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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우연히 본 신문 기사 내용이 마치 내 이야기를 기사화 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비슷해 몰입해서 읽었다. 10년간 성실히 물리치료사로 근무한 듬직한 남편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겠다던 이야기였다.

우리 집 남편 이야기인 줄 알고, 출근 준비로 바쁜 시간이지만 신문 기사에서 쉽사리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남편 역시, 13년을 넘도록 지각 한번 없이 성실히 다닌 직장을 뒤로 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겠다며 퇴사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겠다면서 퇴사한 남편

  13년을 넘도록 지각 한번 없이 성실히 다닌 직장을 뒤로 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겠다며 퇴사했다.
 13년을 넘도록 지각 한번 없이 성실히 다닌 직장을 뒤로 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겠다며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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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직장은 자녀 학자금이 100% 지원되는 데다, 복지가 좋아서 장기근속자가 많아 이직률 또한 낮았다. 무엇보다 직장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인지도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남편을 꾸며주던 수식어 같던 직장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처음에는 퇴사를 생각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가 좋은 회사를 놓는다는 게 어떻게 그리 쉬울 수 있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아들을 보면 이제 사교육비 무덤으로 들어갈 시기가 코앞인데 말이다. 신문 기사 속 이야기처럼 남편도 똑같이 이야기했다.

"직장이 우리 인생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아. 당신이 말하는 아이들 대학 등록금만 끝낸다고 우리의 삶이 끝난 게 아니잖아. 정년 이후의 우리는 그때 가서 뭘 하겠어. 난 지금이 아니라 불안한 정년 이후를 보고 있는 거야. 이제 월급을 담보로 내 인생을 구속하고 싶지 않아."

10년 가까이 이 남자와 사는 동안 편안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했다. 매달 25일이면 꼬박꼬박 급여가 나왔고, 상여금 역시 제때 입금되었다. 그런 남편이 이제 남은 인생은 주체적으로 살고 싶단다. 더는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직장인으로 살고 싶지 않단다.

그런데 남편만 그런 건 아니었다. 승진이나 고액 연봉, 또는 사회적 성공보다 자아실현, 자기계발, 가정생활을 더 우선시하는 30, 40대 직장인이 많아졌다고 한다. 요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열풍 또한 이런 현실을 반영해주는 신조어다. 인생 2막을 위한 30, 40대의 용기 있는 반란이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퇴사하기 전까지 남편은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인터넷강의로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잠을 쪼개 가며 출근 전 새벽 시간과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에어컨 없는 방구석에 처박혀 공부했다. 힘들게 노트북과 씨름하는 모습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독한 싸움'이라는 인터넷 강의로 1차 시험 합격 후, 2차 시험을 준비하던 그해 남편은 퇴사를 결심했다.

생계형 워킹맘이 되었지만, 남편을 응원합니다

그 반면에 나는 그동안 틈틈이 운영하던 공부방을 접고 생계형 워킹맘이 되었다. 오늘 우연히 사장님 결재 승인을 기다리던 부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부장님은 대학생인 두 남매를 키우는 외벌이 가장이다.

"김 과장,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 지내려니 너무 힘드네. 차라리 사무실이 더 편하다니까."

기록적인 폭염에다, 열대야까지 이어지는 날씨에 전기 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도 틀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려니 에어컨 트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이럴 때 와이프라도 조금 도와주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하고, 아이들은 방학이라고 오후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는 걸 보노라니 집에서는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는 거다. 거기에 경기는 안 좋아 한 달 월급으로 두 아이의 등록금이며 네 식구 생활비는 너무나도 빠듯하다고 하셨다.

"50이 넘은 이 나이에 뭘 시작하려니 겁이 나. 차라리 그때 대기업 퇴사하고 당차게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후회가 많아."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퇴사 후 2차 시험에 합격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자격증만 취득하면  일사천리로 원하던 목적지에 항해할 줄 알았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빛나는 훈장일 줄 알았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오히려 위기가 되었다.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며 시행한 8.2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 대상 지역에 우리 지역(부산 지역)도 포함되었던 것.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알토란 같은 강남의 집 한 채가 낫다며 서울 쪽으로 몰렸고, 오히려 지방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였다.

불안한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시기,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다. 요즘도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또 다른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고,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자신의 인생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할 몫은 남편이 내게 해줬던 것처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것뿐.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일뿐이다.

그동안 내가 받은 남편의 응원과 믿음을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다. 나 역시도 10년 가까이 해오던 전공 업무를 버리고 '자아실현'을 목표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었다.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아 공부방을 창업하고 싶었다. 그 말인즉슨, 집안이 곧 나의 사무실이기에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란 말이다. 수업이 늦게 잡힌 날이면 일찍 퇴근한 남편이 3살 막내를 데리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밖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퇴근 후에도 수업이 이어지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거실에서 조용히 두 아들을 돌봐주곤 했다. 나를 믿어주는 남편의 외조 덕분에 꿈꿔왔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응원과 도움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그만큼 아이들과 남편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나 역시 이제는 남편의 인생 2막을 응원해주는 일만 남았다. 인생이라는 게 어찌 곱고 고운 꽃길만 걷겠는가. 울퉁불퉁 비탈길을 걸을 때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지금 남편은 또 다른 자격증을 공부하며 뭐든 배우려고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에게 헌신하고 있다.

이제는 마흔 이후 남편의 삶을 응원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니 미래를 위해 오늘도 성실히 살아가는 남편의 두 손을 붙잡고 조금 힘든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 역시 이제는 남편의 인생 2막을 응원해주는 일만 남았다.
 나 역시 이제는 남편의 인생 2막을 응원해주는 일만 남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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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 블로그(욕심많은워킹맘: http://blog.naver.com/keeuyo)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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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 저자 【욕심많은워킹맘】 블로그 운영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