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포스터.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기대를 하고 보는 영화는 대부분 기대보다 재미없기 마련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어떻게든 기대를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복잡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기대만큼' 훌륭하고 멋진 걸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단순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신과 함께-인과 연>은 벽돌을 짊어지고 출발선에 선 육상 선수와 같은 느낌이다.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흥행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평가는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여, 부러 기대하지 않았다. 전편만큼이나 재미있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들뜬 마음에 중얼거린다. '우와, <어벤져스3> 부럽지 않아!' 살짝의 흥분이었기에, 그 여운이 오래 가지는 않았으나 무척 재미있었다. 이 확실한 표현이 <신과 함께2>에 벽돌 하나를 더 얹어주겠지만, 영화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인지상정, 그럴 만했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 함께1>은 게임의 레벨업을 위해 깨야할 단계처럼 지옥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귀인 김자홍(차태현 분)이 현란한 볼 거리를 선사하는 지옥을 통과하며 드러나는 현실의 이야기들이 감동도 주고 생각할 거리도 주었다. <신과 함께2>는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와 볼 거리, 감동, 현실 비판을 적절하게 혼합한다. 그러나 반복으로 인한 지겨움을 불러 일으킬 것이 뻔한 전편의 전투적이었던 지옥 통과 과정은 볼거리를 남기되 조금 약화시킨다. 빈 자리는 좀더 복잡해진 이야기의 구조가 차지한다.

<신과 함께2>에서는 성주신(마동석 분)이 담담하는 현실의 이야기와 삼 차사의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할아버지 허춘삼(남일우 분)과 손자 현동(정지훈 분)의 안타까운 상황을 바탕으로 덕춘(김향기 분)과 해원맥(주지훈 분)의 과거가 성주신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귀인 김수홍(김동욱 분)의 총기 사건과 판박이인 리더 강림(하정우 분) 차사의 과거는 지옥을 통과하며 드러난다. 전편에서 현실과 지옥을 오가는 이야기에 강림 차사의 과거가 조미료처럼 뿌려졌다면, 본편에선 현실과 지옥을 오가는 이야기에 세 차사의 과거가 주재료로 묵직하게 얹어진다. 갈래갈래 뻗어나갔던 세 차사의 과거 이야기는 잘잘못을 섣불리 평가하거나 단정할 수 없는 삼각형으로 연결된다.

과거의 기억을 가진 강림과 과거를 잊은 해원맥과 덕춘. 기억이 있는 자는 그 기억으로 괴롭고, 기억이 없는 자는 그 상실로 답답하다. 본분에 충실한 세 차사의 현재는 물 흐르듯 평온해 보이지만, 과거는 태풍으로 휘몰아칠 눈을 품고 있다. 그 태풍을 상상한다면 이들은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차사들 각각의 사연에는 '인지상정'이 존재한다. 질투에 눈 멀었던 자도, 본분을 망각했던 자도, 보복을 한 자도, 그들이 처했던 상황을 살피면 그 '어쩔 수 없음'에 측은해진다. 보는 이 역시도 그들처럼 한계를 가진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춰진 부성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치 이들을, 이들 중의 누군가를 비호하듯 성주신은 나쁜 사람은 없다고, 나쁜 상황이 있다고 말한다. 성주신 역시 좋은 마음으로 한 일들의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성주신은 철거 보상금을 주식, 펀드에 투자해 날려 버렸다. 도박과 사행성을 품은 금융 한쪽의 어두운 늪은 비트코인으로 이어지며 숱한 이들을 빨아들였다. 지옥과도 같은 이 시대의 슬프고도 어리석은 자화상이다.

그러나 나쁜 상황만을 운운하며 차사나 성주신을 합리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영화는 세 차사를 둘러싼 여러 과거 정황들을 고조된 감정과 낭만적인 정경들을 교차하며 드러낸다. 성주신의 잘못은 웃음을 가미하여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긴장과 이완의 시간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은 인지상정과 측은지심의 안타까움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때, 억울한 것인지 슬픈 것인지를 묻는 근엄한 목소리가 날아든다.

<신과 함께1>에서는 어머니의 눈물로 대변되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며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는 모성애가 강조된다. 그러나 <신과 함께2>에서는 그러한 잘못을 준엄하게 따지는 부성애가 강조된다. 영화 속의 부성은 자못 엄격하고 근엄하다. 과오를 깨우치게 하려는 준엄한 부성은 합리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지 않는 부성은 그 감춰짐으로 인해 안타깝다. 정체를 감춘 어떤 이처럼 부성은 그렇게 숨겨진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사랑받지 못한다 여기는 자식은 분노하고 좌절한다. 자식을 애정함에도 그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주신과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군율을 어기는 하얀삵의 모습도 여기에 보태진다. <신과 함께2>는 그렇게 강인함 속에 감춰진 안타까운 부성을 그려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특정 차사에 대한 염라의 편애가 슬슬 불편하던 차였다. 때문에 영화가 이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 불편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폭로(?)로 해결된다. 뜻밖의 폭로는 이야기와 그리 겉돌지 않으며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산해낸다.

용서를 통한 구원

 신과 함께 2-인과 연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 함께2>는 전편에 이어 다시한번 '용서'를 화두로 던진다. <신과 함께1>은 잘못을 한 자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상대에게 용서 받는다면 단죄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용서의 상호작용이 불러일으키는 구원을 그렸다. 어머니를 죽이려던 천인공노할 죄악이었지만, 바다같은 모성은 눈물로 그것을 품었다. <신과 함께2>에서는 용서를 빌 수조차 없는 자의 처연한 슬픔이 그려진다. 그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용서를 빌 수조차 없는 자의 회한의 눈물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라는 대사나 용서를 빌 수조차 없다며 우는 가해자 등 영화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서사를 진행시킨다. 잘못을 지적하는 엄격한 아버지가 없었다면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의 진행이다. 그러나, 거꾸로 보라고 했던가. 마치 가해자의 상황을 대변하며 옹호하는 듯한 이야기들은 역설적으로, 우리들이 얼마나 자애로울 수 있는 지를 말해준다.

상호작용하는 용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누군가는 상황을 고려하고 상대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용서를 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반성을 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외면할 누군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나쁜 상황과 참회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는 용서를 하는 그 누군가일 수 있다.

용서는 용서를 구하는 자를 품에 안는 자애로운 모성적 측면과 반성과 각성의 수반을 요구하는 부성적 측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 <신과 함께>는 용서의 이러한 속성을 1, 2편에 연달아 담아낸다. 2편에서는 용서해줄 누군가가 부재한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용서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용서해줄 누군가가 없지만 참회의 눈물과 그에 따른 행동은 구한 자에게 그것을 쥐어준다.

용서는 비는 자와 용서를 하는 자까지도 잘못과 그것이 만들어낸 상처의 고통에서 구원해내는 힘이 있다. 때문에 용서를 빌 수조차 없는 자의 눈물은 용서를 하지 못한 자의 눈물일 수도 있다. 나와 내 곁의 누군가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가련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내가 용서해야 하거나, 내가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이라면, 좀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인'으로 태어나 맺어가는 '연'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할 이유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동병상련의 관계들이다.

금기를 깨고 동정심으로 인간의 일에 끼여든 성주신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신은 지켜보는 존재이다. 신은 그저 함께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서로를 연의 사슬에 옭아매며 부딪히고 깨지며 잘못하는 것이 사람이듯, 용서하고 품는 것도 사람이다. 나아가 우리는 '용서를 빌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라는 맥락까지 헤아릴 수 있는, 충분히 관대해질 수 있는 존재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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