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명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거기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한 생명체라면 호기심은 더할 것이다. '생명창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건 '프랑켄슈타인'이다.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무서운 '괴물'. 올해 3연으로 돌아온 국내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바로 이 괴물에 대한 소재로 극을 만들었다.

우리 실험에 남은 건 괴물을 완성시킬 '머리'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생명 창조 실험을 하는 중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생명 창조 실험을 하는 중이다. ⓒ 뉴컨텐츠컴퍼니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괴물'의 이야기지만 자세히 보면 그저 사랑 받고 싶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생명 창조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시작한다. 당시 유럽에는 흑사병이 돌았는데 그의 어머니도 희생됐다. 어린 빅터는 죽은 엄마를 껴안고 '내가 살리겠다'며 울부짖었고 그때부터 생명을 살리는 공부와 실험에 몰두했다.

빅터가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나폴레옹 전쟁 당시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면서다. 그러던 중 실험에 도움을 줄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난다. 앙리는 생명을 만들자는 제안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렸지만 전쟁터에서도 꿈을 꾸는 빅터를 보고는 결국 그의 꿈에 동참한다.

그런데 얼마 후 전쟁이 끝나버렸다. 이들이 생명을 만드는 방식은 죽은 자들의 신체 일부를 이어붙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쟁터를 벗어나자 실험 재료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그러다 앙리는 우연히 살인죄를 뒤집어썼고 이들의 비극도 시작됐다. 빅터는 교수형에 처해진 앙리의 머리로 마침내 생명체를 탄생시켰지만 괴물은 예상과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고를 치고는 빅터와 싸우고 도망을 갔다.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결혼한 빅터 앞에 괴물이 다시 찾아와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작품의 1막은 괴물을 창조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2막에는 괴물의 이야기와 복수가 그려진다. 작품은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 근본적인 고통, 고민, 슬픔 그리고 인간의 외로움 등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듯 다른 '프랑켄슈타인' 이야기

원작은 1818년 메리 셸리가 쓴 공포 소설이다. 이후 1931년 처음 호러 영화로 만들어졌고 생명을 만든다는 소재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는지 수많은 후속편과 다른 버전의 콘텐츠들이 연이어 나왔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을 소재로 만든 콘텐츠들은 모두 조금씩 이야기가 다르다.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창조를 했다는 내용만 공통 소재로 취하고 나머지 세세한 내용들은 서로 다르다. 심지어 소설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 흉측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이 부각됐다.

뮤지컬도 창작하면서 색다른 이야기들을 탄생시켰다. 괴물이 홀로 세상에 나가 겪었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1인 2역이라는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한 형태를 택했으며, 빅터가 생명 창조를 시작한 이유도 어린 시절에서 끌고 와 개연성을 더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중 괴물이 깨어나는 장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중 괴물이 깨어나는 장면. ⓒ 뉴컨텐츠미디어


또한 이전의 프랑켄슈타인들과 다르게 공포스러운 요소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아무래도 무대에서 직접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잔인한 부분들을 과하지 않게 조절하면서도 특유의 섬뜩한 분위기는 유지했다. 그 일등 공신이 바로 소품들이다. 잘린 머리, 불에 탄 시체, 죽은 동물, 흑사병 마스크 등 평범하지 않은 무대 소품들이지만 큰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그림자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등의 노력을 했다.

"같은 사람이라고?"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관객들 사이에서 "좋다"라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같은 사람이라고?"였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모든 배우들은 1인 2역이다. 인물들이 다른 역할로 전환되는 시점은 '괴물이 빅터 곁을 떠난 뒤'다. 도망친 괴물은 살인 경기장에 붙잡혀 돈에 이용당한다. 그곳에서 만난 경기장 주인 부부, 하인 등 모든 새로운 인물들이 다 1인 2역을 맡은 배우들이다. 의상, 메이크업, 목소리 모두 바뀌는 1인 2역 연출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주받은 아이 빅터

빅터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곁을 떠났다. 스스로를 '저주받은 아이'라고 생각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살았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런 빅터가 괴팍하고 섬뜩해 보였다. 어린 꼬마가 죽은 강아지를 살려냈으니 무서워 할 법도 하다. 그래서인지 빅터는 더욱 생명 창조에 매달렸다. 다시는 엄마처럼 주변 사람들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였고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빅터 곁에 보듬어줄 사람이 없다보니 그의 삶이 이처럼 비극으로 흘러갔다. 어른들은 죽은 엄마의 불에 탄 시체를 부둥켜안고 있는 아이를 마녀라며 섬뜩해 할 게 아니라 불쌍히 여겼어야 했다.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프레스콜이 지난 3일 오후 네이버TV와 V앱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뉴컨텐츠컴퍼니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괴물은 태어나자마자 창조주로부터 외면 받은 불쌍한 생명체다.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존재. 스스로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극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아마 앙리일 때의 기억도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의리 넘치던 앙리는 스스로 친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본인 머리를 실험에 쓰라고 말했었다. 빅터를 향한 우정과 원망이 뒤섞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난 괴물' 노래에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모두 드러난다.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내게도 심장이 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지만 괴물의 몸은 누군가의 피와 누군가의 살로 만들어졌다. 몸 곳곳에 남의 신체를 이어붙인 자국들도 남아있다. 이 노래야말로 괴물의 외면과 내면을 가장 절절하게 담아낸 노래다. 괴물의 공허한 눈동자와 인간을 향한 분노를 모두 잘 표현했다.

강한 넘버들의 연속

<프랑켄슈타인>의 넘버들은 무대 위 배우들이 걱정될 정도로 강한 노래들의 연속이다. 울부짖고 소리치는 건 물론이고 격렬한 몸싸움까지 있다. 극 안에는 죽고 생명을 만들고 분노하고 복수하는 내용 등 처절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렇다 보니 극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법한 노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온다.

앙리의 의리와 희생이 잘 드러나는 넘버는 '너의 꿈속에서'다. 빅터 대신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앙리. 전쟁터에서 죽을 뻔했었던 자신을 구해준 빅터에게 이제는 "너의 꿈에 살고 싶다"며 자신의 머리를 실험에 써달라고 말한다. 애절하면서도 강한 멜로디이자 가장 슬픈 노래다.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 된다'는 빅터가 괴물을 완성하는 장면의 노래다. 신과 맞서 생명을 만들겠다며 괴물을 깨운다. 빅터의 실험실이 펼쳐지는데 불꽃이 튀고 물이 끓는 등 생생하고 웅장하다. 빅터의 외침에 괴물의 몸에 전율이 오르고 몸을 부들부들 떠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꿈속에서는 행복하길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프레스콜이 지난 3일 오후 네이버TV와 V앱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프레스콜이 지난 3일 오후 네이버TV와 V앱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 뉴컨텐츠컴퍼니


왜 두 사람의 삶은 비극으로 끝났을까. 술집에서 흥겹게 춤추던 때처럼 친한 친구로 서로 의지하고 살 수는 없었을까. 빅터가 생명 창조만 하지 않았더라도 앙리가 빅터의 꿈에 동참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들의 삶이 엄청나다 보니 자꾸만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나의 꿈속에서는 빅터와 앙리가, 빅터와 괴물이 서로를 아끼며 오래 오래 살기를 그릴 것이다.

"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너와 함께 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난 너의 꿈에 살고 싶어."


덧붙이는 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서울 공연은 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하고
대구, 진주,김해, 등에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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