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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책 표지
▲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책 표지
ⓒ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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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의 교감을 다룬 소설이다. 등장하는 모든 고양이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있다. 몸의 상처는 물론 마음의 상처까지. 서로를 알게 되며 세상을 향해 닫아놨던 마음의 창을 서서히 연다. 가까이 있지만, 더 자세히 보며 이해하기 위해. 그들은 대화한다. 눈으로 마음으로.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따뜻한 소설이다.

고양이와 사람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녹여낸 이 작품은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김중미'가 썼다. 작가는 가난한 아이들과 이웃들의 삶을 녹여내며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세상에 감동을 전하려 한다. 그녀는 인천과 강화에서 소외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과 모임을 꾸린다. 그곳에 모인 아이들과 함께 사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이 소설에 녹여내었다.

그들의 상처는 누가

등장하는 고양이들과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지녔다. 육체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듬뿍. 누가 그랬을까? 육체의 상처가 장애를 남기듯 마음의 상처는 벽을 쌓는다. 그런데 이런 상처들은 그들의 실수나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주인공 소년의 엄마는 어느 추운 날 길에서 쓰러져 죽는다. 우리나라에서 저소득층이 가장 많은 동네의 유일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었던 엄마다. 그녀는 계속되는 야근에도 마칠 수 없었던 할당량 때문에 과로가 의심되었다. 그러나 복잡한 절차와 요건으로 '과로사'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누가 엄마를 죽였나"라는 분노가 병으로 자리 잡았다. 아빠는 아픈 소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강화로 내려간다.

다른 주인공 소녀는 재개발로 철거 중인 산동네에 산다. 아빠는 '재개발저지위원회'의 간부이고. 강제 철거 과정에 생긴 사고의 주동자로 구속된다. 재개발 찬성 측, 개발사, 언론의 비난과 이간질에 지친 소녀의 엄마는 약간의 보상금을 가지고 강화로 간다.

등장하는 고양이들 또한 길거리의 삶을 이어가기 만만찮다. 품종은커녕 노랑이, 검둥이 아니면 고등어 무늬 등으로 표현된다. 물론 혈통 있는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지만 버림받은 아이로 나온다. 그들은 철거와 재개발로 서식지에서 밀려나거나 영역이 좁아져 다른 고양이에게 쫓긴다. 그 과정에서 다치고. 그런 고양이들이 소년이나 소녀에게 흘러든다.

이어폰을 빼니 소리가 들렸다

이어폰을 낀다는 건 음악을 듣겠다는 행위이지만 바깥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낀다는 역설적인 행위. 소년은 자기 마음을 이해 못 하는 아빠에게, 소녀는 구치소에서 풀려난 후 이상하게 변한 아빠에게 벗어나기 위해 이어폰을 낀다.

그런 그들 옆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다. 눈을 깜빡이며 마치 말을 걸듯이. 이어폰을 빼니 그들의 마음이 보이고 들렸다. 세상이 열리듯이 새소리나 파도 소리도 들렸고. 다른 이들의 소리도 들렸다. 그래서 그들은 묻어두었던 상처를 드러내며 서로를 핥아주거나 어루만져주며 치유한다. 혹은 품었던 오해를 날려버리거나.

누구의 소유도 아닌 온전한 존재

어른들은 자녀들 앞에서 어른 노릇을 하려 한다. 아이 대신 생각해주고 결정해 주는 걸 어른 노릇인 줄 안다. 소년의 아빠와 소녀의 부모는 아이들 대신 여러 가지를 결정하려 한다.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라면서. 의사도 묻지 않고. 물론 어른들은 자녀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자 했다. 다만 '소유'로 생각한 듯이 '결정'은 어른들이.

어떤 일이 벌어져 상처를 받는다면 누구의 상처가 클까? 이 소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이들도 상처받고 그 상처는 어른 못지않게 크다. 어쩌면 가장 고통받는 건 아이들이 아닐까.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니 어른들이 모를 뿐.

이 소설은 사람과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 고양이도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모습을. 자기 잘못 아니지만 자기 탓이라 패배감에 젖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렇지만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들어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를 만났을 때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소통에 서툰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상대방의 눈으로 바라보며 이해한다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이도 사람이다"라는 진리. 어른의 소유가 아닌 "독립된 온전한 존재"이며 "한 우주"라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동물도 '소유' 아닌 '온전한 한 존재'라는 걸 그려내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며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도 중요하지만,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이 뜨거운 여름 길거리에 놓인 사료 그릇 옆에 물 한 대접 갖다 놓으련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오피니언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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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영화, 에니메이션 등 콘텐츠 회사와 투자회사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프로젝트 펀딩을 담당했다. 오피니언 뉴스에 북에세이와 문화 컬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전문 문예지에도 글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