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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소개하는 사례들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고용허가제 농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당하는 이야기들이다.

"48℃"

짠트가 일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 수은주가 섭씨 48도(왼쪽), 50도(오른쪽)를 가리키고 있다.
▲ 짠트가 일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 수은주가 섭씨 48도(왼쪽), 50도(오른쪽)를 가리키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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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온도계 수은주가 섭씨 48도를 가리켰다. 짠트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주노동자 한국어교실에서 날씨에 대해 배웠던 말을 사장에게 했다.

"사장님, 쪄 죽겠어요!"

사장은 더운 게 당연하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너희 나라 덥잖아!"

'너희 나라.'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다. 고용주들이 '너희에게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윽박지르며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시할 때 한결같이 써먹는 말이다.

하지만 더운 나라에서 왔다고 수은주가 50℃에 육박할 때 땀이 나지 않고 더위를 덜 타는 게 아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베고 다듬다 보면 콧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줄기에서는 계곡처럼 땀이 줄줄 흐른다. 요즘은 옷이 다 젖는다는 말이 맞을 정도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온지 2년째인 짠트는 "한국의 여름이 더 덥다"고 말한다. 날이 더워지면서 비닐하우스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동네에서 품일 오던 할머니들이 보이지 않은지도 벌써 보름이 넘고 있다. 그 덕에 짠트는 한 달에 두 번, 격주 토요일마다 쉬던 농장 일을 이번 달엔 쉬지 못했다. 사장은 '너희들 돈 많이 벌고 좋잖아!'라면서 요즘 채소값이 잘 나가기 때문에 쉴 수 없다고 했다.

짠트가 "쪄 죽겠다"라고 사장에게 하소연하기 하루 전날, 충주시 청원구에 있는 어느 담배밭에서 일하던 중국 국적 이주노동자가 탈수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7월에도 폭염 때문에 사망한 베트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짠트도 알고 있었다. "쪄 죽겠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만일 짠트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 탈수로 죽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가 없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제조업과 달리 농업 분야는 법인 등록을 하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짠트의 경우 일하는 사람이 4명밖에 되지 않아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는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을 산재보상 적용 제외 업종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고용허가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85%는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야말로 85%가 산재 보호도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인 셈이다.

실례로 지난 광복절에 기숙사에서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소피는 산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피부 깊숙이 상처를 입은 중증화상으로 최소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고 피부 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큰 사고였지만,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같은 농장에는 외국인 9명이 일하고 있지만, 사장은 명의를 달리 해서 5인 미만 사업체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이주노동자 고용업체 의무사항인 국민건강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화상 당한 소피 산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 기숙사에서 화상 당한 소피 산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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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이 있기나 한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짠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게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것보다 싫다. 사장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다. 상추밭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 일당이 6만 원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받은 월급은 평균 160만 원이었다. 그 돈에서 사장은 기숙사비를 30만 원 공제했다. 해가 짧은 12월부터 4월까지는 평균 87만 원을 받았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일하는데도 사장은 근무시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짠은 같은 농장에 고향 사람들이 있어서 참고 지냈다. 한국어가 서툰 짠에게 여덟 명이나 되는 고향 사람들은 가족 같은 편안함을 줬다. 사장이 건강보험을 들지 않아 아플 때면 고향 사람들이 의지가 돼줬다.

지난 7월 중순, 사장과 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 초과수당이나 휴게수당 없이 최저임금만으로도 한 달 급여 차액이 많을 때는 63만 원, 가장 적을 때는 27만 원이라는 말에 사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일로 사장은 갑자기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농장에서 일한 지 2년이 될 때였다. 사장은 마지막 월급은 84만 원이라고 했지만, 퇴사 후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60만 원이었다. 월급이 틀리다고 하자, 사장은 "틀린 거 있으면 와서 계산해서 받아 가"라면서 빈정거렸고, 차액 지급을 거절했다.

짠을 고용한 농장주는 급여를 일당으로 계산하기로 약속해 놓고, 월급을 깎은 이유에 대해 '근로계약이 그렇게 돼 있다'고 주장한다. 만근했을 경우 월 160만 원을 지급하지만, 근로기준법에 근무일수나 근무시간이 적을 경우 그 금액에서 공제해도 된다고 나와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제외 업종을 다룬다. 1항,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栽植)·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은 농장주들에게는 노다지와 다를 바 없는 규정이다. 악덕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8시간 넘게 일을 시켜도 똑같은 금액을 지급해도 된다고 임의로 해석해 버린다.

