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해 전국에 피해 소식이 속출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더위를 피해 전국의 주요 피서지 또는 해외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냥 좋아할 수는 없지만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여름 휴가가 직장들에게는 삶의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매년 이 계절이 찾아오면 이른바 '여름 시즌 송' 명곡들이 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맴돌고, 새롭게 발표되는 노래들도 상당수다.

지난 7월 25일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된 '해운대로 가자'는 쿠바에서 탄생한 룸바(Rhumba) 리듬을 차용한 곡으로 이국적이면서도 경쾌한 멜로디로 청각을 자극한다. 새로운 곡임에도 중독성 있게 다가서는 이 노래를 역동적 라이브 무대로 10년 넘게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록 밴드 슈퍼키드의 메인 보컬 허첵이 불러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무엇보다 1980년대 중후반 고등학생 가수로 가요계에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곡 '경아'와 '도시의 삐에로'의 가수 박혜성이 '해운대로 가자'의 만들었단 사실은 그를 기억해 온 40대 이상 팬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때 박혜성의 노래들을 접하고 팬이 되었다는 슈퍼키드 허첵은 음악계 선후배로 수십 년이 지나 작곡자와 가창자로 조우한 것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한다.

슈퍼키드 활동은 물론 솔로 뮤지션으로 다양한 음악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허첵과 지난 7월 27일 오후 4시 서교동에서 가진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허첵의 모습

허첵의 모습 ⓒ chesterphotography 제공


여름 하면 바로 떠올리는 해운대, 나를 움직였다

- '해운대로 가자'란 곡은 어떻게 발표하게 됐나?
"제작사는 물론 작곡을 한 박혜성 선배님이 함께 제안을 주셨다. 작년에 솔로로 참여했던 동명의 드라마 주제가 '쌈, 마이웨이'를 듣고 '바로 이 목소리야!'라는 말을 들었다. 나 역시 정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이번 노래가 평소 추구해 온 스타일인지?
"데모 버전을 들었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완벽하고 정교하게 부르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노래란 점, 한 계절을 포괄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여름 하면 떠올리게 되는 상징적인 곳 '해운대'를 특정한 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 슈퍼키드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
"편안하게 잘 듣고 있다고 했다. 우리 멤버들은 서로 절대 '이번에 나온 이 곡 잘 될거야!'란 이야기 절대 안한다. (웃음) 조용히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서 '좋아요' 표시하는 등 각자만의 방법으로 응원한다."

박혜성 선배님과의 작업,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 박혜성씨가 1980년대 중후반 사랑받은 아이돌 가수란 사실은 알고 있었나?
"물론이다. 내가 이 곡을 부를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박혜성 선배님의 히트곡 '경아'와 '도시의 삐에로'를 들으며 가요를 좋아하게 됐는데, 어린 시절 동경했던 아이돌 가수를 가요계 선후배로 만나 곡 작업을 하니 꿈만 같았다(웃음)."

- 곡 녹음작업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사가 완성되기 전 박혜성 선배님이 가이드 녹음을 한 데모버전을 계속 듣고, 4일 뒤 노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가서 직접 뵐 수 있어 너무 흥분되고 영광스러웠다. 정말 자세하게 곡 디렉팅을 해주셔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가수 활동은 일찍 마감했지만 오랫동안 계속해서 드라마 및 CF 음악가로 좋은 작품을 많이 발표한 연륜이 느껴졌다."

- 가창자로서 이 곡이 어떤 결과를 얻길 바라는지?
"물론 음원차트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현재 가요계의 트렌드를 따라간 곡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34개월 된 딸이 요즘 인기곡들을 들을 때는 별 반응을 안 보이다가 '해운대로 가자'에 맞춰 따라 부르고 앙증맞은 춤을 출 때 아빠 미소가 절로 나곤 한다(웃음).

