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사람, 특히 여성과 소수자는 때로 혼자 사는 삶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좁은 원룸에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임대주택 청약 조건마다 '신혼부부'가 우대 조건으로 걸려 있는 것을 볼 때 절망합니다. 왜 주거정책은 모든 사람을 4인 정상가족의 (예비) 일원으로 취급할까요? 현재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평등하고 안전한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청년들의 시각에서 알아봅니다. -기자말

고영아(가명?만 18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다.
 고영아(가명?만 18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고영아(가명.만 18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다. 그가 중학교에 다니다가 집과 학교를 떠나오고 여러 사건들을 겪은 후 쉼터 등의 임시 주거 공간을 전전하던 때였다. 당시에도 그는 단기적인 주거 공간만을 제공하는 쉼터가 아닌,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위한 안정적인 중장기 쉼터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성평등드리머 주거분과는 주거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자들의 삶을 짚어 보기로 했다.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던 중 지금 그가 거주하고 있던 장기쉼터에서 퇴소했고, 현재 안정적으로 살 곳이 마땅찮게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고, 금융 계약과 거래가 자유로운 '성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그를 보호해 줄 '정상가족'은 없다. 정상가족의 울타리 밖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보면, 이 나라에서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현재 그들의 주거권이 어떤 식으로 침해받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7일 공덕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가출이라는 건 집이 '드럽게' 싫어서 나가는 거예요"

-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남자친구와 함께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영아라고 합니다. 월세 비용은 남자친구가 조금 더 수입이 많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부담하고 있어요. 몇 개월 전까지는 보호시설(장기쉼터)에서 살고 있었어요. 2년 정도를 지냈는데, 아무래도 통금 시간과 외출 제한 등의 제약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들이 억압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꾹 참다가 어느 날 폭발해서 뛰쳐나왔어요. 그 이후에는 남자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 쉼터에 들어가기 이전의 주거 생활은 어땠는지?
"저도 부모님이 있는 집에 산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저에게 너무 무관심했어요. 아빠가 재혼하셔서 나이가 어린 새엄마가 있었는데, 이복동생과 저를 너무 차별하는 게 느껴져서 방황하다 집을 나왔어요. 처음에는 다시 들어갔다가, 또 나왔다가를 반복했는데 나중에는 삼 년 정도 쭉 나와 살게 됐어요.

그러다 다시 집과 연락을 하니까, 부모님은 이혼했고 동생은 엄마에게 가 있더라고요. 저는 주민등록상 아빠 쪽에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 상태더라고요. 딱히 돌아갈 만한 집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청소년 단기 쉼터에 처음 입소하게 됐어요. 거기서 나온 후엔 청소년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에서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원룸을 얻어 줘서 잠깐 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보호시설에 가서 2년 정도를 거주한 거죠."

- 아까 통금 시간과 외출 제한 등의 조건이 답답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기쉼터 등의 보호시설이 답답했던 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 있는지?
"통금 시간은 쭉 저녁 7시였다가, 퇴소 몇 개월 전에는 9시로 변경됐어요. 조금 낫긴 한데, 개인적으로 드는 비용, 예를 들면 통신비 등을 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를 계속했거든요. 쉼터 내부에서 계속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어서 아르바이트 시간을 조절하기 힘들었어요. 또 학교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영아는 고등학교 입학 자격을 검정고시로 얻고 또래에 비해 일 년 늦게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자주) 학교에 적응하려면 친구들과 집단생활을 해야 해요. 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이 끝나면 저녁 7시인데, 통금 시간을 맞추려면 친구들이랑 놀 수가 없었어요.

이런 것까지는 그럭저럭 참으면서 지냈는데, 방학식 등 특별한 날에 친구들이 모여서 노는 것에도 쉼터의 프로그램, 통금 때문에 낄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들이랑 약속을 자꾸 깼고 그러다 보니까 친구를 사귀고 가깝게 지내는 게 어려웠어요. 주중이 이러니까 아르바이트는 주말에 했는데, 그러다 보면 주말에도 못 놀고. 친구 사귀려고 학교에 갔는데, 친구들과 관계 맺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쉼터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니까 거기 적응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어요. 불안정하게 느껴졌어요."

