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스파이크와 아기자기한 랠리를 그리워하던 배구팬들을 위한 여름선물이 찾아온다.

한국배구연맹은 오는5일부터 12일까지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8일 동안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이하 컵대회)를 개최한다. 서해바다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대천해수욕장과 장안해수욕장에 인접한 보령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이번 대회는 지역의 배구 팬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피서객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스케줄 때문에 역대 최초로 남녀부 컵대회를 분리 개최한다(남자부 컵대회는 오는 9월 충북 보령에서 열릴 예정이다). 점점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남자부와의 분리운영을 고려하고 있는 여자배구에게 이번 컵대회는 그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여자부 독립 운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모의고사'

 양효진은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올스타 최다득표를 차지한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스타 선수다.

양효진은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올스타 최다득표를 차지한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스타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 시절까지 남녀 겨울리그를 함께 운영하던 농구는 1997년 프로가 출범되면서 남자프로농구연맹(KBL)과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으로 분리돼 지난 20년 동안 독립 연맹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배구는 2005년 프로화 과정에서 남녀부를 분리하지 않았고 한국배구연맹(KOVO)이 프로 출범 14년째 남녀부를 통합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여자배구가 아기자기한 경기내용과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2016년 리우 올림픽8강,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양효진,이다영(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고예림(IBK기업은행 알토스), 강소휘(GS칼텍스 KIXX) 등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의 맹활약도 여자배구의 인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럼에도 여자부는 경기시간이나 지상파 중계 등에서 남자부에 비해 언제나 불리하게 편성됐고 여자배구의 인기가 점점 오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여자배구가 독립할 수 있는 할 적기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이번 컵대회는 여자배구의 독립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 같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여자배구를 아끼는 많은 팬들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저녁7시 시작을 원하고 있다(지난 시즌까지는 장소가 겹치지 않아도 평일 5시에 경기가 시작해 배구팬들이 '직관'에 상당한 불편을 겪은 바 있다). 물론 리그 분리 운영까지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지만 이번 컵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여자부 독립운영의 꿈도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김세영-김미연-이고은-백목화 등 이적생들의 경쟁력은?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에서 백업세터로 활약했던 이고은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전세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에서 백업세터로 활약했던 이고은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전세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대회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2주 정도 앞두고 개막한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은 이미 지난 7월14일부터 진천 선수촌에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컵대회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출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표 차출과 부상 선수까지 있는 구단들은 이번 대회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컵대회에서는 지난 봄 V리그가 끝난 후 FA와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이적한 선수들이 대거 새 유니폼을 입고 배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역시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들은 나란히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센터 김세영과 날개 공격수 김미연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블로커로 군림하고 있는 김세영은 지난 시즌 신인왕 김채연과 흥국생명의 중앙을 지킬 예정이다. 김미연 역시 이재영이 출전하지 못하는 컵대회에서 흥국생명의 주공격수로 활약해야 한다.

이나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이적한 이고은 세터의 활약도 큰 관심거리다. 도로공사와 기업은행 시절 주로 백업 세터로만 활약했던 이고은은 다가올 V리그 새 시즌에서 GS칼텍스의 주전 세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특히 GS칼텍스에는 이소영, 표승주 등 부상 후 재활을 마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고은 세터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

2015-2016 시즌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코트를 떠나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살았던 '모카' 백목화도 사인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기업은행으로 이적해 코트로 복귀한다. 물론 2년의 공백이 있었던 만큼 당장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GC인삼공사 시절 워낙 영리한 배구를 했던 선수인 만큼 기업은행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배구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

VNL 국가 대표 5명 포함된 태국 연합팀의 실력은?

작년까지 컵대회는 6개구단을 2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다 보니 다소 허무하게 대회가 끝나는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대회를 더욱 풍성하게 치르기 위해 태국 연합팀과 베트남의 베틴뱅크가 초청팀으로 참가해 작은 국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로써 이번 컵대회는 각 조별리그 3경기, 결승까지 오르는 팀은 최대 5경기를 치르게 된다.

역시 관심을 모으는 팀은 자국리그 연합팀으로 출전하는 태국이다. 태국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A대표팀을 제외한 1.5군급 대표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려 이번 컵대회에 출전한다. 12명의 선수단 중 지난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했던 선수도 5명이나 된다. 선수 구성만 보면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는 국내 구단들보다 더 수준 높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1.5군급 대표 선수들을 파견(?)한 태국 연합팀을 두고 각 구단과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V리그 개막 전에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컵대회의 성격을 고려하면 태국 연합팀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구색 맞추기가 아닌 정말 우승을 놓고 한국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팀의 출전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과 태국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시즌 직후 올스타 교류전을 통해 양국 선수들의 친목도모와 각 나라의 배구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이번 컵대회에서의 태국연합팀 출전 역시 한국과 태국 배구 발전을 위한 연장이라 생각하면 태국 연합팀 출전을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만약 우승컵을 태국에게 내준다 해도 좋은 팀들과의 경기 경험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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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배구 보령·한국도로공사컵 분리운영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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