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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영원 의원.
 광주 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영원 의원.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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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30분,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주민자치센터 2층. 전영원 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인 전영원 의원이 박진원 의원과 함께 들어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명교회 신축 문제로 동명동 주민들과 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설립 70년을 맞이한 동명교회는, 광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다. 현재 동명교회의 연면적은 3511㎡, 교회 측은 이보다 약 2.5배가 더 큰 규모(연면적 1만1634㎡,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로 교회건물을 새로 지으려 하고 있다. 원래 동명교회 측은 기존 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려고 2016년 건축허가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이 신축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며 신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동명동 골목, 80년 5월 광주를 회상하는 소중한 공간"

하지만 '동명동을 사랑하는 주민모임'을 결성한 주민들은 건축허가권을 쥔 동구청에게 "동명교회 신축 허가를 내주지 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성되기 시작한 동명동은 광주의 원도심 격으로, 많은 근대건축물과 생활문화자산을 품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 동명동은 옛 전남도청에 자리에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배후지역으로, 최근 청년가게와 카페, 맛집 등이 부쩍 늘어나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때 광주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동명동이 청년문화의 메카로 옛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전 현재까지 약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명교회 신축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교회 측은 "교회 주변의 낡은 건물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왔으며, 교회를 지을만한 다른 곳을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이 동명동에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명동 주민들을 만난 전영원 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은 "동명교회 신축 문제는 동명동만의 문제도 아니고, 동구만의 문제도 아닌 광주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1980년, 5월 26일, 산수동에 살던 나는 친구가 빌려온 자전거 뒤에 타고 동명동 골목을 지나 도청분수대를 향했다. 5월의 싱그러운 공기를 가르며 새내기 여대생 둘이서 자전거를 타기에 동명동 골목은 완만한 경사조차 안성맞춤이었다. 해방된 광주를 자전거로 즐기기에 더 이상 좋은 동네는 없었다. 당시에는 거의 유일한 아스팔트 포장 골목 덕분이었다. 동명동 골목은 나를 비롯한 우리 세대가 80년 5월 광주를 회상하는 소중한 기억의 공간이다. 그런 곳에 기존에 있는 크디큰 교회를 허물고 그것보다 두 배가 훨씬 큰 교회를 새로 짓는다는 것은 5.18 기억을 파괴하는 일과 다름없다."

전 위원장은 "동명동은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문화자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명동은 왜 구멍 뚫린 동네가 됐나

 붉은 색이 광주의 대형교회인 동명교회가 사들인 동명동 일대 주택과 부지.
 붉은 색이 광주의 대형교회인 동명교회가 사들인 동명동 일대 주택과 부지.
ⓒ 동명동을사랑하는주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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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과 서석초등학교 곁에 있는 동명동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에 속한다. 1896년에 설립된 서석초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듯 광주의 문화 자산이자 시민들 삶의 역사가 골목골목 켜켜이 쌓여있는 동명동 주택이 동네 교회의 증축을 위해 60여 채 가량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동명교회는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여전히 동명동 주택을 사들이려 하고, 사들인 다음에는 근대가옥을 없애서 골목을 지워버리고,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교회 때문에 동명동은 여기저기 구멍 뚫린 이상한 동네가 되어버렸다."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동명교회는 더 이상 확장할 욕심을 버리고 백 년 동네인 동명동 문화를 파괴하고 훼손한 것에 사죄해야 마땅할 일"이라면서 "양심적인 기독교인이라면 죄의식이라도 지녀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 위원장은 "문화전당 덕분에 동명동 카페거리가 모처럼 활성화되었다"면서 "동명교회가 지금보다 더 크게 지어지면 청년들이 애써 만든 카페거리가 힘을 잃게 되고, 그곳이 힘을 잃고 쓰러진다면 곧 청년 상인들이 쓰러진다는 뜻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년들이 만든 카페거리로 동네 상권이 모처럼 활성화되어 장동과 동명동 상권은 물결처럼 점차 옆으로 퍼져갈 것이다. 그런데 동명동 한가운데를 가로로 길게 가로질러 매머드급 교회를 신축하면 상권은 더 이상 퍼져갈 동력을 잃게 된다. 교회권력이 청년들을 또다시 고통의 수렁 속으로 밀어 넣는 꼴이 되는 것이다. 매머드급의 동명교회 신축은 동구 경제에 보탬은커녕 방해만 된다."

전 위원장은 "동명교회는 주택을 없앤 자리마다 제3주차장, 4~5주차장을 만들어 대민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집 앞에 주차하면 되기에 그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되레 일요일마다 좁은 골목으로 밀고 들어오는 교인들의 엄청난 차량 행렬로 인한 매연, 소음 공해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상과 일치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이웃사랑"

 동명교회는 지금도 대형 교회다. 사진은 동명교회 본관이 아닌 별관 격인 교육관과 교육뮨화관. 동명교회는 지금 교회보다 약 2.5배가 큰 교회를 새로 신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동명교회는 지금도 대형 교회다. 사진은 동명교회 본관이 아닌 별관 격인 교육관과 교육뮨화관. 동명교회는 지금 교회보다 약 2.5배가 큰 교회를 새로 신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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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동명교회보다 약 2.5배가 큰 신축 동명교회 조감도.
 지금의 동명교회보다 약 2.5배가 큰 신축 동명교회 조감도.
ⓒ 동명교회 ㅅㄴ축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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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동 집들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나름 멋스럽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교회 주차장 경계선을 표시한다고 친 노끈을 보면 동명교회가 동네에 애정이라고는 한 톨도 없어 보인다. 그 노끈이 명품 동네, 동명동과 어울리는가. 동명동에 자리를 잡았으면 동네의 일상과 일치하려는 노력이 성경에서 말한 이웃사랑 아니던가. 동명교회는 마을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이, 그것도 '제일 힘이 없다'는 기초의원이 대형교회와 맞서 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영원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동명교회 신축 문제는 동명동만의 문제도, 동구만의 문제도 아닌, 광주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동명교회는 지금도 충분히 대형교회"라면서 기도하듯 자문하듯 물었다.

"교회가 집들을 마구 사들여 주민 수는 줄어들고 있다는데 교회의 외형 덩치만 키우는 것을 하나님은 과연 좋아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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