- 쉼터에 산다고 학교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는지?
"말하기가 쉽지는 않죠.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어요. 친척이랑 같이 산다고요. 근데 한 가지를 거짓말하면 계속 거짓말을 지어내게 돼서, 아주 친한 애들에게만 보호시설에 산다고, 그러다가 나왔는데 지금 남자친구랑 지낸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 청소년기에 가출을 하면, 나가 보니 막상 갈 데가 없어 가장 막막하지 않나. 가출했을 때의 주거 환경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좀 더 듣고 싶다.
"원래 가출이라는 건 집이 '드럽게' 싫어서 나가는 거예요. 갈 곳을 정할 수가 없어도 무작정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비행청소년'이 되는 거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 집을 돌아다녀요. 재워줄 수 있는. 그러다가 재워줄 데가 떨어지면 그때부턴 밖에서 자기도 하고요. 아파트 옥상이나, 강가 옆에서도 자고. 겨울에도 그랬는데, 너무 춥고 뼈가 시려요. 그러다가 같이 지내던 애가 1987년생(당시 스물일곱) 아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을 소개해 줬고 그분 차 안에서 5일 정도를 지냈어요. 그때는 착한 사람인 줄 알았죠. 저를 집으로 안 돌려보내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 집에 가자, 나를 데려가겠다고 해서 그 집에 갔어요.

그 집은 혼자 사는 원룸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도 같이 사는 집이었어요. 그때 저는 열다섯 살이었는데, 딱 봐도 애티가 나는 얼굴이었죠. 그런데 다른 어른들이 별말을 안 하더라고요. 집에 따라간 바로 첫날 밤에 성폭력이 있었는데, 바로 옆방에 다른 사람이 있었고 제가 소리 내서 울었는데도 방을 한 번 안 들여다보더라고요. 가족이 모두 묵인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요. 하지만 저는 거길 나가 봐야 갈 데가 없고, 길거리를 돌아다녀야 되니까. 반항하면 어딘가에 팔려가기라도 할까 봐 가만히 있었어요.

그 이후에 생리가 없어서 임신 테스트기를 했는데, 임신이 됐더라고요. 그땐 '집에 갈까' 잠깐 고민도 했는데, 아빠가 평소에 '너 어디서 임신해서 들어오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서 죽여 버린다'고 말했던 게 기억났어요. 무서워서 집에는 연락을 못 하고 지내다가, 임신 막바지가 돼서야 너무 다급해서 큰아빠에게 연락을 했어요. 큰아빠가 임신했으면 거기 그냥 살라고 했고, 그 다다음 날인가 애가 나왔어요. 정말 막바지였죠. 그렇게 지내다가 저를 도와주는 청소년 단체를 만나서 쉼터로 간 거죠."

- 단기 쉼터에 있을 때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안정적인 중장기 쉼터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고. 그때 왜 단기 쉼터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는지?
"청소년 쉼터 중에서 일시 쉼터는 하루 이틀, 길면 일주일 정도를 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단기 쉼터는 삼 개월 정도를 지낼 수 있는데요. 입소한 그 순간부터 '왜 집을 나왔냐?'고 물어요. 부모에게 연락해서 '애 어떻게 할 거예요?' 하고 묻고요. 그러다가 부모님이 쉼터를 찾아오게 되면 바로 집에 돌아가야 해요. 가기 싫은데도 가야 하는 애들이 생기고, 당연히 그런 식으로 돌려보내면 바로 다시 집을 나오게 되죠.

