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7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포럼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인권포럼은 9회 째를 맞는 행사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주관하는 학술행사다. 당시 '군대를 퀴어하게 - 군대 X 퀴어 이야기방' 세션에 들어가 패널들의 발표를 들었다. 성소수자가 군대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성소수자에게 있어 퀴어 프랜들리한 군대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발제가 끝나고 참석자들 중 한 분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저희 아들이 게이인데요,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성정체성 때문에 병역거부를 생각한다

슬프게도 이것은 답이 나와 있는 문제다. 물론 최근에야 대체복무를 만들어놓지 않는 병역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병역을 거부하면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있어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한국의 군대는 퀴어에게 가혹하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법인 군형법 92조의 6은 성소수자 군인을 타겟팅하여 처벌한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그 부모님도 결국 성소수자인 아들이 군대에 가게 되면 겪을 일들이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병역거부라는 선택지를 한번쯤 생각해 봤을 테다.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는 군대는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공간이다. 그래서 사병의 인권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군대는 변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런 군대에서 성소수자는 생존마저 걱정해야 한다.

군인권센터가 펴낸 <군인권센터 2017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군형법 92조의 6에 의해 피해를 받은 군인의 수가 2016년 2건에서 2017년 22건으로 11배 증가했다. 2017년 A대위 사건'이라고 불리는 육군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다.

최근 기무사가 박근혜 퇴진집회가 수차례 열리고 있던 2016년에 계엄령을 검토하고 있었음이 국방부의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중이다. 이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군인권센터는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연이어 2016년 당시 기무사 주도로 얼마나 반헌법적인 쿠데타 계획을 모의했는지에 대해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시민단체였다.

그런데 이런 당연해보이는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향해 자유한국당의 태클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7월 31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소장을 두고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자가 군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전력이 있는 자"라고 임 소장을 공격했다. 김 대표의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두고 "오히려 김 원내대표가 소신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군 인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그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맥락을 이해하면 그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군 인권에 대해 소리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를 힘들게 하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성소수자는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감옥에 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로 남성들은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가 병역거부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또 그렇기에 군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실태를 더 강도높게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혐오발언일 뿐입니다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사람' 운운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김 대표가 군 인권 문제에 대해 몰이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수자 문제에 있어서도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성정체성이 개인의 자격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의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 윤리규칙 제 20조의 차별금지 사유 중의 하나였던 '성적 지향' 부분을 삭제했다. '당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로 시작하여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한다'로 끝나는 해당 조항에는 성별, 나이, 종교 등의 여러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 성적 지향을 삭제한 것은 성소수자는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차별하겠다는 말인가? 이제는 그렇게 되어버린 듯 하다. 원내대표가 나서서 성소수자인 시민단체의 소장을 인신공격 해도 당 내에서는 별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비대위원장이 그것을 '소신'이라고 할 정도면 말이다.

2018년에 당의 윤리조항에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부분을 삭제한 것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지, 소신이라는 말로 포장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혐오발언일 뿐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성명을 내어 비판했다. 그렇다. 지금은 그런 발언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는 세상이다.


태그:##김성태, ##군인권센터, ##성소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