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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법무법인 상록 허정택(왼쪽부터),장경욱, 신윤경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운동권 출신 대북사업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엉뚱한 증거를 제출, 구속했다며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8.16
 법무법인 상록 허정택(왼쪽부터),장경욱, 신윤경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운동권 출신 대북사업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엉뚱한 증거를 제출, 구속했다며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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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북사업가의 구속영장에 허위 증거를 포함한 경찰관이 고소당했다. 사건과 상관없는 문자 메시지를 피의자가 누군가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암호'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피의자로 지목된 대북사업가 김아무개(46)씨의 변호인단은 16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3대 2팀 소속 경찰관들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변호인단 중 한사람인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한 시민에게 국가보안법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게 확실하다"라면서 "구속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장 발부된 뒤 실토... 단순 착오였다?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경찰은 8월 9일 김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자진지원) 등 혐의로 체포했다. 이후 검사에게 구속영장청구를 신청하면서 "피의자가 조사받던 중 변호인에게 전화한다며 조사관 경위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특정 번호로 증거를 인멸하라는 듯한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라고 썼다. 핵심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런 내용은 검사가 법원에 낸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그대로 포함됐고, 결국 지난 12일에 영장이 발부됐다.

"Sorry, room 205. To repaire the air conditioner 3pm on July 22. I am going to visit your house around 4" "I am really sorry that the air conditioner technician could not visit yesterday"

"죄송합니다. 205호실. 7월 22일 오후 3시에 에어컨 수리를 위해 4시경에 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어제 에어컨 전문가가 방문하지 못해 정말 유감입니다." (영장 기재 내용. 아래는 경찰이 번역한 내용)


황당하게도 이 메시지는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해당 경찰관에게 잘못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해당 경찰관이 담당 검사에게 실토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단순 착오'라는 입장이다. 조사 당일 김씨에게 전화를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았을 때 화면에 해당 메시지가 떠서 김씨가 발송한 메시지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실제로 보낸 메시지는 이미 삭제돼 알 수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몇 가지 이유에서 고의로 증거가 조작됐다고 본다. 먼저 해당 메시지는 김씨가 체포되기 훨씬 전인 지난 7월 22일에 수신됐다. 20여 일 전에 온 메시지가 하필 김씨가 휴대폰을 빌려간 다음에 느닷없이 화면에 떴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수신메시지와 발신메시지는 화면 속 말풍선의 색깔이나 꼬리 방향으로 한눈에 구분이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다. 김씨는 발송한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삭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난 평범한 대북사업가... 조작 세력 엄단해달라"

무엇보다 경찰은 최초 수사공용폰에 두 개로 나눠져 온 메시지를 하나로 합친 뒤 자신의 개인폰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이 화면을 캡처해 김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라고 증거기록으로 남겼다.

경찰은 영문으로 온 메시지를 번역하려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개인 휴대폰으로 전송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증거기록에서 '수신 날짜'를 감추기 위한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결정적으로 경찰은 영장신청 청구서에 김씨가 공용폰을 빌렸지만, 경찰관 개인 휴대폰을 빌렸다고 거짓으로 적시했다. 서울경찰청은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해당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검찰에게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는 화면 캡처 없이 문자 내용만 들어 있어 담당 검사가 사실관계를 알 수 없었다"라면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뒤 해당 경찰이 실토해 인지했고, 그 즉시 변호인단에게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또 구속을 즉시 취소해달라는 요청에는 "그거 말고도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구속 취소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일단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그는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저는 2002년부터 통일부에 북한 접촉 신고 등을 제출하고 북한 경제 협력 사업을 공개적으로 진행해 온 사업가"라면서 "영장을 조작해서까지 저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세력을 엄단해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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