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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는 지난 2016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세퓨'(Cefu) 제품에 사용된 원료 의혹과 관련한 덴마크 현지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는 '세퓨' 제품이 임산부나 영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회원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주로 광고를 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는 지난 2016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세퓨'(Cefu) 제품에 사용된 원료 의혹과 관련한 덴마크 현지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는 '세퓨' 제품이 임산부나 영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회원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주로 광고를 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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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대통령 사과 후 1년, 무엇이 달라졌나?'였다. 이날 행사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최했다

정부 인정 피해 최대 2% "살인기업에 시혜 주는 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6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6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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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두 딸을 잃었다. 피해를 접수하고 심사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 2년이 걸렸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말단 기관지 부위 중심의 폐질환 가능성이 없다'라는 판정이었다.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폐질환만 피해가 인정된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심사기준이 아니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아빠 최세영 씨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을 까다롭게 정해 상당수의 피해자가 고충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자료도 있다. 3일 기준,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자 6040명(사망 1335명 포함) 중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1.2~2%에 불과한 607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폐손상 피해자 5253명 중 468명(8.9%), 태아 피해자 52명 중 26명(50%), 천식 피해자 2,228명 중 120명(5.6%)만이 구제대상이 됐다(중복 포함).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피해구제는 가해자는 뒷짐 지고 구경하면서 피해자가 100%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며 "가해자 입증책임 혼합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위해 제품 사용과 건강피해 발생 여부를 확인, 입증만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제품 사용 및 건강피해에 대해 '의학적 반증' 즉, 우리 제품으로 저런 피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걸 입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와 배·보상 개념의 구분도 요구했다. 1단계로 가해자의 의학적 반증이 없거나 수용되지 않는 경우는 모두 긴급구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자와 가해자 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법정 다툼에서 피해자가 불리할 수 있다는 거다.

최 부위원장은 "지금처럼 정부가 피해입증을 피해자에게만 문다면, 결국 살인 기업에 시혜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10% "정부가 직접 찾아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 이정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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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과 같이 스스로 신고하는 방식으론 숨어 있는 피해자를 가려낼 수 없다는 거다.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국민이 350~400만 명에 달한다. 이중 가습기살균제 사용후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자는 최대 50만 명(약 10%)이다.

정부는 건강모니터링을 확대해 피해자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세창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과장은 "현재 민간병원 1개소에서 모니터링을 해왔으나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중심으로 권역화(신체 6, 정신 1)할 예정"이라며 "대상도 기존 폐질환 피해자 중심에서 4단계 노출 확인자 중 피해인정 후보 질환 보유자로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폐와 폐 외 영향 조사, 그리고 정신건강만 모니터링을 하던 항목도 피해자별 특성을 반영하여 항목을 세분화할 것"이라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인정기준을 설정하고 조사판정 결과를 갱신, 변경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진병원을 몇 개 늘리는 방법으로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찾아내 봐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가 최대 50만 명에 달한다.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영구미제 사건으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피해자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해 최소한 중증 피해자 4만여 명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고자 건강조사 비용부담을 없애고 제품사용 확인과 건강피해 조사과정에서 개인정보 파악을 위해 이를 위임하면 위험제품 사용에 대한 기본보상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기금 7% 지급 "가해 기업 사과도 안 해"
옥시 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가 지난 2016년 5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받은 신현우 전 대표 옥시 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가 지난 2016년 5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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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메이트를 썼다가 쌍둥이 두 명 다 폐손상 1단계 등급을 받는 지경이 됐다. 매일 나원이(가습기살균제 피해아동)를 씻길 때마다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해 기업은 정부가 실험 진행 중이라며 사과도 보상도 못 해준다고 한다. 나원이의 작은 바람은 수영장에 가는 것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아동의 아빠 박영철씨의 말이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앉아 있던 나원이는 힘겹게 "수영장에 가고 싶다"라고 했다.

박씨는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을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애경과 SK케미칼이 나쁜 제품을 만들어 아이들이 병을 앓고 죽어가고 있는데, 사과와 보상은 지금껏 없었다는 거다.

그는 "얼마 전 나원이가 음성 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이를 장애인으로 등록해야 하는 아빠의 심정이 어떤지 모를 거다. 애경과 SK케미칼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이 출자해 조성한 1250억 원의 집행 내역도 공개됐다. 최 부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년간 '특별구제계정'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된 총금액은 92억 4천만 원이다. 전체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 판정에서 불인정 피해자들에게 주라고 만든 기업기금마저도 정부가 지급에 소극적"이라며 "이러니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기금을 걷도록 한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항목이 삭제된 것도, 정부가 지급액에 소극적이어서 국회에서 빠지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태그:#가습기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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