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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서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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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가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혁신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투자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제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9개 경제일간지와 한 합동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산분리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제수석이 앞서 분위기를 만들고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최종 주문하는 모양새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을 제한하는 제도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는 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국회 정무위원장, 금융위원장, 4차산업혁명위원장, 서울시장, 청와대 정책실장과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왜 '붉은 깃발법'을 언급했나?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발언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행되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세계 최초로 증기자동차를 상용화했지만 기존 운송업계의 주류였던 마차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만든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라고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면서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이는) 규제 때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라며 "저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1년, 은행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국민의 큰 호응을 얻었고,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라며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라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도 언급했다. "대주주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여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터넷은행, 은행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로 정착해야"

또한 문 대통령은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의 효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라며 "이는 국민의 금융 편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더 나아가 IT, R&D, 핀테크 등 연관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간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굳어져 왔다"라며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반면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참가자들은 진입규제 장벽으로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단순한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 우리 금융산업의 일대 혁신을 추동하는 기수가 되려면 기존 은행 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로 정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를 통해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 독자적인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금융으로 우리 금융 전체의 혁신속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강력한 혁신성장 정책이고,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산업의 개척자이다"라며 "금융과 ICT가 결합된 핀테크는 그 결합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하면서 금융생활과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공인인증서 없는 은행거래'나 '365일 24시간 은행거래', 간편송금, 상담챗봇, 앱투앱결제 등은 모두 핀테크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협력으로 실현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 생태계의 구심점으로서 성장과 혁신을 지속할 때,
핀테크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라며 "소규모 핀테크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은 자체 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혁신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끄는 사례로 유럽연합과 일본, 중국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이번 규제혁신이 핀테크를 4차산업혁명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국민들도 정부의 규제혁신을 응원해 달라"

또한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은산분리라는 기본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라며 "규제방식 혁신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은 금융분야와 신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 길을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시기를 기대하고, 필요한 보완책도 함께 강구해 달라"라며 "아울러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비롯한 여러 건의 금융혁신 법안들에 대해서도 조속한 심의와 처리를 당부드린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감독기관은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한 가운데 금융권이 자칫 기득권과 낡은 관행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도록 금융혁신과 경쟁촉진 노력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금융이 혁신에 성공해 세계를 따라잡고,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로 국민생활의 편의뿐 아니라 핀테크산업이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며 "국민들도 정부의 규제혁신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고"라고 당부했다.


태그:#문재인, #은산분리, #인터넷전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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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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