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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일수 33일·열대야 지속
밀양 최고 39.4도 '살인 더위'
전국서 3000명 넘게 목숨 잃어
가뭄 겹쳐 식수난에 기우제도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남부지방을 기준으로 지난 9일 장마가 끝난 가운데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든 '열돔'(heat dome)에 한반도가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시작된 경남에서도 창원지역 기준으로 지난 12일부터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창녕지역 기온이 39.3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 기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발생한 도내 온열질환자 수(7월 18일 현재)는 119명. 이 중 지난 12일 김해 생림면 밭에서 8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폭염으로 3명이 사망했다. 닭·오리 등 폐사한 가축만 해도 3만 3524마리. 학교에서는 단축수업을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축제를 연기하는 등 불볕더위 피해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폭염에 가뭄이 겹쳤던 1994년 7월 26일 자 경남지역 한 일간지 1면. 한 달여 만에 내리는 비를 농민이 환한 얼굴로 반기는 사진이 눈에 띈다.
 폭염에 가뭄이 겹쳤던 1994년 7월 26일 자 경남지역 한 일간지 1면. 한 달여 만에 내리는 비를 농민이 환한 얼굴로 반기는 사진이 눈에 띈다.
ⓒ 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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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맹위를 떨치자 역대 최악이었던 '1994년'을 떠올리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뭄이 겹친 1994년 상황은 더 심각했다. 농촌, 도시 구분 없이 고통스러웠다. 전국적으로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람 잡는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그해 6월부터 9월까지 '살인 더위'(폭염일수 33.3일)가 이어진 경남에서는 밀양·합천지역 기준으로 7월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폭염이 지속됐다. 특히 밀양에서는 7월 20일 39.4도까지 치솟았는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로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잠 못 드는 밤'도 계속됐는데, 특히 창원지역 시민은 7월 19일부터 8월 16일까지 29일 연속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뜨겁고 목말랐던 1994년 여름을 당시 신문으로 살펴봤다. 폭염속에서 6월 말 낙동강 유독성 폐유 유입 사태로 식수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약수터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찜통더위에 가전매장에 선풍기 같은 제품이 바닥나기도 했다. 7월 초순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식수고갈,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밭작물 고사, 가축 떼죽음 기사와 사진들도 보도됐다. 냉방병, 열사병, 피부병 등 폭염환자도 급증했다.

폭염이 7월 중순까지 이어지자 에어컨 과부하로 변압기가 폭발하고, 냉방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단전 사태 초읽기'라는 제목도 있었다. 또한, 건설 현장은 멈춰서고 제조업체는 조업 단축을 하기도 했다. 창원공단에는 용수 확보도 비상이었다. 특히 폭염에 범죄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 기사도 있었다.

7월 17~18일에는 동남해역 수온이 급격히 올라 양식 어류 4만여 마리가 용존산소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에서 피해 보도가 이어졌다. '90년 만의 가뭄, 대흉작. 가을 쌀값 파동 우려' 기사도 떴다. 민·관·군 합동으로 가뭄 극복을 위해 입체작전을 펼쳤다는 소식도 있다. 헬기가 동원되고, 기업체는 장비를 지원했다.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연일 35도 넘는 날씨에 논·밭이 타들어가는 걸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진주기상대로 '항의 전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가 왜 안 오느냐"는 강력한 항의형과 "제발 비 좀 주이소"라는 애원형으로 나뉘었는데, 80%가 항의형이었다. 기상대 직원들도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20일째 불볕더위에 도내 곳곳에서는 천지신명께 '비 내려 주소서' 비는 기우제가 열렸다. 특히 7월 20일 김해 진례면에서는 이장들이 긴급회의를 거쳐 '분묘를 파헤치면 비온다'는 풍습에 따라 용지봉 꼭대기에서 특별한 기우제를 올렸다는 기사도 있다. 태풍 '월트' 영향으로 단비 소식이 점쳐졌으나 아쉽게도 비껴가버렸다. 신문제목은 '망연자실'이었다.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한밤중에 농업용수를 몰래 퍼서 레미콘 공장에 끌어다 쓴 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창원 내서읍 상곡주공아파트 주민 700여 명은 식수난에 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 식수난은 지역 간 '물 쟁탈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가뭄지원 비상근무를 해온 마산시청 시민과 소속 30대 공무원이 심장마비로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유례없는 가뭄에 그해 전국적으로 성금도 이어졌다. 다행히 태풍 영향으로 7월 26일 비가 내렸다. 이날 신문 제목은 '비…비…비가 온다. 타는 들녘 농심 생기'다. 한 달여 만에 내리는 비를 환한 얼굴로 반기는 농민 사진과 함께 "흠뻑 내려라"는 기원도 실렸다. 이날 비는 도내 평균 49.8㎜ 내렸고, 농경지 74%가 해갈됐다.

1994년과 닮은 올해 찜통더위 기세는 이어진다. 23일 지역별 최고기온은 창원 34도, 김해 35도, 밀양 36도, 거창 35도, 통영 32도로 전망된다. 창원기상대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열사병·탈진 등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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