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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구치소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김경수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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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김경수 경남지사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의 수사기간이 불과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추가 수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특검은 어떠한 추가 의혹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서 실패한 '빈손 특검', 정권 실세를 겨냥한 '정치 특검'이라는 오명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범석 영장전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지사를 17일 불러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8일 오전 0시40분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아무개씨 일당의 댓글조작에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지난 6일과 9일 김 지사를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고, 두 번째 소환에서는 드루킹 김씨와 대질신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킹크랩(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회를 참관했다는 드루킹 측의 진술과, 이후 드루킹에게 기사 URL(인터넷 주소)을 보낸 사실을 근거로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드루킹의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는 의혹은 일관되게 부인했다. 당시 사무실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이 아니라 '선플운동' 계획을 들었고, 드루킹 측에 보낸 기사 URL은 선플운동을 요청하는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특검의 영장청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검의 무리한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 지사 측은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한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장 재청구 사실상 불가능... 김경수 "특검 정치적 무리수 유감"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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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법원은 김 지사의 손을 들었다. 법원의 판단은 특검이 지난 50일 동안 수사한 최종 결론이 모두 법리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영장심사에서 유무죄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결론은 범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김 지사와 드루킹 김아무개씨 일당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댓글조작과 관련한 의혹 규명'이라는 출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특검은 '수사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김 지사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 명분도 잃어버렸다. 특검 수사기간 종료는 오는 25일로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검법상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종료일 3일 전인 오는 22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검팀에 실질적으로 주어진 수사기간이 5일 정도인 셈이다. 남은 기간 수사를 종합하고 공소장을 작성해 피의자들을 기소처리 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다.

결국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김 지사 구속이 필수적이지만, 남은 기간 김 지사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쉽지 않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해야 하지만 그것이 범죄 요건이 구성됐다면 최초 영장청구에 들어갔어야 할 일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어려운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뭔가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특검 수사는 김 지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에서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지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어떻게든 김 지사를 재판에 넘기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김 지사를 불기소 처리 한다면 자신들이 제기한 구속 이유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어찌됐든 김 지사의 혐의는 재판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물론 재판에서도 특검이 별다른 증거 없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의존한다면 별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김 지사는 영장기각 50분만인 오전 1시 30분께 귀가하며 "특검이 정치적 무리수를 둔 데에 다시 한 번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특검의 어떤 선택에도 당당하게 또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라며 "경남 도정에 전념하고 어려운 경남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도지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믿고 응원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구속영장 기각' 구치소 걸어 나오는 김경수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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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드루킹, #김경수, #특검, #허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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