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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읍면동 24곳에 각기 흩어져 있는 물이 달빛 아래에서 "찌끄러"란 구호에 맞추어 한 곳에 모였다.

순천시 문화의 거리와 그 인근에서 열리는 순천문화재야행이 3일 개최되었다. 문화재청과 전라남도가 후원, 순천시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며 5일까지 열린다.
순천문화재야행의 코스 중 하나인 박난봉 장군묘 앞에서 해설사가 시민들에게 지도와 안내문에 미션 스탬프를 찍어주고 있다. 순천시 고지도의 6곳과 안내문에 있는 12곳 유적지를 모두 돌면 한옥글방에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 스탬프를 찍는 해설사 순천문화재야행의 코스 중 하나인 박난봉 장군묘 앞에서 해설사가 시민들에게 지도와 안내문에 미션 스탬프를 찍어주고 있다. 순천시 고지도의 6곳과 안내문에 있는 12곳 유적지를 모두 돌면 한옥글방에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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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부터 부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개막식은 서문안내소에서 8시에 열렸다. 안내소와 물길 사이 공간에 무대가 마련되었다. 저전동, 향동, 왕조동 등 동 이름이 각기 흰색 글씨로 적힌 갈색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맞은편 길 쪽에 노약자를 위한 의자만 배치되었을 뿐, 내빈용 의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6시 이전부터 리허설을 보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한 노인은 흥에 겨워 같이 춤을 추었다. 8시가 다가올 무렵 과거로 타임 슬립한 듯 허석 시장과 서정진 시위원장이 고을 수령 복장으로 나타났다. 다른 내빈들도 미리 와서 시민들과 함께 서서 기다렸다. 시장과 시위원장 및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모두 간략하게 축사를 하여 시민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허 시장은 "순천은 서울과 안동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문화재가 많은 곳"이라며 "팔마비를 보물로, 순천왜성도 국가사적으로 승격시키는 등의 많은 일"이 앞으로 있다며, "순천문화재를 전국, 한반도에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3일 전남  순천 서문안내소에서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서 고을 수령 복장을 한 시장과 시의장이 시,도의원들과 함께 합수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합수식 3일 전남 순천 서문안내소에서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서 고을 수령 복장을 한 시장과 시의장이 시,도의원들과 함께 합수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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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합수식(合水式)'을 위해 1차로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유영춘 전교, 인요한 박사,  24개 읍면동 대표단 그리고 2차로 시장과 시위원장 및 도·시의원들이 항아리 주위에 모였다. 이어서 각각 어디에서 물을 모았는지 동영상으로 소개되었다.

승주읍 선암사 칠전 석정, 낙안면 금둔사 계곡수, 남제동 남제골 샘터. 풍덕동 조산공원, 향동 참샘약수터, 중앙동 환선정 옛터 수도시설 등 24곳 읍면동에서 모은 물은 지리적 차이만큼 우물, 샘, 약수터, 계곡 등 수원도 제각각이었다.  

내빈들은 이 물을 각각 담은 항아리를 2, 3명씩 함께 들어 "찌끄러('(물을 흘려라'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라는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물길에 부었다. 이는 "하나 되는 순천"을 위한 화합의 메시지를 담아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3일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서 늦은 시각에도 많은 시민들이 행사 곳곳을 둘러보며 여름밤 추억을 쌓고있다.
▲ 야행을 하는 시민들 3일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서 늦은 시각에도 많은 시민들이 행사 곳곳을 둘러보며 여름밤 추억을 쌓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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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식이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공연 관계자에게 묻자, "순천문화재야행은 순천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주도하는 형식으로"다양한 시민들의 의견, 숙의과정을 통해 이런 (합수식)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24개 읍면동, 새롭게 된 시·도의원, 시장님까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다양성의 조화는 이후 준비된 공연과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개막식에서는 동서양의 악기가 하나의 음악을 위해 어우러졌다. 고려시대 박난봉 장군, 조선시대 향교와 서원, 근대 프레스턴가옥 등 유적지는 시간을 거슬러 공존했다. 여기에 선암사3층석탑 만들기, 승평지책 만들기, 조지와츠 쿠키 만들기, 근대병원 체험, 8월 크리스마스 트리 등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보다 야행 구역이 청수골 등 뒤편까지 확장되었고, 프로그램도 더욱 풍성해졌다. 그리고 과거에는 부족했던 시민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담겨 있었다. 문화의 거리 중앙로에는 햇볕을 일부 가릴 수 있게 차양을 마련했고, 지지대 상부 좌우에 분무기를 설치하여 미스트가 나왔다. 또한 직접 얼음을 조각하는 공연까지 있어서 시원함을 더했다. 여기에  의료원에서 매산중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줄을 지어 설치된 대형 선풍기에서는 연일 바람이 불었다.
순천문화재야행 코스 중 오르막길이 있는 의료원에서 매산학교로 가는 인도 한켠에 대형선풍기를 임시 설치하여 더위에 지친 관람객들을 돕고 있다.
▲ 오르막길에 설치된 선풍기 순천문화재야행 코스 중 오르막길이 있는 의료원에서 매산학교로 가는 인도 한켠에 대형선풍기를 임시 설치하여 더위에 지친 관람객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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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시음도 여러 곳에서 이뤄져서 갈증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 청수골카페 옆은 복숭아와 오이, 문화의 거리는 부채와 생수, 매산등 정자에서 시원한 매실차 등을 먹을 수 있었다. 기독교역사박물관은 아예 냉장고를 설치하여 회사나 단체에서 후원을 받은 생수를 차갑게 제공했다.

매산관에서 12살 아들이 매산관라이트박스 채색체험을 하는 것을 아내와 지켜보던, 가곡동에서 온 고 씨에게 이번 행사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상당히 괜찮다. 내가 여기에서 몰랐던 것들이... 울 아들내미(12살 학생의 형)가 3년 동안 학교를 다녀 쫓아다닐 때도 뭔 의미를 가졌는지 몰랐었는데, 여기에 와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의미를 갖고 있더라"라며 흐뭇해했다. 그리고 "기획이 잘 되어있다", "선풍기 아이디어 참 좋다"라고 덧붙였다.

매곡동에서 온 78세 이 씨는 아내와 기독교역사박물관에서 관람을 하는 중이었다. 3년 전에 오고 두 번째로 방문했는데, 그 때와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다. 뭣이든지 예쁘게 가꿔졌어. 외지에서 타행에서 온 사람들이라도 잘 되었구나 칭찬할 수 있어"라 평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야행에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와 오감 만족의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이라 하겠다. 여기에 개막식 때 펼쳐진 '합수식'은 포용과 혁신이라는 새롭게 구성된 민선 7기 허석 시장의 시정 방향을 보여주었다.

야행은 해가 거듭될수록 업그레이드 진화를 거듭하며 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하, 무더운 여름날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태그:#순천문화재야행, #여름밤 행사, #전남순천시여름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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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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