다면 각각 오후 6시 30분, 오후 6시에 경기가 시작돼 부담을 덜 수 있다. 여러모로 조 1위의 중요성이 큰 대회다.

이럴 때일수록 야수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하다.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하는 4명의 백업 선수도 언제든지 대기해야 한다. 지명타자를 포함해 9명의 주전 선수의 몫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전과 같은 타이트한 경기에서는 중후반에 백업 야수들도 힘을 보태야 승리에 가까워진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감독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것도 백업 야수들에게 달려있다.

또 한 가지 지켜봐야 할 점이 있다면 바로 내야진이다. 6명의 내야수 모두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소속팀에서 주로 한 포지션에서만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없다. 김하성, 안치홍 등 몇몇 선수는 과거에 다른 포지션에서 뛴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정된 수비를 장담하기 어렵다. 대회 기간 동안 야수들이 부상 없이 체력 관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2일 잠실구장 훈련을 끝으로 대표팀의 국내 일정은 마무리된다.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입성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팬들의 비난 속에서 선 감독의 부름을 받은 야수들이 그토록 품에 안고 싶은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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