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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마틴루터킹, 마셜프레디, 푸른숲
▲ 책표지 마틴루터킹, 마셜프레디, 푸른숲
ⓒ 전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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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 시에 거주하는 4천 명 가까운 흑인 주민이 교회를 첩첩이 에워싸고 있었다.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 찬송이 끝나면서 킹이 연단에 올랐다. 영화로 치자면 데뷔 전과 같았다. 마틴 루터 킹은 흑인들의 집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첫걸음을 떼며 말문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벗들이여. 바야흐로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압제의 무쇠발굽에 마구 짓밟히는 신세가 지긋지긋해지는 때가...' 채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환호와 벼락같은 고함, 쿵쿵 발 구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웅의 등장에 대한 대중의 격한 환영 인사였다.

이후, 마틴 루터 킹은 1950년대 미국 사회 흑인의 인권을 위한 비폭력 투쟁을 이끈다. 그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마틴 루터 킹은 미국의 간디라 불리며 영웅이 된다.

견뎠다니 영웅에게 무슨 말인가

이 책은 마틴 루터 킹,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그림자를 담고 있다. 신의 부름에 응답하듯 한치 흐트러짐 없는 단호한 영웅이 아니라 번뇌와 후회, 두려움에 내몰려 있는 사람으로서의 모습 말이다.

그는 삶을 견뎠다. 견뎠다니 영웅에게 무슨 말인가. 견딘다고 말하는 이유는 평탄하지 않는 시절을 온몸으로 부딪쳤기 때문이다. 백인들의 폭탄 테러와 살해 협박, 함께하던 동료들의 죽음. 가족들이 겪는 고초.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흑인들을 대변하고 있음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틴 루터 킹은 끊임없이 괴로워했다.

어느 날, 마틴 루터 킹은 밤이 이슥하도록 적막에 잠겨 '더 이상 비겁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그 상황을 용케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라고 술회한다. 마틴 루터 킹은 신성시되어 숭배되는 위인이 아니라 복잡하게 뒤얽힌 인간 군상이었다.

사회 전체의 개조, 답이란 전혀 없었다

'이제 운동은 새로운 요구를 내걸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요구에 대한 답으로 이 나라에서 뭔가 소중한 대가를 받아내야 합니다. 인종차별뿐 아니라 계급 문제도 요구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제도에 뭔가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에 뭔가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마틴 루터 킹은 자신이 속한 시대 전체를 상대로 한 항쟁에 스스로를 내몰았다고 할 수 있었다. 미국 전체의 권력 체계와 가치 질서를 송두리째 재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미국인과 세계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생중계되곤 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털어놓은 그의 말 속에는 회한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내가 답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나한테는 답이라는 게 전혀 없어요.'

미화되지 않은 영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마틴 루터 킹의 출생과 가족관계, 목회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결혼 그리고 몽고메리에서 지도자로 선출된 당시와 직후 상황이 펼쳐진다. 후반부에서는 버밍햄 비폭력 항쟁과 셀마 항쟁을 통해 마틴 루터 킹과 동료들이 흑인과 백인 모두를 설득해 가며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대항하는 과정과 매스컴, 정치권 등 사회적인 역경이 그려진다.

책을 읽으며 만나는 마틴 루터 킹이 꿈꾸는 세상에서 평등이란 개념은 '흑인도 백인처럼'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흑인도 백인처럼'이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같이'라 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사회적 불평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사는 세상. 허물없는 사람들과의 연대, 그를 따르는 대중들의 목소리. 끊임없이 도망가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다잡았던 한 사람. 미화되지 않는 모습의 영웅을 만나면서 진정 영웅이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도서 · 마틴 루터 킹, 푸른숲, 2004 (19, 80, 102, 380, 385페이지 인용)/영화 · 셀마 selma, 2014/영화 · 아임낫유어니그로 I am Not Your Negro,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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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리랜서. 책을 좋아하는. 생각이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