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지는 이적 후 첫 공식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배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최은지는 이적 후 첫 공식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배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가 KOVO 컵대회 개막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지난해 우승팀을 꺾었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5일 보령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GS칼텍스와의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2-25, 20-25, 27-25, 15-12)로 승리했다. 인삼공사는 대표팀 차출 선수가 없어 작년 컵대회 MVP 강소휘와 주전 리베로 나현정이 빠진 GS칼텍스에 비해 이번 대회를 치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라이트 공격수로 출전한 한송이가 20득점을 올렸고 연봉 3억 원에 인삼공사와 FA계약을 체결한 센터 한수지는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높이를 장악했다. 이날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알렉스 버그스마가 출전할 수 없어 공격력 약화가 예상됐지만 지난 5월 FA로 영입한 이 선수의 활약 덕분에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인삼공사에서 최다득점(23점)을 기록한 이적생 최은지가 그 주인공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FA 시장서 조용히 인삼공사로 이적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V리그 여자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FA 시장이 열렸다. 챔피언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원투펀치 김희진과 박정아(도로공사)를 비롯해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기업은행), '미친 디그'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밍키'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적과 잔류, 그리고 보상선수 지명에 따른 연쇄 이동은 2017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스타선수들의 이동으로 인해 지난 시즌 각 팀의 전력이 크게 요동친 것에 비하면 올해 비 시즌의 FA 시장은 유난히 조용했다. GS칼텍스의 '아기 용병' 이소영과 인삼공사의 센터 한수지 같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었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에 각각 2억 원과 3억 원에 재계약을 하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졸지에 1981년생의 노장 센터 김세영이 이적시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유일한 A등급 FA로 FA시장 최대어가 됐다. 최은지를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보상 선수 출혈 없이 이적이 가능한 선수로 분류됐다. 작년 국가대표에 선발돼 월드그랑프리대회에 출전했던 김미연이 김세영과 함께 흥국생명으로 이적했고 김해란 리베로에게 자리를 빼앗긴 한지현 리베로는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인삼공사는 내부 FA 한수지와 재계약하고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알레나를 재지명하는 등 '집안 단속'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존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렀던 성적의 큰 향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한송이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왼쪽 공격수 자리에는 보강이 필요했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채선아를 영입했지만 기업은행에서 주로 리베로로 활약했던 채선아에게 알레나의 부담을 덜어줄 만한 공격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2016-2017 시즌 신인왕 출신의 지민경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인삼공사는 2차 FA 시장에서 182cm의 날개공격수 최은지를 연봉 8천만 원에 영입하며 선수단을 보강했다.

이적 후 첫 공식전에서 공수 맹활약... 인삼공사 승리 이끈 최은지

 도로공사 시절까지 최은지는 코트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도로공사 시절까지 최은지는 코트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 한국배구연맹


진주 선명여고 출신의 최은지는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기업은행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희진의 서울중앙여고와 박정아의 부산남성여고, 그리고 최은지의 진주 선명여고를 신생구단 우선지명 학교로 선택했다(당시엔 신생구단에게 무려 3개 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을 데려갈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최은지는 2011-2012 시즌 26경기에서 99득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김희진과 박정아라는 국가대표 쌍포를 거느린 기업은행에서 최은지는 좀처럼 주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최은지는 2016년 김미연,이고은(GS칼텍스) 등이 포함된 2: 2 트레이드를 통해 전새얀과 함께 도로공사로 이적했지만 도로공사에서도 백업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최은지는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어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최은지는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182cm의 좋은 신장에서 나오는 힘 있는 공격력이 강점인 선수다. 공격과 수비에서 각각 리그 정상급에 있는 박정아와 문정원이 버틴 도로공사에서는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인삼공사에서는 요소요소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그리고 최은지가 인삼공사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은지는 5일 이적 후 첫 공식전이었던 GS칼텍스전에서 팀 내 최다인 23득점을 기록하며 인삼공사를 승리로 이끌었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32.46%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알레나의 빈자리를 메웠고 2개의 서브득점과 1개의 블로킹을 곁들였다. 또한 최은지는 그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에서도 세트당 2.2개의 디그와 50%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며 매우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다.

사실 많은 연봉을 받지 못하고 이적한 '준척급 FA' 최은지가 이적하자마자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 대회가 외국인 선수의 출전이 제한된 컵대회이기 때문이다. V리그가 개막하면 최은지는 한송이, 채선아, 고민지, 지민경 등과 레프트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빛보다 그늘에 더 익숙했던 최은지가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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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KGC인삼공사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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