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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노동자와 차별받는 약자들을 위해 평생을 대변했던 노회찬 의원. 그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언론에서 조명했던 발자취들을 더듬어봤다. -기자 주

1996년 11월 25일 한겨레신문 미디어(8면)면 박스기사
 1996년 11월 25일 한겨레신문 미디어(8면)면 박스기사
ⓒ 한겨레(네이버옛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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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199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하려 했으나 사면복권 문제로 여의치 않았고 이때부터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를 운영하며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한다. 1996년 11월 25일 한겨레신문 미디어(8면)에서는 박스 기사로 이렇게 전한다.

"보수적인 '자본가'에서부터 진보적인 노동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독하는 매체가 과연 가능할까?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 조화를 절묘하게 이룬 미디어가 있다.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대표 노회찬)가 발행하는 <매일노동뉴스>가 그것이다."


그리고 기사는 <매일노동뉴스>가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수감 때에도 매일 볼 정도로 노동운동가들의 필독 매체라 소개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날을 시작으로 하이텔, 데이콤 등 3대 통신망에 노사 관련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노회찬 발행인이 편집국에서 기자들과 신문을 제작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 후 3개월 후인 1997년 2월에는 <어, 그래? 조선왕조실록>(일빛 펴냄)이라는 대중 역사서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 보도(1997년 2월 18일, 12면)로는 이 책은 기존에 펴낸 <노동자의 길>, <87, 88 정치위기와 노동운동>, <노동자와 노동절>과 같은 노동조합 관련 서적이 아닌 대중적 역사서로, 기존의 조선왕조실록 내용 가운데 우리 현실을 비춰주는 주제나 사건을 1백여 개를 골라 나름의 풀이를 달았다고 소개한다.

노회찬은 인터뷰에서 책을 집필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오직 하늘과 역사를 두려워할 뿐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중략) 그런데, 오늘날은 어떤가.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우리에겐 실록도 없고 사관도 없다. 전직 대통령 2명이 감옥에 있고 현직대통령이 '한보 사태'의 회오리 속에 태풍의 눈처럼 도사리고 앉았지만 우리는 계속 의혹과 혼란에 파묻혀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만일 조선시대처럼 사관이 있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사초를 작성했다면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실로 놀라운 예언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해답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 경향신문(1997년 2월 28일) 출판집계 기사에 따르면, 이 책은 출간 3주 만에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7년 2월 18일 한겨레 12면 박스기사
 1997년 2월 18일 한겨레 12면 박스기사
ⓒ 한겨레(네이버옛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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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 후 노회찬은 인민노련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1989년 12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당시 검찰에 압수당한 자료 8점을 민주화운동자료관 건립준비모임(대표 조희연)에 기증한다. 당시 한겨레 보도(1999년 10월7일 25면)로는 이 자료들은 1992년 4월 만기출소한 노회찬이 1998년 7월 말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것이라고 전한다. 시국 관련자가 사건 관련 압수자료를 돌려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내막은 이랬다.

기사에 따르면, 노회찬은 1998년 7월, 담당파출소로부터 지난 1989년 구속 당시 압수됐던 자료에 대한 포기각서를 쓰라는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자 파출소 측은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대라고 요구한다.

1999년 10월7일 한거례 25면 박스기사
 1999년 10월7일 한거례 25면 박스기사
ⓒ 한겨레(네이버옛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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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회찬은 "압수된 자료들은 당시 활동과 관련하여 연구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사유를 제출했고, 얼마 뒤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인데 돌려받았다가 다시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소송이 필요하다면 소송을 해서라도 돌려받겠다"며 완강한 자세를 보여 결국 일주일이 지난 뒤에 자료를 돌려받았다. 해당 자료는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기관지인 <정세와 실천>, <사회주의자>와 내부 조직 문건인 경영진 사업계획안, OOO보고서 등이다.

촌철살인의 대가 노회찬. 오늘따라 너무나 인간적인 그의 목소리가 더욱 그립다.


태그:#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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