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청, '계엄령문건' 내용 발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 청, '계엄령문건' 내용 발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세부자료의 내용 하나하나가 너무도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67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세부자료 표지에는 '군사2급비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데,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령 선포, 계엄 시행이라는 4개 제목 아래 21개 세부 항목이 열거되어 있다.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 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품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하는 한편 22개 방송과 26개 언론사, 8개 통신사, 그리고 인터넷신문사들에 요원들을 파견해 보도를 통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계엄령이 국회 표결로 해제되지 않도록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 잡아들이기' 방안까지 기획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부자료에는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한 뒤 '중요 시설 494곳과 집회 예상 지역 2곳(광화문과 여의도)에 전차, 장갑차 등을 이용해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신속히 투입'한다고 나와 있다.

계엄령 선포와 실행, 박근혜 진영의 헌재 결정 낙관론에 근거해

기무사가 2017년 3월 초에 완성해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준비와 작성 작업을 하는 데 여러 달이 걸린 것 같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2016년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차 촛불집회를 연 뒤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잇달아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고, 국회는 같은 해 12월 9일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바로 그 시각 이후 박근혜는 직무정지를 당해 청와대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그를 정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인들과 관료들, 그리고 군부의 '박근혜 친위세력'이 최대의 위기를 실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당시 기무사가 조현천 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박사모등 친박단체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박사모등 친박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정해진 2017년 3월 10일에 임박해 '계엄령 선포와 실시'에 관한 세부자료가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은 특히 중요하다. 당시 일부 언론에는 '박근혜 청와대'가 헌법재판관 8명의 탄핵 인용·기각을 5 대 3 또는 4 대 4로 전망하며 탄핵소추안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하는 분위기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렇게 될 경우 20번을 훨씬 넘게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인원 1500만의 시민들이 대대적 시위에 나서 청와대로 행진하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기무사의 '계엄령 선포와 실행'은 박근혜 진영의 헌재 결정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 동기와 배경이 어쨌든 간에 기무사가 주도해서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단순한 도상(圖上) 계획이 아니라 '내란음모' 또는 '헌정쿠데타 미수'라는 차원에서 엄정한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관련 형법의 조문은 아래와 같다.

"제90조(예비, 음모, 선전, 선동): 제87조(내란) 또는 제88조(내란목적의 살인)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죄한다."


내란음모는 국토 참절,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할 목적으로 2인 이상이 모의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례들에 적시되어 있다. 조현천 전 기무사 사령관이 단독으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내란음모'와 '헌정쿠데타 미수'의 주범을 응징해야

헌정쿠데타는 1961년 5월 16일, 박정희가 불법적으로 군 병력을 이끌고 장면 민선정부를 전복한 뒤 국가권력을 탈취한 사건, 1972년 10월 17일 그가 '특별선언'이라는 반헌법적 방식으로 무력을 동원해 국회를 해산하고 위압적 분위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튼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만약 헌재가 2017년 3월에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뒤 대대적 민중항쟁이 일어났다면 박근혜는 황교안을 앞세워 계엄령을 선포하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 있는 조현천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작성을 주도했음을 이미 시인했다. 한민구는 조현천에게서 해당 문건을 받아 본 뒤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바로 그에게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 시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군이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니, 모든 논의를 종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7월 12일자).

그러나 한민구의 주장은 신뢰성과 설득력이 거의 없다. 당시 김관진(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대통령권한대행)에게 그 계획을 보고한 뒤 논의하거나 승인을 받지도 않은 채 조현천이 독자적으로 '내란음모'나 '헌정쿠데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무사 수사 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3일 오후 기무사 특별수사단 사무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방부 검찰 별관에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특수단은 이번 주말에 준비를 마치고 16일부터 공식 수사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밝혔다. 2018.7.13
▲ 기무사 수사 시작합니다 13일 오후 기무사 특별수사단 사무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방부 검찰 별관에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일, 인도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바로 그 이튿날 구성된 특별수사단 단장에는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이 임명되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단은 오는 8월 10일까지 전·현직 기무부대원, 조현천과 한민구 등을 대상으로 문건 생산 배경과 지시자, 문건의 목적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가 구성한 독립수사단 만으로 '내란음모'와 '헌정쿠데타 미수'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난 10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조현천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일선 검찰이 이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므로, 국회가 청문회를 거쳐 특별검사법을 제정해 특검이 강도 높은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검은 지금까지 드러난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물론이고 김관진, 황교안, 나아가서는 박근혜의 관련 여부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특검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저지른 헌정쿠데타와 군사반란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란음모'와 '헌정쿠데타 미수'의 주범을 응징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종철(1944년생)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던 1967년 11월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하지만 1975년 3월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다가 해직됐다. 이후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공동대표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대변인과 사무처장을 거쳐 <한겨레> 논설위원과 <연합뉴스> 대표, 사단법인 ‘한국·베트남 함께 가는 모임’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위원장, 사단법인 유라시아문화연대 이사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대표, 2016민주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는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오바마의 미국, MB의 대한민국>, <세시봉 이야기>, <박근혜 바로보기>, <폭력의 자유>, <문화의 바다로>(전 5권), <동아일보 대해부>(전 5권), 5권, <조선일보 대해부>(공저, 전 5권),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19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공저) 등이 있다.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