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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회가 내일(26일) 국제관함식 개최 동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의 고위관계자가 "총회에서 국제관함식 개최가 부결되면 제주에서 못한다"라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 주민들이 내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1층에서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와 관련한 임시총회를 연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반대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4개월 만에 다시 찬반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관함식 계기로 강정의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길..."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해군의 제주 국제관함식 유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 온 강정마을 사람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해군의 제주 국제관함식 유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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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2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강정마을 주민들의 총회가 내일 열리는 것으로 안다, 내일 총회가 열리면 주말 동안 투표가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한 뒤 "정부가 제주에서 국제관함식을 여는 데는 몇 가지 취지가 있다"라며 우선 '그 취지'를 설명해 나갔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이것이 국제관함식이지만 갈등과 긴장의 행사가 아니고 제주 앞바다를 긴장과 갈등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라며 "이것을 제주도민들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번째로는 강정마을이 기나긴 시간 동안 서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시간이 있었다"라며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그런 상처가 치유됐으면 하는 게 우리 정부의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강정마을 주민총회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제주에서 개최할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2000여 명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라며 "부결되면 제주에선 (국제관함식을)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에 총회를 열었고 그때에는 86명이 참석해 반대를 결정했는데 그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재결정하기 위한 총회가 지난 토요일(21일)에 열렸다"라며 "(총회가 다시 열리는 데)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98년-2008년에 이어 제주에서 국제관함식 열릴까?

'관함식'이란 대통령 등 국가원수가 자기 나라의 군함을 직접 검열하는 행사를 가리킨다. 대통령이 군함의 전투태세와 군기를 사열하는 해상 사열식이다. 자기 나라 해군의 군사력을 대외에 알리고 우방국과의 해양안보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지난 1998년과 2008년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이 부산 등에서 열린 바 있다. 1998년에는 정부수립-건군 50주년, 충무공 이순신 제독 순국 400주년, 한국형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확보를, 2008년에는 정부수립-건군 60주년, 이지스 구축함 도입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2008년 관함식에는 12개국 함정 50여 척이 참가했다.

해군은 정부수립-건군 70주년 등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에서 국제관함식을 열 계획이다. 제주에서 열릴 국제관함식에는 외국 함정 30여 척이 참가하고, 해외 70여 개국 관계자들이 초청된다. 해상사열식과 국내외 함정 공개, 해군 심포지엄, 문화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관광미항) 건설로 정부와 갈등해왔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제관함식 개최를 반대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반대를 결정했다. 당시 임시총회에 주민 86명이 참석해 47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앞서 해군본부 관함식기획단장과 제주기지전대장은 지난 3월 16일 직접 강정마을을 찾아 국제관함식 취지를 설명하고 마을에서 반대하면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정마을회에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를 결정한 뒤에도 해군은 제주 개최를 위한 용역을 진행했다.

지난 18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청취했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 수석의 방문을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추진 의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22일에는 토론회를 열었고, 주민들이 찬반 의견으로 나누어 설전을 벌였다. 이후 마을주민 200여 명이 찬반 재투표를 위한 총회 개최를 요구해 내일 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강정마을회 향약 제9조(임시총회) 3항에는 '마을주민 100인 이상 요구 시 마을회장은 요구받은 시점에서부터 72시간 이내에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태그:#국제관함식,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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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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