바람이 있다면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해운대를 포함해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이나 휴가지에서 이 곡이 꾸준히 울려 퍼지고 많은 분들이 흥얼거리고 따라 부르는 시즌 송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슈퍼키드는 공연 위주로, 멤버 각자 솔로음악 활동 중 

- 솔로 활동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 나를 포함해 멤버 각자가 각각의 최근 몇 년 각자의 음악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해왔다. 슈퍼키드로서는 페스티벌 등 각종 공연 무대에 서게 될 때 주로 함께 한다.

나 같은 경우 솔로 뮤지션 허첵으로 음원 내지 앨범을 발표해 왔고, 덕호씨란 (허첵의 본명은 전덕호) 이름으로 작년 11월 '아임 이지(I'm Easy)'와 올 5월 '가스밸브를 잠갔는지'란 포크 곡들을 선보였는데 계속해서 다양한 음악작업을 해 나갈 거다. 팀으로 공식 음원을 낸지는 1년 9개월여가 넘은 것 같다."

 허첵의 모습

허첵의 모습 ⓒ chesterphotography 제공


- 상당기간 음원 내지 앨범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슈퍼키드도 10년 넘게 활동해 온 밴드다. 여전히 우리의 라이브를 같이 즐겨주시고 환호해주는 팬들이 상당수다. 그럼에도 '슈퍼키드'하면 떠오르는 히트곡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한다. 세 번째 정규 앨범 <멋지다! 슈퍼키드> 수록곡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과 갈증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정식 음원 또는 앨범을 발표해 온 기간이 길어졌고, 멤버 모두가 슈퍼키드 음악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더 심도 있게 하면서 시간도 꽤 흘러온 듯하다."

- 정규음반을 낸 지는 더 오래된 것 같은데?
"위에서 말한 3집이 2010년 9월 초에 나왔으니 거의 8년이 다 되어간다. 솔직히 우리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시킨 노력에 비해 음원 및 음반판매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규앨범에 대한 계획은 어느 뮤지션이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멤버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4집 음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곡 작업도 지금 계속해서 각자 하고 있으니 슈퍼키드 팬들의 오랜 기다림도 멀지 않을 거다."

- 어쨌든 뮤지션에게 새로운 작품 발표는 필요하지 않나?
"당연하다. 슈퍼키드란 이름을 걸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우리 셋 모두 여러 생각과 의견들을 나누고 조율하고 음악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다(웃음)."

 슈퍼키드 멤버들

슈퍼키드 멤버들 ⓒ chesterphotography 제공


슈퍼키드 라이브의 힘,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보여주고 싶어

- 슈퍼키드가 10년 넘게 활동해 온 원동력은?
"우리가 만든 노래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라이브 무대에서 연주 노래하고 팬들과 더불어 즐겼던 소중한 순간들, '라이브의 재미, 라이브의 힘'이 바로 슈퍼키드란 팀이 지금껏 쉬지 않고 활동하게 해 준 커다란 원동력이다."

- 지금껏 꿈꿔 온 음악활동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세계 유수의 록페스티벌에 초대돼 슈퍼키드 음악의 진가를 전 세계 팬들에게 알릴 기회를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딸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를 녹음하고 라이브 무대에서 많은 이들에게 들려 드리는 일이다(흐뭇한 웃음)."
 
-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슈퍼키드를 만날 수 있나?
"8월 10일부터 3일간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현재까지 가장 큰 무대가 될 것 같다. 그 밖에 울산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도 설 예정이고 계속 섭외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 '해운대로 가자'도 페스티벌에서 노래할 계획인지?
"록페스티벌에서 '해운대로 가자'를 부를지 정하지는 않았다.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고, 제작사측에는 8월 휴가철을 맞아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다른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음악무대가 있는 전국 해수욕장 어디서나 이 곡을 노래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가능한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이번 여름휴가를 떠나는 분들이 차안에서나 해변에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해운대로 가자'였으면 좋겠다."

 허첵의 모습

허첵의 모습 ⓒ chesterphotograph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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