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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모종을 옮겨 심은지 한달이지만 폭염과 가뭄으로 성장을 멈추고 있다
▲ 강낭콩 모종을 옮겨 심은지 한달이지만 폭염과 가뭄으로 성장을 멈추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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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폭염은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농사일을 하면서 해마다 겪는 여름이지만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처음이다. 밭에 한번 갔다 올 때마다 축축하고 무거워진 작업복을 비틀면 땀이 주루룩 쏟아진다. 하루에 서너 번씩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한 사발의 물을 마셔야 제대로 숨쉴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폭염이다.

샤워를 하면 개운하면서도 머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나오고 파스를 붙인 것처럼 등짝이 후끈거리며 따갑다. 땀에 젖은 몸에서 더위에 달궈진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염 때문에 처음으로 오전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하고 농장을 떠나 집에서 쉬기로 했다. 올해의 폭염은 농부의 일상을 바꿨다. 작물들도 힘겹게 버티며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폭염에 작물이 타들어간다

지금쯤 배추모종을 키워야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짐작해보고는 올해 김장농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폭염이 길어지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지하수를 끌어올린 물에 의지해서 여러가지 작물에 충분히 물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해의 주작물 중 하나인 강낭콩밭에는 스프링쿨러의 위치를 이동해가며 24시간 물을 뿌리고 있지만 다른 작물까지 물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콩모종을 아직 다 심지 못한 것도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찍 심은 콩은 성장을 멈춘 듯 생육의 변화가 별로 안 느껴진다. 꼬투리를 맺은 다른 콩밭의 수량이 적은 것은 폭염과 가뭄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콩의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폭염과 가뭄에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토마토와 참외가 잘 자라는 밭이 있다. 모종을 심고 뿌리가 활착할 때까지만 물을 주고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한번도 물을 준 적이 없다.

이 밭은 5년 전부터 물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흙을 잘게 부수는 경운을 안 했으며 퇴비도 넣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별 탈 없이 작물은 잘 자라고 있다.

그동안 토마토를 연작재배(같은 자리에 같은 작물을 계속 심는 것)로 해마다 심었다. 올해는 냉해로 인한 생육상태가 좋지 못해서 수확량이 많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한달 전부터 눈에 띄게 열매를 맺으며 꽃이 만발하고 있다.

토마토를 심었던 밭의 일부에는 처음으로 참외를 심었다. 초기생육이 느린 듯하다가 최근에 줄기세력을 뻗치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두 작물이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짱짱하게 성장을 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참외 폭염과 가뭄에도 잘 자라고 있는것은 흙속의 수분을 붙잡는 유기물 때문이다
▲ 참외 폭염과 가뭄에도 잘 자라고 있는것은 흙속의 수분을 붙잡는 유기물 때문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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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맨살을 보이지 마라

5년 전, 처음 밭을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이후로 흙을 갈지 않고 퇴비도 넣지 않는 무(無)투입 농법을 계획했던 밭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아직 때가 아닌 것으로 알고 퇴비를 넣고 흙을 뒤집는 경운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만족할 만큼 충분하게 결실을 보였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을 한 후에는 다음 해 봄까지 줄기를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 다시 토마토를 심을 때가 되면 바짝 마른 줄기를 막대기로 툭툭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밟아줬다.

그 위에 낙엽을 덮어주고 물을 뿌려준 것이 전부였다. 모종을 심고 뿌리가 활착을 하고 열매를 맺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수확이 끝날 때까지 물을 한번도 주지 않았다.

토마토 5년동안  토마토만 심었고, 외부의 간섭이 없음에도 올해도 잘 자라고 있다
▲ 토마토 5년동안 토마토만 심었고, 외부의 간섭이 없음에도 올해도 잘 자라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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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흙을 덮었던 토마토 잔사(줄기, 잎)와 낙엽은 1년이면 거의 다 분해되어 처음의 형태를 알 수 없는 부엽토가 되었다. 이러한 유기물은 흙에 지력(地力)을 높이고 작물성장의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뜨거운 햇볕을 막아서 수분을 유지하고 산소를 순환시키는 통기성으로 미생물의 증식과 활동으로 작물성장을 돕는 흙이 되었을 것이다. 그 외에 알지 못하는 토양생태계의 어떤 좋은 일들이 작용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작물의 잔사와 낙엽 등의 유기물과 퇴비를 흙속으로 순환시키는 농사는 가뭄예방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흙속에 저장한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는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기후변화와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농사를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하다.

자연순환 수확이 끝난 토마토 잔사(줄기.잎)는 다시 흙으로 되돌려져서 토마토를 키운다
▲ 자연순환 수확이 끝난 토마토 잔사(줄기.잎)는 다시 흙으로 되돌려져서 토마토를 키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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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같은 폭염과 가뭄에 대비하는 농사대책이라는 것이 별로 뾰족한 방법은 없다. 물 사정이 좋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겉흙이 보이지 않도록 낙엽과 같은 유기물과 풀을 적절하게 활용해보자. 그동안의 농사경험으로 그 효과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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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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