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멧돼지 뉴스'는 없다. "비 오는 날은 소시지 빵이 잘 팔린다'는 어이없는 리포트도, "알통 굵기가 정치 신념을 좌우한다"던 가짜뉴스에 가까운 뉴스도 없다. 최장수 앵커였던 배현진 아나운서는 자유한국당에 둥지를 틀었고, 자신을 "좌파정권 방송장악의 피해자"라 호소했던 김세의 기자는 최근 사직서를 냈다.

여하튼 MBC <뉴스데스크>는 지금 변화를 위한 몸부림 중이다. 그러한 '편파 뉴스'를 대신해 생동감과 현장, 소외된 이들을 강조하는 뉴스로 채워나가고 있다. 앵커도 '또' 교체했다.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박성호·손정은 앵커가 7개월 만에 물러나고, 지난달 16일 왕종명·이재은 앵커로 교체됐다.

 MBC <뉴스데스크>의 왕종명·이재은 앵커

최근 MBC <뉴스데스크> 진행 화면 ⓒ MBC


비록 시청률은 3%대로 지상파 3사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MBC <뉴스데스크>를 계속 시청하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망가진 MBC' 하에서의 <뉴스데스크>를 떠올려 보라. 다수의 시청자가 외면한 상황에서 꿋꿋하게 '극우'가 환영할 만한 편파적이고 무가치한 뉴스들을 양산해 왔던 그 <뉴스데스크> 말이다. 그와 비교한다면, 작금의 <뉴스데스크>가 보여주는 역동적인 변화는 가히 '역변'이라 할 만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를 싹 지우고 난다면,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와 JTBC <뉴스룸> 중 '오늘의 메인뉴스'로 <뉴스데스크>를 선뜻 꼽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망설여진다. 답은 물론 '뉴스'안에 있다.

변신

'역동성', '시청자와의 교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박성제 MBC 신임 보도국장은 MBC 뉴스만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 위 3가지를 꼽았다. 아마도 앵커와 보도국장 교체 이후 <뉴스데스크>가 지향하는 바를 요약하는 키워드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제 국장은 이렇게 부연했다.

"그게 MBC의 힘이자 경쟁력이었죠. 훌륭한 앵커들이 있었고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 있었는데 그런 기반이 다 무너졌어요. 그런 걸 되살리는 것도 예전 색깔을 되찾는 작업이죠. 우리 사회의 힘 있는 사람들, 기득권과 싸우는 뉴스라는 이미지도 복원해야죠. 그런 게 MBC 뉴스의 색깔이 아니었나 싶어요."

헌데,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앵커 교체 이후, 두 앵커가 보도국을 배경으로 일어선 채 '오늘의 주요뉴스'를 짚어 준다. 이걸 역동성이라고 부를 수 있나? 여성인 이재은 앵커가 줄곧 서서 진행하는 것도 역동성을 주기 위한 연장선인지 궁금해진다(그나마 남성인 왕종명 앵커는 최근 들어 주로 앉아서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직접 찾는 '바로 간다'나 '현장 36.5'와 같은 비정기 꼭지 역시 기존 메인뉴스들의 현장보도와 무엇이 다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뉴스 포맷이 제한적이란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반면, <뉴스룸>의 '팩트 체크'와 닮아 있는 '새로 고침'은 종종 기존 리포트와는 다른 심층적인 사안을 다룰 때가 많아 눈길이 가곤 한다.

 MBC의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MBC의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 MBC


시청자와의 교감 면에 있어서는 고정 꼭지인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매일 오후 5시 SNS를 통해 기자가 직접 기사를 소개하고, 그 중 시청자 투표로 3개를 선택, 본 방송에 내보내는 이 꼭지는 분명 쌍방향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꼭지가 얼마나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보도국이 선택한 5개의 뉴스라는 안전판이 존재하지만,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더 중요한 뉴스가 빠질 수 가능성, '오독'이나 다른 해석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MBC가 "20대가 만드는, 20대를 위한 뉴스"란 모토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서비스 중인 'MBC 14층의 사람들'이란 뉴미디어 콘텐츠를 주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관건은 '해석'의 문제다. 그 선택된 뉴스의 이면 혹은 핵심에 대해 기자가 어떤 해석을 제시하느냐 말이다. 형식이 내용, 의도까지 담보할 순 없다. 역설적으로, 이제 시작한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의 성공을 비는 것도 그래서다. 촌철살인까진 아니더라도 적절한 해석까지 담보하는 쌍방향 뉴스의 탄생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MBC의 온라인 콘텐츠 'MBC 14층 사람들'

