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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두 여성 친구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두 여성 친구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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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① 개념정리편)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과 그 뜻에 대해 알아보았다. 도구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해 대중이, 그리고 때로는 그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해를 파헤칠 때이다.

처음 다루게 될 성소수자 집단은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사실 동성애자들은 그들을 포괄하는 성소수자라는 개념보다도 인지도가 높다. 성소수자 모두를 위한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관련기사: 퀴어문화축제가 필요없는 날을 기다립니다)가 흔히 동성애 축제로 일컬어지며, 그 반대집회도 자신의 목적을 '동성애 반대'로 두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1. 동성애란 무엇인가?

'동성애'라는 단어는 본래 호모섹슈얼(Homosexual)을 의미한다. 동성에게만 성적인 끌림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단어의 쓰임을 보면 흔히 호모섹슈얼과 호모로맨틱(Homoromantic), 즉 동성에게만 로맨틱 끌림을 느낀다는 뜻이 혼합되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도 동성애는 그 둘 모두를 칭할 때 사용될 것이다.

2. 동성애자는 '문란하다'?
  

동성애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바로 그들이 문란하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서 동성애는 흔히 '항문성교'로 일컬어지며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또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단순히 성적인 이유로 사귀는 성중독자라고 불린다. 그들은 그 근거로 퀴어문화축제의 '난잡한'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이는 조작된 모습이다. 실제로 퀴어문화축제를 찾아가 보면, 그러한 사진들에 나타난 모습의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열 중 한둘도 되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서 주장하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들은 과거의 일들로, 이미 바로잡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더하여, 개인의 성생활은 동성애자들도 대중과 다를 것 없이 사람마다 다르다. 일부 동성애자들이 이른바 난잡한 성생활을 하더라도, 대중의 일부가 그러한 생활을 하는 것이 대중 전체가 문란하다는 근거가 되지 않듯이 그들의 성생활은 동성애자들 전체의 행위로 일반화될 수 없다. 이는 동성애자뿐만이 아니라 이후 다룰 양성애 범주나 트랜스젠더 등 다른 성소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단지 개인의 차이일 뿐, 그것이 전체의 특징은 아니라는 말이다.

3. 동성간 성행위는 에이즈의 원인이다?

동성간 성행위가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의 원인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혐오세력들의 오랜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남성 동성애자(즉, 게이)들 사이의 항문성교가 에이즈를 퍼트린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근거로서 에이즈 감염자의 성비를 제시한다. 에이즈 감염자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약 12:1) 많기 때문에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관계가 에이즈 전파의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항문성교를 하면 무조건 에이즈에 걸린다는 식의 말은 거짓이다. 에이즈는 감염자의 체액(혈액, 쿠퍼액, 정액 등)이 직접 교환(점막 접촉, 혈관 주입 등)될 때 감염되는데, 이는 콘돔의 사용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항문성교가 성교의 방식 중 에이즈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은 직장과 항문의 점막이 약하기 때문에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서 생긴 말이다. 역시 충분한 안전조치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항문성교가 에이즈 전파의 원인이라는 그들의 가정에 따라 생각해보더라도 허점은 남는다. 단순히 에이즈를 옮기기 때문에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면, 오히려 여성간 동성애는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 중 감염자가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여성 동성애자들은 설령 항문성교를 하더라도 체액교환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이즈가 전파될 확률이 매우 낮다. 그에 비하면 항문성교를 하는 이성애 커플은 어떠한가? 과연 금지해야 하는 것은 '동성애'일까?

마지막으로, 동성애의 여부를 떠나 사람을 특정 질병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에이즈는 이제 통제가 가능한 질병이다. CDC(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에이즈 정보 페이지에 따르면 에이즈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체내 바이러스를 검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이렇게 미검출자가 된 감염인은 타인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키지 않는다. 에이즈가 통제불능의 질병이라는 공포도 옛말이 된 것이다.

4. 동성 결혼은 불법이다?

'동성 결혼 합법화'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잘못 사용되는 말이다. 동성 결혼은 애초에 불법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민법에서는 제 3장에서 혼인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에 동성간 결혼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어 혼인의 근거가 없을 뿐이다. 따라서 동성 결혼 합법화가 아닌 동성 결혼 '법제화'가 옳은 표현이다.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동성 결혼 합법화나 법제화가 아닌 '혼인평권'이라는 말을 사용하자는 운동 또한 존재한다. 혼인평권(婚姻平權)은 '혼인에 있어 평등할 권리'를 부르는 말로, 대만의 동성혼 합법화 운동에서 쓰였던 말이다. 젠더의 개념이 도입되고 성별이 남녀 이상으로 확장됨에 따라, 법적 성별이 동성인 사람들의 혼인이 젠더로 따지면 서로 다른 성별간의 혼인이 되거나 그 역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혼인평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동성 결혼 대신 생활동반자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후 별개의 기사로 서술할 예정이다.

5. 동성 부부는 아이를 키워서는 안 된다?

동성 결혼과 항상 함께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동성 부부의 육아 문제이다. 동성 부부가 자녀를 입양하는 것을 막고 있는 대표적인 주장은 '한 가정에 있어 남자와 여자가 자녀들에게 각각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양육자는 아이의 여성상을 정립하고 남성 양육자는 아이의 남성상을 정립해야 하는데, 혐오세력의 말에 따르면 동성 부부의 경우 여성만 존재하거나 남성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가 자람에 있어 결핍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문제가 있다. 이 주장은 기존의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가족상이 아이의 발달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미 이성애자 부부 사이에서도 전통적인 가족상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강인하고 외향적이어서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약하고 내향적이어서 집안일이나 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족상은 페미니즘이 퍼짐에 따라 갈수록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여자라고 해서 '남자의 일'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데 과연 동성의 부부 밑에서 자란 자녀에게만 무조건 결핍이 일어날 이유가 있을까?

또, 동성 부부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 쉽기 때문에 동성 부부의 입양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것도 앞뒤가 뒤집힌 주장이다. 다른 가정의 경우 자녀가 따돌림을 당한다고 해서 애초에 자녀를 낳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동성 부부에게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따돌림을 이유로 자녀를 입양할 권리를 뺏을까? 양육자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따돌림이 일어난다면, 입양을 금지하는 대신 오히려 동성애자의 자녀라는 이유로 차별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원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듯, 동성 부부의 자녀에 대한 따돌림의 원인도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태그:#성소수자_오해와_진실, #성소수자, #퀴어,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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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길냥이 집사이자 사회적 소수자. 제 시점의, 제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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