또, 제가 있던 쉼터는 선생님이 자주 바뀌었어요. 제가 잠깐 있는 동안에도 두세 명은 본 것 같아요. 그 후로도 계속 바뀌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요. 그 당시에 제가 느끼기엔 좀 큰 사건이 있었는데, 어느날 한 아이가 지목당해서 혼난 거예요. 말 안 듣는다고. 그 애가 너무 화가 나서 다른 방에 가서 자해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우리 중에서 '의리파'인 친구가 나서서 선생님이 그 친구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너무 심하게 혼냈다고, 애가 힘들어하니까 사과 하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 애한테 '여기가 싫으면 나가'라고 하고는 숙식실 들어가서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어요. 화난 친구는 소동을 부리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는데, 경찰은 선생님의 말만 듣지 가출한 청소년들 말은 안 듣더라고요. 우리들 말을 하나도 들어 주지 않았고, 앞뒤 정황이 있는데 선생님은 '얘가 갑자기 이래요' 이런 식으로 다 빼먹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경찰은 그 친구를 데리고 갔고요.

그리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요. 그 사건 일주일 이후에 CCTV가 생기더라고요. 부엌, 사무실, 침실, 복도까지요. 옷도 아주 작은 방에서 갈아입어야 했어요. 어떤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CCTV를 돌려 보고요. 우리가 자고 있을 때 뒤척이다가 옷이 흐트러지는 모습까지 다 찍힌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싫더라고요. 편한 차림으로 잘 수도 없고. 근데 선생님들은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근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얘기를 하니까 그다음에 단체에서 얻어 준 원룸에서도 나가라는 반응이 돌아왔어요."

주거가 일정치 않으면, 일상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거가 일정치 않으면, 일상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왜 자꾸 조건이 붙는지, 저는 웃기다고 생각해요"

-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얘기를 듣다 보니까 영아에게 정말 필요한 게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현재 임대주택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 거로 안다. 임대주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 보면 좋겠다.
"저는 조건이 안 맞는다고 하네요. 나라에 물어봐 주세요! (웃음) 농담이고요. 청소년은 그냥 그렇게 살아야 된대요. 보호를 받아야 되고, 혼자 살면 안 된다고 하네요. 저는 미성년자인데도 단독 세대주거든요. 물론 이것도 아주 특수한 경우예요. 흔하지 않아요. 보호시설로 주소 이전을 해야 각종 지원이 나온다고 해서 그렇게 해 놓은 거거든요. 그 전에 잠깐 원룸 얻어 살 때도 단독 세대주가 되긴 했는데, 그건 학교를 들어갈 때 주소지를 이전해야 해서였어요.

주민센터에 가서 집 내 주신 분께 서류를 받고, 제가 이런 특수한 상황이라고 다 설명을 했는데도 그때 직원이 '안 될 것 같은데...' 했었어요. 근데 윗사람이 오더니 '상황이 그러니까, 뭐. 해 줘라' 하더라고요? (현재 주민등록제도 상 미성년자의 전입신고는 전입신고서 항목 중 '전세대주 또는 본인' 확인을 스스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전세대주의 확인 또는 본인의 법정대리인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확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읍-면-동장은 시행령 제16조 규정에 따라 사실조사 후 전입신고 수리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영아가 설명한 경우가 이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기자주)"

- 인터넷에 '미성년자 세대주'를 검색했을 때는 온통 '안 된다',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다. 다행히 '무주택 단독 세대주'가 되었는데, 우리가 같이 알아보니 현재 나와 있는 임대주택 제도 중 그 조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딱 하나 나와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만 19세 이상,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자꾸 그런 조건들이 붙는지, 저는 너무 웃기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갈 데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있는데. 이번에 그 딱 하나 가능한 조건의 임대주택에 신청하긴 했어요. 하지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고, 제일 싼 보증금이 800만 원이더라고요. 학교 다니면서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당장 이렇게 큰돈은 없는데, 마땅히 대출이 가능한 데가 없더라고요. 당첨이 돼도 걱정이에요. (현재 시행되는 '버팀목전세자금' 등의 대출제도는 모두 만 19세 이상 나이 제한이 있다. -기자주)"

- 나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임대조건 입주 자격 '대학생' 조건에 고교 자퇴자와 고졸 취업자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왜 굳이 '대학생'이라는 조건이 계속 유지되어야만 할까?

