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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관들이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정황이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에 협조했다는 내용의 '재판거래' 문서를 작성했을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전 대법관 사례에 이어 고영한 대법관은 '판사 비위 사건'을 덮으려 하급심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회 압박용 판결이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다는 점에서 당시 대법관들 전원이 '기획재판'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재판거래 문건 작성, 진상조사 방해, 재판 개입... 쏟아지는 의혹들

우선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나란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책임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14년 관련 문건이 집중 생산되던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 전 대법관은 현재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해당 문건들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정황을 수사 중이다.

2016년 2월 법원행정처장에 부임한 고 대법관은 앞선 법원의 3차 자체 조사 결과 인권법연구회 와해 목적으로 실행된 것으로 확인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판사 뒷조사 문건' 등 법원의 1, 2차 자체 조사 과정에서 핵심 자료들의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법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일에 제동을 걸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고 대법관은 최근 검찰이 임종헌 전 차장 USB에서 발견한 '재판개입' 의혹 문건에도 등장했다. 법원행정처가 2016년 9월 작성한 '문아무개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부산에 근무 중인 문아무개 판사가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의 재판 정보를 빼내 유출한다는 소문이 나자,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항소심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위장해 종결된 변론을 재판부 직권으로 재개한 뒤 한두 차례 증인 신문을 진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 맨 뒤 페이지에는 고 대법관이 윤아무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에서 검토한 내용을 설명하는 '말씀자료'가 첨부돼 있었다. 말씀자료는 구어체로 작성됐으며 "이대로 나오면 사법부 신뢰가 무너진다" "부산 법조계가 혼돈에 빠진다" "항소심 기각되면 관련 보도가 나올 거다" "충분히 심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실제 재판은 문건의 검토 내용대로 진행됐다. (관련 기사: 고영한 현 대법관 '판사 비위 무마 개입' 자료 확보)

"재판결과 사전 기획, 대법관들은 동조해 판결"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협회장을 압박하는 방안으로 변호사들의 '성공보수' 관련 재판의 결론을 사전에 기획했다는 의혹에는 당시 대법관 전원이 연결돼 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재판거래'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은 2015년 1월 23일 '대한변협 신임회장 대응 및 압박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마찬가지로 임종헌 차장 USB에서 나온 이 문건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도입 검토'라는 제목으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사건을 무효화시켜서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7년 7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은 전부 무효라고 대법관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이는 성공보수 약정이 유효하되 과도한 부분에 한해 무효라는 종전 판례를 뒤엎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었는데 여기에 '양승태 사법부'의 사전 기획이 있었다는 게 하 전 회장의 주장이다.

하 전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국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변호사 성공보수 사건을 무효로 하는 판결의 결론을 미리 내리고 당시 대법원관들이 전원합의체에서 동조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대법원이 판결을 사전에 기획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사건은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며, 관련자들을 모두 엄중히 처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법관들은 이 같은 의혹들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 1월 23일 대법관 13명은 '원세훈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대법관 공보관실을 통해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법원 내부 조사 발표로 일부 문건이 드러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법관 13명은 지난 6월 15일 "대법관 판결에 마치 어떠한 의혹이라도 있는 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하여는 당해 사건들에 관여하였던 대법관들을 포함해 대법관들 모두가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일치됐다"고 발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14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위해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한덕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017년 6월 14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위해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한덕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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