MBC의 온라인 콘텐츠 'MBC 14층 사람들' ⓒ MBC


부채감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2년 전에 유대인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아우슈비츠 만행을 거론하면서 머리를 숙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 사람들의 영원한 책임이다'라고 했는데요. 지난 세월 뉴스가 저지른 횡포를 기억하는 것 또한 MBC 기자들의 영원한 책임입니다. 기억해야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자사 보도를 독일 나치의 아유슈비츠 만행에 빗댄 반성문. 작년 12월, 새롭게 출범한 <뉴스데스크>의 박성호 앵커가 전한 이 반성은 아마도 언론사에 남을 자성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뉴스데스크>는 바로 그러한 반성, 그리고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했다고 기억한다. '약자와의 소통' 부분도 아마 그 다짐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뉴스데스크>가 지속적으로 지녀야 할 어떤 기조 말이다.

 2018년 7월까지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박성호·손정은 앵커

과거 MBC <뉴스데스크> 박성호·손정은 앵커 ⓒ MBC


부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나쁘지 않다. '망가진 MBC' 하에서 세월호 오보를 내고, 철저하게 그 약자들을 외면했던 뉴스로 점철됐던 MBC라면 말이다. 박성호·손정은 앵커 체제 출범 직후, 세월호 유가족과 KTX 해고 승무원과 쌍용차 해고들을 연속으로 조명했던 것도 같은 차원이리라.

"저희가 에어컨은 복지다라는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데 관련해서 저희에게 들어온 흐뭇한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충남 천안의 동문 굿모닝힐이라는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드리자고 십시일반 뜻을 모았는데요. 이 얘기를 듣고 근처의 한 에어컨 대리점이 선뜻 에어컨 넉 대를 무상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런 따뜻한 나눔이 결국 복지겠죠."

지난 6일 왕종명·이재은 앵커가 함께 전한 클로징 멘트다. 최근 클로징 멘트만 봐도 <뉴스데스크>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인다. 지난달 31일은 서민 감세, 1일과 2일은 '에어컨도 복지', 3일은 BMW 사태, 그리고 6일은 다시 위와 같이 에어컨도 복지라는 <뉴스데스크>의 어젠다를 다시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가 부침 없이, 과하지 않게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것이 부채감이든, 시대정신이든 이 모든 것의 종합이든 말이다. 5일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관련 단독 보도는 그러한 '약자와의 소통'을 강조한 좋은 보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

 박성제 MBC 보도국장

박성제 MBC 보도국장 ⓒ 박성제 제공


그럼에도, 이번 개편을 향한 의구심이 전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7개월 간 <뉴스데스크>는 특종도 많이 냈다. 과거와 달리 하나의 사건을 여러 꼭지로 나눠 심층 보도하는 기조도 강화됐다. 반면 논란도, 방송통신심의원회의 징계도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청률 같은 지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더 오래 걸리겠죠. 다만 사람들이 MBC가 이제 제대로 뉴스 한다고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JTBC 손석희 선배가 하시는 <뉴스룸>도 결정적인 계기가 올 때까지는 시청률 면에서 꽤 고전했어요. 그러나 어느 한순간 일어섰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실 때가 올 거예요."

같은 인터뷰에서 박성제 보도국장은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실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동감한다. 다변화하는 뉴스 플랫폼 시대에, 무한경쟁 시대에 변화된 MBC가 어떤 뉴스를 전하느냐가 중요하다. 과도기의 <뉴스데스크>, 부디 계속 '팔로잉'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시라.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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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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