농업 분야에서 약정한 시간보다 적게 일할 경우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이유다. 최저임금도 안 지키는데, 연장·휴일근무 수당 같은 이야기는 이주노동자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의원들이여, 농민기본소득 지급 법률을 발의하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엄용수 국회의원이 조사를 받기 위해 6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9월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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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은 외면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엄용수(자유한국당,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지난 9일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누어 차등 적용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법과 외국인고용허가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일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발의 이유였다.

엄 의원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관련 내용을 신설해 일부 개정법률안을 냈다.

제25조의2(최저임금)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농림업 및 축산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을 정하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엄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 역시 신설 조항으로 이주노동자 차별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제3조에 제3항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③ 이 법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근로자와 해당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두 법률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을 두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여 농가 부담을 경감하려고 한다"라는 제안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안은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개정안에 명시된 조항이 신설되는 것과 더불어 헌법이나 국제법을 논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걸 엄 의원이 모를 것이라 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차별 금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에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은 대부분 농촌 사정을 잘 알 만한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동법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방안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확실하게 '농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다. 차별금지라는, 헌법과 국제법이 이야기하는 상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농민기본소득 지급'이다.

농업이 대다수 일손을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구직한다고, 실업 상태에 있으면서도 귀농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영농에 종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조건 없이 월 기본소득을 지급해 보자. 쓸데없이 무슨 스마트팜이니 하면서 농업법인 만들려고 컨설팅업체에 돈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되고, 정부 지원금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1.5헥타르(ha)의 농지에서 한 해 겨우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영세 고령농이 현재 대한민국 농부 표준이다. 농민은 허리 휘고, 뼈마디 굵어지며 정직하게 농사지어도 먹고 살 수 없는 사회취약계층의 전형이 돼버렸다. 그런 농촌에 어떤 청년이 희망을 품고 돌아갈 것인가?

농민기본소득은 그런 청년들과 도시민들의 귀농, 귀촌을 촉진시킬 것이다. 지방에 인구가 늘면서 소멸 예정인 농촌기초자치단체들이 되살아날 것이고, 국토는 균형 발전될 것이다. 농민의 농가소득 안정은 농민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신규 농업인력 유입을 가져올 것이다.

농업은 국가자주권의 기본이며, 국민 생존권이 달린 산업이다. 한마디로 국가 기간산업이며, 생명산업이다. 그런 농업을 저임금 이주노동자 손에 맡기고자 한다면 개정안에 집착하시라. 그러나 진정 농민을 위한다면,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농민이 있다. 지금처럼 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유지 확대하려고 한다면 농촌은 희망이 없다. 구시대적 노동관행으로 차별과 착취가 정당화되는 농촌에 어떤 젊은이가 돌아가려 하겠는가?

농촌 살리겠다고 만들어진 법안, 농촌을 죽인다

 지난 9일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지난 9일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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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월 평균 284시간 노동에 단 이틀을 쉬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27만 원을 받았다. 산재 미가입은 기본이고, 건강보험도 없으며, 고용주 폭언과 욕설, 심지어 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도 빈번했다. 한 평도 안 되는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가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였고, 그마저 상당한 비용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숙소도 없는 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미래를 꿈꾼다.

엄용수 의원 스스로 법률 개정안 발의 이유에 적었듯 현재 농가는 '외국인근로자가 일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해 지금보다 더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다면 그나마 일자리를 찾던 내국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사람이 없으면 대자본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농촌을 살리자고 한 법안이 농촌을 죽이는 법안이 될 게 분명하다.

진정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농촌을 건설하고 농민을 위한다면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치졸한 개정안으로 욕을 먹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시기 바란다. 그런 바람으로 여기 고매하신 의원님들 이름을, 엄용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동참한 의원님들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어 놓겠다.

엄용수·추경호·박덕흠·경대수·김광림·김태흠·박명재·조경태·이현재·강길부·강석진.

소멸 위기의 대한민국 농촌을 살린 위대한 의원들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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