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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치고 도망을 나오다가 붙잡혀서 끌려가면 말이 안 나와요. 그때 생각을 안해야지 하면은 말이 안 나와요. 그때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이 어떻게 할 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 고발하며 던진 말이다. 당시 할머니는 "평생 가슴 속에만 묻어두고 살아왔지만 국민 모두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에 위치한 위안부 기림비. 최초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 김종욱
2018년 8월 14일.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처음 세상에 나온 날이다. 생존자 27명, 평균 나이 91세. 할머니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와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협상의 무효화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정 배상을 외치고 있다. 최근 활동 중단 상태로 '유령화'된 것으로 알려진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도 할머니들의 꾸준한 요구다.

지난해 9월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기림일 지정 법안을 의결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림의날 지정 과정에서 대립했던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떠올리면서 "관련 법안만 4번 상정됐는데, 세 번째 부터는 상정도 안하려 하고, 상정을 해도 맨 마지막 순서에 넣었다"라고 상기했다. 할머니들의 요구에 대한 국회의 응답은 "논의 추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문제로 정부가 머뭇거릴수록 국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8.25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남 의원은 공염불에 그친 '여성공천 30% 의무화' 당헌 당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상설기구인 '여성정치 참여확대위원회' 확대 공약에 힘을 쏟는 이유다. 그는 특히 관련 법안 처리 통과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도 여성 할당 50%가 넘는 곳이 있다. 멕시코도 2003년에 관련 법을 도입했다"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남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실상 활동중지 상태 화해치유재단, 정관 따라 해산해야"

인사하는 남인순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남인순(서울 송파병)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우여곡절 끝에 2018년 8월 14일, 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았다. 지난해 9월 27일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직접 관련 법안을 의결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첫 법정기념일, 국가기념일이 됐다. 국가 차원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분들의 넋을 길고 국민적 추모를 하는 날이다. 정부가 미래 세대에게도 이날의 의미를 꾸준히 교육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

- 법안 통과 과정이 꽤 힘들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반대가 큰 난관이었는데. 반대 논리는 무엇이었나?
"사실 박근혜 정부 조윤선 여성부장관 시절에는 당시 정부가 기념일 계획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2014년으로 기억한다.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 소위 회의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이 위안부의 날을 지정해 기념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 계기로 여러 의원들이 기림일과 관련한 법안을 냈는데, 갑자기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즈음 (당시 여당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여가위 법안 소위 간사였는데, 관련 법안만 4번 상정됐다. 세 번째 부터는 소위에 상정도 안하려고 하고, 상정을 해도 맨 마지막 순서에 넣었다. '당신들이 기림일 하자고 해놓고 왜 그러냐'라고 하면 '한일 양국 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당시 안전행정부에서도 법정기념일이 너무 많다고 핑계를 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12월 합의를 꺼냈다. 우리가 바라는 합의가 아니었지 않나. (찬반양론에) 질질 끌다가 20대 국회에서 다시 의원들이 발의해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 20대 국회 개원 첫 1호 결의안으로 박주민 의원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합의 무효 확인 및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급하게 낸 결의안이었다. 합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 그리고 합의에 따라 설립하기로 한 재단을 막으려고 했다. 당시 막 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대로 추진해버렸다. 지금은 재단 해체를 논의하는 중이라, 시간적으로 많이 지난 부분이 있다. 재협상을 촉구하는 부분은 여직 남아있는 문제다."

- 피해 할머니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오고 있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재협상을 시작하라는 목소리다. 국회 차원에서 어떤 대답을 드릴 수 있을까?
"화해치유재단은 사실상 활동 정지 상태다. (업무 이행이 끝나)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직원들이 뻗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버티고 있을 문제가 아닌데... 강제 해고도 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정관에 따라 해산해야 한다. 협상 문제는 대통령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외교적 문제 때문에 정부가 머뭇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라도 논의를 추동해야한다고 본다."

문 대통령, 이용수 할머니 손 꼭 잡고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장미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일부 야당에서는 공약 불이행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하기도 했는데.
"합의 주요 내용인 위로금 10억 엔은 이미 정부가 예비비로 충당했다. 외교적 문제이기 때문에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10억 엔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혔다. 돈을 돌려주는 방식은 공탁 또는 반환 등 국제 민사법을 통해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공약 파기 문제제기는 잘못됐다. 파기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맞다. 그 입장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의 합의로 다시 진행해야 한다."

"미투 관련 법안, 후반기 국회서 처리해야"

-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7년 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당시 기자회견을 우리나라의 대표적 '미투'로 꼽는다. 최근에는 여성혐오 범죄에 맞선 혜화역 시위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여성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기보다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여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 해온 후보도 온·오프라인에서 공격을 받아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다(웃음). 여성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들이 처리가 되지 않다보니 목소리가 거리로 나온 것이다. 디지털 불법 촬영물, 성폭력 문제 등등. 미투(Me too) 관련 법안만 120개 정도가 있다.

관련 법안을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삐죽삐죽 나올 수 있지만, 이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은 국회가 해야할 일이다. 조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 자체도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방식은 안 된다. 그렇지만, 초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다보니, 조율의 과정도 거친다. 정치권이 이를 해결하면 점차 정리되는 것이다. 국회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난 초선 초청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공천 30% 의무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선거철마다 늘 이행을 약속하지만, 공염불이 되기 일쑤였던 원칙이다. 최고위원 후보로서 핵심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인데.
"당헌을 보면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조항이 있다. 2015년에 논의해 2016년 전당대회 때 들어간 것이다. 관련 상설기구를 두기로 했는데, 지금 지도부에서 하지 않고 있다.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해 30% 할당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고위원이 되면 여성정치 참여확대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에서는 너무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보니 잘 이행이 안 된다. 공직선거법상 30% 공천 의무화 법안을 냈는데, 우선 이 법안이 처리돼야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도 여성 공천이 50%가 넘는 곳이 있다. 최소한 30~40%는 넘어가는 상황이다. 멕시코도 2003년에 관련 법을 도입했다. 법 제도화에 힘쓸 계획이다."

- 대통령 지지율 답보, 민주당 지지도 하락세 등 당 안팎으로 공통된 목소리는 '위기'다. 새 지도부가 맞닥뜨릴 상황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후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돌파할 수 있다고 보나.
"저는 뭐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최고 정점까지 갔기 때문에 조정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은 잘 해오셨고 앞으로도 잘 하실 텐데, 다만 당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 당의 역할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국민과 소통하거나,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정부나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이다. 당정청 간 정책 조정, 정무적 판단 등을 (당이) 주도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이 부분이 잘 되면 위기도 어느 정도 돌파 가능하다고 본다."
태그:#남인순, #위안부협상, #화해치유재단,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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