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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수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맛집은 1년 평균 9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먹으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맛집이 그렇게 많을까. 수많은 맛집 소개에 먹방과 쿡방이 넘치지만, 이 정보의 풍성함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혼란스럽다. 진정한 맛집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행 작가로서 이 기초적이지만 무척 어려운 질문에 나름대로 답해 본다. 그리고 거꾸로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진정한 맛집이란 존재할까. [편집자말]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단골로 유명했던 집. 주방의 김정수 할머니가 손을 떼자 맛이 떨어졌다며 많은 단골이 떨어져나갔다. 그래서 다시 복귀하셨다.
▲ 양양의 유명 막국수집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단골로 유명했던 집. 주방의 김정수 할머니가 손을 떼자 맛이 떨어졌다며 많은 단골이 떨어져나갔다. 그래서 다시 복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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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은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레시피라는 게 있지만 음식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또 누가 조리하느냐에 따라, 즉 '손맛'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주방장이 바뀌면 맛도 달라지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강원도 양양에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는데, 과거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단골로 드나들었던 집으로 꽤나 유명해진 집이다. 어느 해 이 집의 주방을 전적으로 책임진 김정수 할머니라는 분이 힘들다고 일선에서 물러나신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맛이 달라졌다'고 많은 손님들이 발길을 끊거나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정수 할머니는 다시 복귀했다. 지난 겨울 찾아갔을 때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잘 계시지요?"
"네. 매일 나오세요. 오전에 국수 나가는 거 점검하시고, 오후에는 집에 돌아가시지요."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할 수 없는 경우가 이런 경우인가 보다.

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혹은 어느 식당이 영업을 그만 두면 인근의 식당이 그 이름을 가져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강원도 강릉에 가면 자주 들렀던 시내의 한정식 집이 있었다. 메뉴는 돌솥밥정식 단 한 가지였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반찬이 20여종으로 잘 나오는데다 강원도식으로 만든 반찬들이 있어 언제나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그런데 작년에 가보니 원래 자리에서 이전했는지 그 20m 옆에 현대식으로 내부를 잘 꾸민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확장 이전했나 보다' 생각하고 들어가서 식사를 시키고 물어보니, 그 집은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자기 집은 그 집의 이름만 가져왔다고 하길래 속으로 '맙소사'를 연발했다.
속초 유명 닭강정 집은 위생 불량으로 당국에 적발되어 행정 처분을 받았다. 불과 한 달도 안됐다. 사진은 줄을 서야 했던, 잘 나가던 시절의 그 닭강정집
▲ 속초의 유명 닭강정 속초 유명 닭강정 집은 위생 불량으로 당국에 적발되어 행정 처분을 받았다. 불과 한 달도 안됐다. 사진은 줄을 서야 했던, 잘 나가던 시절의 그 닭강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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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로 알려진 집이 어느 날 단속에 걸려 알려지지 않았던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 속초 중앙시장에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닭강정 집이 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이 집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위생 불량으로 적발되어 과태료 등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주방 후드에는 기름때와 먼지가 끼어 있고 조리장 바닥과 선반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표적 단속'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유명 맛집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이야기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유명 맛집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 맛집의 명성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으며, 인증을 위해 그 집만을 고집하여 달려가 마냥 기다릴 필요도 없다.

꼭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만 먹겠다는 욕심을 줄이고 어느 산골이나 외딴 바닷가 허름한 식당에서 주인장과 한담이나 나누며 가볍게 식사 한 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가 뜻밖에 나만의 맛집을 만날 수도 있다.

충북 단양의 남한강 가에 있는 어느 쌈밥집은 식당 옆 텃밭에서 키운 쌈 재료들을 밥상에 낸다. 그러다보니 물량이 부족하거나 재료가 떨어질 때도 있다. 밥상이 차려지는 시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기도 하지만, 틈날 때마다 가고 싶은 집이다. 방송에 나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관광지 단양에서 이만한 맛과 인간미를 갖춘 식당은 본 적이 없다. 명성이 다가 아니다.

최고의 맛집은 음식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기보다 소금과 조미료를 기술적으로 잘 써서 '혀를 잘 속인' 맛집일 수도 있다. 맛집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

집 옆 텃밭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쌈 재료들을 밥상에 낸다. 유명하지 않아도 이런 집이 좋다.
▲ 단양의 우렁쌈밥집 집 옆 텃밭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쌈 재료들을 밥상에 낸다. 유명하지 않아도 이런 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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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 맛집을 찾는 방법

하지만 사람 심리가 어디 그런가. 잘 모르는 곳에 찾아가서 실패 없이 좋은 구경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싶다. 당연한 욕구다. 그래서 정보는 필요하다.

그런데 여행 전문가나 맛 칼럼니스트가 아닌 이상 자주 여행을 가거나 맛집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반대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음식에 대해서 누구나 한마디씩은 할 수 있다. 누구나 맛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있다는 이 보편성 덕분에 맛집 정보는 신뢰성이나 객관성에 상관없이 양적으로 대단히 풍성하다.