"글쎄, 이거는 제 입장에서 보면 고교 자퇴를 권유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네요. 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하면 임대주택을 주겠다? 계속 다니려고 하는 한 고등학생 미성년자인 저는 받을 수가 없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조건이 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래 학교를 떠나 있을 때는 교복 입는 것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는데, 지금은 딱히 엄청 다니고 싶지도 않고, 안 다니고 싶지도 않거든요.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어요. 잘하는 과목도 있고요. 지난 시험에서 어떤 과목은 전교 1등도 했는데. 근데 가끔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어른들은 남들만큼 살려면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아야 된다고 말하니까, 저도 고민이에요. 하지만 주거라는 중요한 조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학교를 그만 다녀야 한다니, 그건 확실히 문제인 것 같아요. 학교 그만 다녀야 하나? (웃음)"

- 어떤 소설가는 생각하는 힘은 '자기만의 방'과 돈에서 나온다고 그랬는데, 얘기를 들으면서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 앞으로는 어떤 주거 조건에서 지내고 싶은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주거 정책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말해 보면 좋겠다.
"좋은 주거 환경에 살고 싶어요. 제 공간이 있으면 좋겠고요. 제가 뭔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요. 남자친구가 지금 나가라고 하면 당장 쉼터에 또 가야 하는데... 내 이름으로 집을 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휴대폰도 나 혼자 못 만들어, 아르바이트 계약도 혼자 못 해. 인생의 결정권을 갖고 싶어요. 사실 아르바이트 계약서에 부모님 대신 남자친구가 사인한 적도 있거든요? 부모님 동의서에 아빠 번호도 안 적어 갔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하던데.

청소년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큰 이유로, 청소년은 돈을 못 버니까, 부모님 돈으로 사니까, 뭐 그런 이유를 대잖아요. 근데 청소년도 일을 할 수 있고요. 저는 계속 이렇게 제 손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최저시급이나 수당 같은 걸 제대로 안 주는 문제는 있지만요. 다른 비싼 원룸의 월세를 내긴 어렵지만, 임대주택 지원을 받으면 그래도 싼 월세를 낼 수 있으니까. 그 정도는 부담하면서 살 수 있어요. 고등학생 중에서 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만 19세, 이런 것 좀 지우고요."

인터뷰가 끝나고도 우리는 얼마간 결혼, 출산, 육아, 연애, 인간 관계, 안정된 주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아는 차라리 결혼을 아주 빨리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영아에게 결혼이 삶의 유일한 탈출구인 것처럼 절박하게 생각하던 이들이 섣불리 결혼을 선택하고 나면 때로 얼마나 많은 문제들에 부딪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성공적인 '정상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안정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뿌리 못 내린 수중 식물처럼 떠다니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정상가족' 안으로의 진입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노력, 거기에 더해 여러 상황적인 운이 따라야만 겨우 가능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완전하게 지켜내는 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 세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혼생활의 여파는 곧바로 자녀 세대에게 영향을 준다. 영아도 집을 나올 당시 부모로부터 피해를 입은 아동이었다.

당장 집이 없는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그가 '정상가족'에 진입해야만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런 현실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질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이 당연한 날이 오기를 바란다.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 이전 기사]
① "훔칠 건 없고 몰카를..." 경찰의 말, 그 원룸을 나왔다
② 밥그릇에서 좀벌레가 꿈틀... 이런 곳에서 평생 산다면
③ '지옥고' 30대 알바를 위한 주택은 없나요?
④ '여성 안심서비스'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가족부 ‘성평등드리머(청년정책참여단)’ 1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태그:#청소년, #주거권, #성평등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