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밀착 회계분석에 들어간다. 당국은 같은 업종에 있는 경쟁업체와 달리 비정상적인 회계를 한 기업이 소명을 못 할 경우 회계감리까지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산업별 특성, 시장지표 등을 활용한 회계감리방식 개선'을 발표하고 이 같이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회계 분식 발생 때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상장 대기업, 경기 취약·민감 업종 내 상위기업 등 중요기업의 회계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회사별 담당자 지정...업종별 특성, 개별업체 정보 함께 검토우선 금감원은 지난해 말 시가총액,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상장회사 가운데 50대 기업을 선정하고 밀착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어 조선업 등 경기전망이 부정적인 경기 취약 업종, 유가나 환율 등의 변동에 민감한 경기 민감 업종 내 상위 대기업 등으로 분석대상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밀착 분석은 회사별로 담당자를 지정하고, 해당 업종별 특성과 개별업체와 관련한 정보 등을 함께 입체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회계 취약분야를 분석한 뒤 소명이 되지 않을 경우 회계감리 착수를 고려한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업종별 분석을 위해 금감원은 업종의 경기상황과 업종 특성 경기지표 흐름, 자산별 비중 비교, 특이계정 등을 검토한다. 또 당국은 업종별 회계 분식 사례를 분석하고 주요 경쟁업체 실적과 비교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기업의 개별 분석도 진행한다. 업체별 담당자들이 해당 기업 정보를 모니터링해 이상징후 발생 여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최근 실적, 주요 공시자료, 주가, 신용평가사 등 분석보고서, 민원, 언론·국회 등에서 제기된 회계 의혹 등을 밀착 모니터링한다.
같은 업종인데 특정 기업만 특정 시기에 이익 늘었다면 이상징후
예를 들어 철강업의 경우 전체 업황과 주요 철강제품 가격이 2013년까지 하락하다 2014년에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A사는 2013년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2014년도에 오히려 하락하는 비정상적인 추세를 보였다면, 이익을 과대 계상한 뒤 손실을 반영하는 분식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금감원은 철강업종의 비중이 높은 자산과 과거 철강업종에서 자주 발생했던 분식사례를 분석하고, 같은 업종 경쟁업체와 비교해 회계분식 개연성을 추가로 파악하게 된다. 이어 A사의 자산 구성내역, 신규 공장증설 여부 등 개별 현황을 집중 분석하고 소명이 되지 않으면 회계감리 착수를 고려한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시장지표와 기업 실적의 연계성에 대한 밀착분석 정보를 회계감리에 활용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회계감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의 회계분식 유인이 억제되는 등 사전예방적 감독목적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