그러면 정보가 넘쳐나는데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어떻게 추려낼 수 있을까.

우선 '3대 맛집', '4대 맛집' 하는 식의 숫자에 현혹되지 말라. 세상에 음식점은 많고 맛집도 많다. 그 많은 음식점들을 다 찾아다니며 맛을 보는 사람은 전문가 중에도 없다. 평생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을 누비며 서로 다른 음식점을 찾아다닌다 해도 다 먹어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전국 3대 한정식집, 강원도 3대 막국수집, 춘천의 4대 막국수집, 전국 4대 쌈밥집 등 수많은 정체불명의 수식어들이 떠돌아다닌다. 어느 사이트에서 이런 정보가 떴다 하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이 정보를 열심히 퍼 나르거나 어떻게든 직접 가서 먹어보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유행 쫓아다니는 글을 신뢰하지 말라. 보통 맛에 대한 주관이 약하거나 경험 부족인 사람들일수록 이런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강원도 3대 막국수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말 강원도 전체의 막국수집을 다 다녀보고 객관적으로 맛을 비교한 다음 선정한 것일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지금 이 시간, 오늘도 500개 이상의 식당이 전국 어딘가에서 생기고 그만큼의 식당들이 폐업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식당들에서 음식을 맛보고 그걸 다 객관적으로 평하며 심지어 순위까지 매긴단 말인가. 그 명확한 기준이 있는가. 또 순위에 들지 못하는 식당은 그보다 못한 식당인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기대에 부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그런 정보가 뜨면 휘둘리지 말고 초연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 3대 막국수집의 하나로 유명세를 탄 강원도 고성의 어느 막국수집
▲ 강원도 3대 막국수 강원도 3대 막국수집의 하나로 유명세를 탄 강원도 고성의 어느 막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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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접하는 맛집 정보를 볼 때는 그 정보가 이성적이고 구체적인가를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불친절을 많이 언급하거나 종업원이나 주인과 싸웠다는 등의 이야기는 한 눈으로 흘리자.

불친절하고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지엽적이고 주관적, 감정적이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는 한 진실 여부를 알 수 없다. 더구나 종업원이나 주인과 싸웠다면 절대 좋게 평가할 리가 없으니 이미 객관성을 잃었다.

반대로 '대박'을 남발하거나 이모티콘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러한 지나친 호의적 표현도 걸러보자. 이른바 '감정의 과잉'은 극단적 호감 또는 극단적 반감으로 치우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보는 이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대체로 신뢰성 있는 정보인지 보려면 맛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어느 정도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짠맛, 단맛, 담백한 맛, 감칠맛, 짭짤한 맛, 양념이 강한 맛, 쌉싸레한 맛 등의 표현이 들어가고, 그 맛에 대한 자신의 호감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표현하면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짠맛이 강하거나 양념이 강한 식당에서는 맛있다고 느끼기 어렵다. 이런 판단에 도움을 주는 구체적인 맛 정보라면 믿어줄 만하다.

더구나 주 메뉴뿐 아니라 반찬 하나하나를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안내하는 글이라면 그 정성(반찬 각각에 대한 이름을 기억하면서 일일이 안내하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다. 전문가도 그렇게 안 한다)을 인정해 줄 만하다.

신뢰할 만한 인터넷 사이트는 없을까.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아 비교적 믿을 만한 곳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http://korean.visitkorea.or.kr
)의 '무엇을 먹을까' 코너이다.

이른바 요즘 '핫한' 맛집들을 안내하지는 않지만, 각 지역별로 괜찮은 맛집 정보들을 망라해 안내하고 있다. 소개 내용이 짧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기본 정보로 활용할 만하다.

만약 저렴한 가격대에서 괜찮은 맛집을 찾는다면 '행정안전부 지정 착한 가격 업소'(http://goodprice.go.kr)를 추천한다. 전국의 각 지역별로 분류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 가운데 친절하고 청결한 음식점을 지정해서 안내하는 곳인데,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오히려 믿을 만하다.

지정 기준이 '맛있는 집'은 아니지만(그랬다간 난리 난다) 청결하고 친절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집은 식당 관리, 재료 관리가 잘 되는 집이므로 맛도 보통 괜찮다. 이 업소로 지정된다고 해서 유명 맛집으로 소문나고 손님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므로 아직 비리와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롭다.

맛집 관련 사설 사이트들은 워낙 이권이 걸린 데다 홍보가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독자 평가 참여가 가능하며 정기적으로 출판도 하는 블루리본 서베이(www.bluer.co.kr)는 꽤 참고할 만하다. 나름의 기준으로 맛집 탐색과 평가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리고 여기서 좋은 평가를 한 식당들은 대체로 맛도 괜찮았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온라인에서 맛집 찾기, #여행작가의 맛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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