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복귀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표팀 골키퍼로 맹활약을 펼친 조현우 대구FC 골키퍼가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조현우 복귀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표팀 골키퍼로 맹활약을 펼친 조현우 대구FC 골키퍼가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에게는 어쩌면 월드컵보다 더 어려운 무대가 바로 K리그다. 조현우는 최근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조현우가 정작 소속팀에서는 연이은 실점에 이어 프로 데뷔 첫 퇴장까지 당하며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조현의 소속팀 대구 FC는 울산 현대에 0-2로 완패했다. 대구의 수문장으로 선발 출전했던 조현우는 후반 38분 페널티박스 밖에서 핸드볼 반칙을 저질러 퇴장당하는 보기 드문 불운까지 겪으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 주가 높아진 조현우, 대구FC로 돌아온 이후에는...

울산의 역습 상황에서 조현우는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하여 페널티박스 밖으로 뛰쳐나와으나 울산 주니오가 한발 먼저 슈팅한 볼이 조현우의 팔에 맞고 굴절됐다. 주심은 조현우에게 경고 없이 바로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리플레이 화면으로 봤을 때는 조현우의 시선이 공쪽으로 향해 있지 않았고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팔에 맞았기에 고의성 없는 플레이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심판은 조현우의 플레이가 동선상 명백히 득점찬스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지체없이 퇴장을 명령했다. 조현우가 프로 데뷔 이후 퇴장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우는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안드레 감독과 대구 벤치는 강하게 항의했으나 끝내 판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미 교체 카드를 소진한 대구는 남은 시간 미드필더 류재문이 골키퍼로 출전해야 했고 끝내 만회골은 넣지 못한 채 그대로 완패를 인정해야 했다.

위협적인 헤딩슛 막아내는 조현우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 레온 고레츠카의 헤딩슛을 막아내고 있다.

▲ 위협적인 헤딩슛 막아내는 조현우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 레온 고레츠카의 헤딩슛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조현우는 지난 러시아월드컵 국가대표팀에서 2~3순위 골키퍼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신태용호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으로 출전하여 대회 내내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수확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피파랭킹 1위의 강호 독일을 상대로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끝끝내 무실점으로 골문을 사수했던 조현우의 수훈이 절대적이었다.

한국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현우라는 대형 골키퍼를 발굴한 데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조현우는 월드컵 직후 유럽 진출설까지 거론될 만큼 몸값이 수직상승했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손흥민-황의조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발탁될 만큼 높아진 주가를 실감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짧았던 월드컵의 여운을 뒤로하고 정작 소속팀으로 돌아온 직후 K리그에서 조현우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기 그지없다. 대구는 3승 5무 11패로 K리그1 12개팀 중 11위에 그치며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꼴찌 인천과도 불과 1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조현우도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무색하게 복귀 후 벌써 3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앞선 제주 원정(2-1 승), 포항 홈(0-1 패)경기에 이어 울산전에서도 클린시트(무실점 경기)에 실패했다. 대구는 올시즌 19경기에서 32실점을 내주며 인천(41실점)-전남(33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올시즌 대구의 높은 실점률은 조현우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빈약한 수비라인의 문제가 더 컸다. 오히려 조현우가 있었기에 그나마 선방한 경기가 적지 않았다. 명백한 골키퍼의 실수였거나 막을 수 있을 만한 골을 놓쳐서 내준 실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높아진 조현우에 대한 기대치에 비교하면 살짝 아쉬운 경기력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퇴장보다 타격 큰 '출장 정지', AG 위해 실전 감각 관리도 필요한데

최근에는 적어도 대량실점 경기는 없었고 조현우와 스리백 라인의 조직력이 경기를 거듭하며 조금씩 향상되어가던 시점이기에 울산전 퇴장은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김학범호의 입장에서도 조현우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김학범 감독은 추가적인 수비수 발탁도 포기하고 와일드카드에 수비자원은 골키퍼 조현우 한 명만 선택할 만큼 기대가 컸다. 기존 선수들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줘도 모자랄 시점에 수비의 핵으로 믿었던 소속팀에서 조현우가 자꾸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걱정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조현우 분투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조현우 분투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대구 입장에서는 조현우가 울산전 다이렉트 퇴장의 여파로 아시안게임 차출 전까지 남은 2경기를 뛸 수 없게 된 것이 더 큰 타격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다음달 중순 전까지 대구는 29일 전북(홈), 8월 5일 강원(원정)전을 앞두고 있었다. 가뜩이나 강등권 탈출에 갈 길 바쁜 대구로서는 모두 버거운 상대들이다.

여기에 8월 14일에 시작되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1차전부터는 대표팀에 차출된 조현우가 어차피 장기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 한국이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가정하에 대구는 시즌의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주전 골키퍼 조현우 없이 최대 6~7경기 이상을 버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일시적인 공백기를 가지게 된 조현우의 실전감각 관리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조현우가 진정한 국내 최고 수문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또한 넘어야 할 하나의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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