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타카히로 감독

미키 타카히로 감독 ⓒ Real Sound 제공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국내에 잘 알려진 감독은 아니다. 개봉한 영화는 4편이며 <관제탑>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한, 직접 각본을 쓰지 않는 감독이다. 하지만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특히 감성적인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감독은 몰라도 영화는 아는 인물이 마키 타카히로라 할 수 있다. 그는 2017년 국내 개봉한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로 우리나라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리고 오는 29일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언덕길의 아폴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작품 세계와 <언덕길의 아폴론>의 기대할 만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방황하는 여성과 주류에서 벗어난 남성

 영화 <소라닌> 스틸컷

영화 <소라닌> 스틸컷 ⓒ 스폰지 배급


미키 타카히로 영화 속 남성들은 자신들이 속한 삶에서 주류의 영역을 벗어나(혹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영화 데뷔작 <소라닌>(2010)의 타네다는 밴드 활동에 주력하나 인기를 얻지 못하고 돈을 벌어야 되는 현실의 벽을 경험한다. <우리들이 있었다>(2011)의 야노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생의 본분인 공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한다. <핫 로드>(2014)의 하루야마 역시 폭주족 세계에 발을 담그고 무리를 이끄는 위치에 있으나 견고하지 못한 입지에 흔들리는 인물이다.

남성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속한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인물로 등장한다면 여성 주인공은 그런 남자주인공 때문에 방황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소라닌>의 메이코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지만 이는 남자친구 타네다의 음악가 꿈을 막는 원인이 된다. 그녀는 타네다와의 사랑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방황한다. <우리들이 있었다>의 나나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거친 삶을 살아가는 야노와 우직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다케우치의 안정된 사랑 사이에서 방황한다. <핫 로드>의 카즈키는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사춘기 때의 반항심으로 인해 자신의 삶 자체의 방향성을 거부하며 방황하고 있다.

또 <선생님>(2017)의 히비키 역시 선생님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학생의 본분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을 겪는다. 이런 미키 타카히로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특징은 이야기적인 기교나 자극 없이 두 주인공의 갈등을 발생시킨다. <소라닌>의 타네다는 좋아하는 밴드를 포기할지 말지에 대한 갈등에 <우리들이 있었다>의 야노와 나나미는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신에 <핫 로드>의 카즈키는 평범한 학생의 삶과 아스트랄한 폭주족의 삶 사이에서 갈등을 <선생님>의 선생 이토와 제자 히비키는 금지된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감성이 전해지는 아름다운 영상미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선생님>, <핫 로드>, <입술에 노래를>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선생님>, <핫 로드>, <입술에 노래를> ⓒ (주)스마일이엔티 배급


미키 타카히로의 영화는 영화의 감성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그가 뮤직비디오 감독을 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뮤직비디오의 특징은 노래에 어울리는 화면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인데 단순히 노래의 리듬뿐만이 아닌 가사에 담긴 의미 역시 영상에 녹아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그의 영화는 원작이 가지는 감성을 영상에 잘 녹여낸다. <선생님>은 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약간은 올드한 감성의 이야기를 빈티지한 느낌으로 담아낸다. 세계사 선생 이토의 방이 주는 느낌은 질서와 관습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 있어 금단의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화시킨다. 동시에 따뜻하게 방을 밝히는 햇빛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선생과 제자의 사랑을 밝게 포장해준다.

섬마을 학생들과 상처를 간직한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입술에 노래를>(2015)은 순수한 섬마을 아이들과 그들 사이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여교사 유리의 마음을 밝고 화사한 화면으로 담아낸다. 특히 롱샷을 자주 활용하여 배경을 강조한다. 반면 <핫 로드>는 어둠을 강조하며 어둠 속에서 빛이 빛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어둠 속에서 어딘가로 향하고 싶지만 방향을 알 수 없는 여주인공 카즈키의 심리를 나타낸다. <소라닌>에서는 숏 내에서 인물들이 펼치는 행동이나 대사가 적게 구성했다. 이는 음악과 평범한 삶 사이에서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타네다의 고민과 타네다의 죽음 이후 그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 슬픔을 인내하는 메이코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운이 깊게 남는 결말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스틸컷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배급


미키 타카히로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 하면 단연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는 서로의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남녀의 30일 간의 사랑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런 여운을 살릴 수 있는 연출의 특징으로는 인물들의 감정을 놓지 않는 끈기를 뽑을 수 있다. 그는 원작을 영화화함에 있어 장면을 통한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원작이 지닌 인물들의 감성을 영화에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점에 주력한다.

덕분에 그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고 이는 결말부에서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런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가 <양지의 그녀>(2013)라 할 수 있다. 여주인공의 정체에서 생뚱맞은 결말을 보여주지만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아 영화에서 보기 힘든 반전을 택함에도 불구 관객들에게 여운을 선사한다. <소라닌>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친구 타네다의 죽음 후 그를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메이코의 모습은 억지와 오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타네다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메이코가 타네다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의 꿈의 크기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기에 공연이 끝난 순간 메이코의 모습을 통해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언덕길의 아폴론>이 기대되는 이유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포스터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배급


<언덕길의 아폴론>은 만화 원작의 작품들을 만들어 온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내공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는 장면적인 포인트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살릴 줄 알며 마무리의 여운을 사골처럼 깊게 고아내 관객에게 전달할 줄 안다. 그는 영화 데뷔작 <소라닌>은 물론 <입술에 노래를>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또 <아오하라이드>(2014)와 <우리들이 있었다>를 통해 학생들의 사랑과 청춘 그리고 갈등을 그려냈다. 그의 이런 경력들은 원작의 구조를 잘 파악해내는 건 물론 감정적인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연출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에 영상미 역시 기대되는 요소이다. <입술에 노래를>에서 보여주었던 깨끗한 영상미처럼 청량함과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예고편은 기대감을 높인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비주얼 역시 기대되는 요소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게 그의 작품의 특징인데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 등장만으로 완벽한 미모를 뽐낸 고마츠 나나와 그룹 헤이 세이 점프의 작고 귀여운 미소년 치넨 유리, <리라이프>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역 배우 출신의 나카가와 타이시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언덕길의아폴론 미키타카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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