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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최후의 날을 맞이하는 듯 했다."

엊그제 그리스 아테네를 덮친 산불에서 나온 인터뷰다. 이어서 "내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이다"라는 주민의 울부짖음이 방송을 탔다. 2016년엔 이보다 더 한 내용도 있었다. 온라인 미디어 위티피드의 연구에 의하면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멸망 시킬 수도 있는 자연재해 10가지중 산불을 제일로 꼽았다"는 내용이다.

작년 미국 나파벨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시속130km의 강풍을 타고 1초에 축구장 1개 면적을 태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고 한다. 결국 이 산불로 인해 주택4천여가 소실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도 이곳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불진화대와 장비를 보유한 나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불진화용 헬기가 물 8천 리터를 담을 수 있는데, 그에 열배 가까이 되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산불전문소방관도 우리완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정예화 되어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린 어떤가? 산불진화대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일당직에 불과하고 산불관련 공무원은 언제 인사이동이 될지 모르는 순환직이다. 한마다로 산불에 전념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관리주체와 체계 역시 겉으로는 상호협력 공조를 강조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와 알력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산불관리체계에 있어 축소, 왜곡하는 습관도 문제다. 산불이 발생하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었던 아픈 기억이 남아 여전히 산불은 발생 현황 따로 보고 내용 따로다. 산불발생량에 따라 지자체 평가점수가 달라지는 이해 할 수 없는 악습이 관련 공무원으로 인해 이중장부를 만들에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450여건의 산불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산불예산과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고량의 10배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예산과 인력은 1명인데 10명분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져도 한시적인 운영구조다.

언젠가 산불정책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고 고위관료에게 제안했더니 "산불이 나면 끄면 되지 뭘 그렇게 신경 쓰냐"며 핀잔을 들을 적이 있다.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 할 정도로 말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내가 겪은 상황이 특정인의 주관적인 견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부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화를 더해가보니 그런 생각속엔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가면 될 일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었다.

우리 산림은 지난 60여 년간 약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산불이 났을 경우 탈 수 있는 연료가 3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진화장비가 좋아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미국산불의 사례다. 미국에선 진화장비가 없어 전쟁보다 더 한 산불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아니다. 산불은 기상조건에 따라 그 어떠한 장비로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가 산불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산불이 산불로 그치지 않고 도시를 초토화 시키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산불이 발생할 경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국민적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이를 주도할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운 여름이 가고 나면 산불계절이 돌아온다. 그리고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또 다시 산불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산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와 주민들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갈수록 산불은 더 많이 발생하게 되고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젠 좀 재대로 준비해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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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불, #황박사의 산불이야기, #재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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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교육정책연구 농학박사 - 블로그 '황박사의 산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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