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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천안논산 고속도로(주)의 톨게이트 관리회사인 한국도로운영관리(주)가 작성한 A톨게이트 영업소의 일부 시간외 근무표.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이 근무한 것처럼 돼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천안논산 고속도로(주)의 톨게이트 관리회사인 한국도로운영관리(주)가 작성한 A톨게이트 영업소의 일부 시간외 근무표.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이 근무한 것처럼 돼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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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투자사업으로 건설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주)의 용역관리회사가 지속적으로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과 유령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A톨게이트 영업소의 일부 근무표와 시간 외 근무표를 보면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이 근무한 것처럼 돼 있다. 해당 문서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주)의 톨게이트 관리회사인 한국도로운영관리(주)가 작성했다.

이 영업소의 A씨는 지난 2015년 7월 퇴사했지만 용역 대금 청구서에는 이듬해 9월까지 1년 2개월을 더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근무표에 근무한 것처럼 표기하고 시간까지 부풀려 용역 대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B씨의 경우는 타 영업소에서 3일간 교육만 받은 후 입사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허위작성했다.

한 내부 관리 직원의 자녀 C씨는 명절 기간 교통량이 증가한 때에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전부이지만 근무일지에는 수시로 이름이 등장한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들도 수시로 시간 외 근무표에 이름이 올려 있다. 명의를 도용해 인건비를 가로챈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위로금을 빼먹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작한 흔적도 보인다. D씨의 경우 지난 2016년 9월 군입대를 위해 퇴사했지만 같은 해 11월까지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군에 입대한 사람을 해당 영업소에서 근무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무정차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인 당시에는,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이 자진해서 퇴사할 경우 3개월분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줬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천안논산톨게이트지부(아래 톨게이트 노조) 관계자는 "3개월분의 위로금을 가로채기 위해 근무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근무표 조작은 A톨게이트 영업소 외에 한국도로운영관리(주)가 관리·운영하는 다른 영업소(2016년 기준 9개 영업소, 현재 7개 영업소)에서도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근무표를 허위로 작성한 이유와 돈의 흐름은 물론 관할 영업소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와 감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노총 톨게이트지부는 근무표 조작과 시간 외 근무시간을 부풀린 용역비를 발주처인 (주)천안논산고속도로에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논산 민자 고속도로의 전체 운용회사는 '맥쿼리'다. 정부는 매년 수백억 원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보조금을 '맥쿼리'에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 해까지 14년간 지급액은 모두 6400억여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통행요금은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공공고속도로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측 "용역사 내부 사정, 관여 못 해"

천안논산고속도로 누리집 갈무리
 천안논산고속도로 누리집 갈무리
ⓒ 천안논산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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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지난달 말 청와대에 '유령직원 및 시간 부풀리기'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국민 청원을 제기했다. 민자고속도로 손실 분을 세금으로 보조하고 있어 근무표를 조작할 경우 국고 손실이 커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또 용역회사인 한국도로운영관리(주)를 검찰에 횡령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토부에도 감사를 요청했다. 이 밖에 지방노동청과 국세청에 각각 민원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는 운영관리 하도급 회사인 한국도로운영관리(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일주일 여 동안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총괄 관리회사인 천안논산고속도로(주)는 매달 근무표와 시간 외 근무시간을 용역사로부터 보고 받아 왔다.

하지만 천안논산 고속도로(주) 관계자는 "(근무표 조작 등은)한국도로운영관리(주) 내부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회사에서는 해마다 정액제로 용역비를 정산해 줬고, 추가용역비를 준 적도 없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있지만, 용역사의 내부적 상황으로 하도급법상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을 기점으로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이르는 총연장 82km 왕복 4차로 고속도로다.


태그:#천안논산고속도로, #민자고속도로, #천안논산톨게이트지부, #근무표, #시간부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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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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