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오후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과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분향소.

7월 23일 오후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과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분향소. ⓒ 윤성효


22일 타계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해 영화인들도 애도의 마음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오전 노 의원의 투신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인들은 충격 속에 안타까움과 속상한 마음을 SNS에 표출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이준동 부위원장은 "그가 훌륭한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유머를 아는 정치인이어서 좋았다"며 "그는 정치 수준에서 유머를 제대로 구사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가 없는 한국 정치판을 생각하니 숨이 안 쉬어진다. 레토릭이 아니라 사실 지금 호흡이 불편하다"며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를 역임한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도 "몇몇 정치인들만이 개같은 세상에 숨구멍을 틔워주었다"면서 "오늘 또 한분이 그런 세상에서 돌아가셨고, 숨구멍은 내가 뚫겠다고 결심했다"며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변영주 감독은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며 "오래 전 총선을 앞두고 책을 만들기 위해 당신과 했던 그 인터뷰의 시간을 저는 지금도 가끔 기억하고 있고, 여성의 날이면 잊지 않고 보내주시던 꽃도"라며 비통한 마음을 나타냈다. 변 감독은 "그냥 애도만으로도 버거운 시간"이라며 "죽음에 대한 분석과 논평보다는 갑작스런 이별에 슬퍼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주시길 바란다'며 김민기의 노래 '잘가오'를 올렸다.

22일 폐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한 관계자도 "손님들이 떠나고 부스들이 철거되고 영화제 기운이 빠지고 허무한 가운데 너무나 황망한 소식"이라며 "믿기 힘들다"고 슬퍼했다.

당신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었는데

 지난 3월 온라인 개봉 영화 <달밤체조 2015>에 카메오로 출연한 노회찬 의원

지난 3월 온라인 개봉 영화 <달밤체조 2015>에 카메오로 출연한 노회찬 의원 ⓒ 달밤체조 2015


대학 시절 진보정당 활동을 했던 한 영화 프로듀서는 "당신으로 인해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라며 노회찬 의원의 영면을 빌었다. 이어 "왜 항상 진보는 티끌 한 점에도 무너져야 하는가, 그래서 저 거대한 쓰레기 산을 과연 어떻게 치울 수 있겠냐"며 속상해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김인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고, 다른 영화계 인사들 역시 "멍했다" "썩어서 송장 냄새 풍기는 것들은 잘만 살아가고 있는데 화가 난다" "답답한 정치판에서 그나마 한 번씩 촌철살인의 말씀으로 숨통을 틔워주시던 분" "유일하게 현존하는 정치인들 중에서 존경하던 분이어서 너무 아프다"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지난 3월 온라인에서 개봉한 신봉철 감독의 <달밤체조 2015>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는 2015년을 시점으로 새벽 시간 음악방송을 통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있는 내용인데, 노 의원은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노 사장 역할을 맡아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과 함께 출연했다.

당시 제작진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보여준 명품 연기에 감독 이하 스태프들이 깜짝 놀랐다"며 "노회찬 의원은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상도 출신 아저씨 역할을 맡았는데, 다른 연기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까다로운 장면도 능숙하게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달밤체조 2015>를 제작한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전화통화에서 "영화 출연을 요청했을 때 한 번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면서 "영화 제작을 격려해 주시고 영화를 사랑한 정치인이었다"며 "카메오 역할을 너무 잘 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원 중에도 정의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많은데, 갑작스런 비보에 목이 멘다"며 비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노회찬 의원은 삼성 반도체 산업 재해 문제를 고발한 <탐욕의 제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재일 조선인 학교를 소재로 한 <60만 번의 트라이> 등 다수의 영화에 관객과의 대화 초청 인사로 참석해 영화 흥행을 측면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2014년 영화 <탐욕의 제국> 상영 당시 감독 및 피해자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노회찬 의원

2014년 영화 <탐욕의 제국> 상영 당시 감독 및 피해자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노회찬 의원 ⓒ 안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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