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전 세계 6억 달러(한화 약 6700억 원)의 극장 수입은 물론 아카데미 2관왕을 차지하며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했던 영화 <인크레더블>의 속편이 14년 만에 찾아왔다. 북미에선 이미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각) 개봉한 <인크레더블2>는 현재 북미에서만 5억5천만 달러, 전 세계 10억 달러(한화 약 1조1200억 원)에 육박하는 흥행성적을 기록중이다. 1편의 각본과 연출 그리고 조연 더빙까지 맡았던 브래드 버드 감독이 이번에도 각본과 연출 그리고 에드나 목소리까지 맡아 돌아왔다.

영화는 14년 만에 돌아왔지만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장점을 십분 활용해 1편이 끝난 시점에서 바로 시작한다. 인크레더블 가족은 악당 신드롬을 무찔렀지만, 또 다른 악당 언더마이어를 막다가 도시는 엉망이 되고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만다. 게다가 정부지원금 마저 끊기게 되고. 밥과 헬렌은 생계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 그들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세계적인 통신 회사의 CEO 윈스턴 데버가 슈퍼히어로 합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다.

슈퍼 히어로, 남자 아닌 여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상구하러 출근하는 엄마와 아이와 집을 지키느 아빠

세상구하러 출근하는 엄마와 아이와 집을 지키느 아빠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윈스턴은 여동생 에블린과 함께 슈퍼히어로 지지자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슈퍼히어로 활동을 전면 지원하겠다고 약속 한다. 그들은 일라스티걸 헬렌을 통해 슈퍼히어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시켜 슈퍼히어로 운영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한다. 밥은 그들이 자신이 아닌 헬렌에게 제안한 것에 실망하면서도 아내의 슈퍼히어로 활동을 지지하고 가사와 육아를 맡기로 한다. 그렇게 밥은 첫사랑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딸 바이올렛, 수학 공부를 봐줘야 하는 아들 대쉬, 이제 초능력에 눈을 뜬 17개월 아기 잭잭을 돌보며 육아전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데버 남매의 보조 속에 슈퍼히어로 활동에 돌입한 헬렌은 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최면에 빠지게 만드는 스크린슬레이버라는 악당과 조우하게 된다.

픽사는 속편에서 주인공을 바꿔 새로운 주제를 꺼내거나 다른 장르로 변환시키는 재주가 있다. 이전에 <카2>에서 1편의 조연 메이터를 주인공으로 바꿔 첩보물에 도전했으며 <도리를 찾아서>에서도 전작의 조연 '도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진정한 자아 찾기'란 주제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이번에 개봉한 <인크레더블2>도 비슷한 길을 걷고있다. 1편에 이어 슈퍼히어로물이자 가족영화로서의 틀을 견고히 하면서도, 주인공을 바꿔 새로운 이야기와 메시지를 꺼내든다.

1편은 직장인 밥의 슈퍼히어로 복귀를 그렸다면, 2편에서는 가정주부 헬렌의 슈퍼히어로 복귀를 그리며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방향성을 건네고 있다. 재능이 있어도 남성과 달리 결혼하면 동시에 가사와 육아로 경력단절을 길을 걷게 되는 상황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헬렌이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세상을 구하는 여전사로 변신하려 할때 필요한건 다름 아닌 남편 밥의 외조다. 14년 전 1편에서처럼 남편 밥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저녁먹고 친구와 취미생활하러 나가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재능있는 기혼 여성들의 사회 재진출을 위해선 그녀들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젠더 감수성과 적극적인 협조 속에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픽사는 다시 한번 아이들을 위한 작품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크린을 통해서 사람들을 최면에 빠지게 하고 조종하여 위험에 빠뜨르게 만드는 악당 스크린슬레이버 통해서 일방향 미디어에 대한 위험을 상징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훌륭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오락영화 재미까지

 막내아들 잭잭과 너구리의 대결은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막내아들 잭잭과 너구리의 대결은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또한 악당 스크린슬레이버의 명분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슈퍼히어로가 필요한 걸까? 실제 조직에서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는 다른 구성원들을 의존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 그 병폐를 담아내며 악당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인크레더블2>는 훌륭한 메시지 뿐 아니라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빠르고 기발한 액션은 여느 슈퍼히어로물 못지 않으며, 영화가 만들어내는 웃음의 크기도 결코 작지 않다.영화 속 웃음의 5할이상을 담당하는 막내 아들 잭잭의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마당에서 벌어지는 잭잭과 너구리의 사투는 영화의 백미이다.

아쉬움도 없진 않다. 1편과 달리 캐릭터의 확충을 통해 다양성을 더 하긴 했지만 이는 엑스맨 시리즈를 보는 듯한 기시감은 어쩔 수가 없다. 신규 슈퍼히어로들이 보여주는 능력들은 대부분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접한 것들이다. 또한 풀 스크린에 심하게 깜박거리는 스트로브 효과가 들어간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실제로 픽사에서 광과민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장면으로 어른이 봐도 거북함이 있으며 아이들이 무서워하기도 한다.

본편과 별개로 픽사가 선사하는 선물 단편영화도 훌륭하다. 본편 상영에 앞서 보여지는 7분짜리 단편 <바오>는 픽사의 차세대 주자 도미 시의 연출작으로 외동딸로 자란 자신의 경험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부모가 아이를 떠나보내고 겪는 '둥지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는 만두소년'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섬세하면서 유쾌한 스토리, 캐나다 토론토 작은 마을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 픽사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크레더블2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