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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복이다. 섭씨 100도가 넘는 솥 안에서 더위를 대신 다 가져간 국물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중복이다. 섭씨 100도가 넘는 솥 안에서 더위를 대신 다 가져간 국물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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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이러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덥다. 더위를 먹었을 때에는 유독 국물이 당긴다. 먹기도 수월하고, 식품 고유의 영양분도 훨씬 많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여름 음식 하면 생각나는 '대표 주자' 삼계탕 역시 닭을 오랜 시간 동안 고아 만든 음식이다. 하지만 복날 삼계탕집 앞을 찾아가면 구름같은 줄에 놀란다.

삼계탕 맛집을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원래 복날에는 육개장과 같은 고깃국물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얼큰하면서도 몸보신 확실히 할 수 있는 복날 '고깃국물'들, 그 중에서도 수도권, 부산, 광주 등 각 대도시에서 한 시간 안으로, 또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물요리와 탕을 소개한다. 복날 퇴근길에, 아니면 중복과 말복 전후의 휴일에 '드라이브' 가기 좋은 곳들이다.

전철 타고 '후루룩' 하는 소머리국밥 한 사발

소머리국밥만큼 재료와 이름이 직관적으로 맞는 음식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다.
 소머리국밥만큼 재료와 이름이 직관적으로 맞는 음식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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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으로 유명세를 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이라지만, 곤지암의 정말 진가는 '소머리국밥'이다. 소머리국밥집이 모인 골목 앞 버스정류장의 이름이 '곤지암1리, 소머리국밥'일 정도이다. 3번 국도, 중부고속도로 등 편리한 교통망이 곤지암을 파고들면서 생겨난 먹거리가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이니 자체의 역사는 길지 않다. 그래도 다른 지역의 소머리국밥에 비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다.

뚝배기 안에는 머릿고기부터 소의 우설, 눈밑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부위들이 가득 들어간다. 특자를 하나 시커놓은 다음 후추를 뿌리고 기호에 맞게 소금을 쳐서 국물 맛을 한 번 본 다음 고기 한 점을 크게 씹으면 기운이 살아난다. 음식 맛에 푹 빠진 다음 정신을 차릴 즈음이면 바닥난 뚝배기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이나 배연정 소머리국밥집이 사람들에게 꽤나 유명하다.

곤지암은 퇴근하고 향하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하루 날 잡고 더위사냥 여행을 가기에도 좋다. 판교에서 경강선을 타면 넉넉잡아 20분 안에 곤지암에 도착한다. LG 구본무 전 회장이 자주 들렀다던 화담숲에 가서 푸른 신록을 느낄 수도 있고, 경기도자박물관에서는 경기도 도자의 역사를 알아본 다음 도자와 관련된 문화재를 볼 수도 있다. 마음에 든다면 경기지역 장인들의 도자기도 구매할 수 있다.

삼계탕 부담스럽다면 골목 안 닭곰탕 드셔 보세요
삼계탕이 부담스럽다면 닭곰탕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게 입구에서 직원이 직접 닭고기를 찢고 있다면 직접 닭곰탕을 하는 집이다.
 삼계탕이 부담스럽다면 닭곰탕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게 입구에서 직원이 직접 닭고기를 찢고 있다면 직접 닭곰탕을 하는 집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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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마리를 통째로 먹는 삼계탕은 식사 양이 적은 사람들에게 고역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양 적은 사람들을 위한 반계탕이 나오는 등 배려가 있기도 하지만, 닭을 발라먹기 귀찮거나 손을 더럽히기 어려운 경우 무리가 따를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닭곰탕을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짧은 시간 안에 잡는 영계의 닭맛과 다른, 깊은 맛의 노계로 끓이는 닭곰탕집에서 말이다.

노계로 끓인 닭곰탕에서는 닭육수답지 않게 깊은 맛이 우러난다. 특히 이들 닭곰탕은 치킨이나 시중의 삼계탕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두툼한 닭껍질이 사람들의 식감을 돋운다. 그래서 닭곰탕을 시키면서 껍질만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많단다. 고기 역시 평소 접하는 영계와는 다르게 두툼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서울 도심에서 닭곰탕으로 유명한 두 곳이 있다. 남대문시장 안에 닭진미집이 있고, 중구 인현동2가에는 황평집이 있다. 두 곳 모두 노계를 써서 만드는 닭곰탕집으로 사람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

시원하게 닭곰탕을 먹고 미묘한 아쉬움이 든다면 두 집에서 가까운 대한극장에 찾아가 시원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1958년부터 영업한 '영화의 대명사 충무로'의 상징이니 말이다.

용인 끝자락, 순대국집 상표로만 알았던 백암 가보세요

뽀얀 국물의 백암 순대국.
 뽀얀 국물의 백암 순대국.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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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접미사가 있다. 거리의 간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던 '백암순대'가 바로 그것인데, 백암이 '병천'처럼 순대의 명소인 것은 기억해도 어디에 있는 지명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찾아가는 백암면은 용인과 안성 사이의 크지 않은 동네인데, 5일장이 현재도 열리는 등 시골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용인 백암순대는 안에 시래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으로 만드는 순대답게 두툼한 소창순대에는 씹는 맛이 가득하다. 가벼운 듯 하면서 육향이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 한껏 들이키면 여름 더위는 저리가라다. 제일식당과 중앙식당이 유명한데, 오돌뼈의 유무나 육수의 맛, 뚝배기에 나오는지의 유무 등이 디테일하게 다르기 때문에 미리 차이를 알고 찾아가는 것도 좋다.

백암면은 조용한 분위기의 시골마을이지만 교통은 편리하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가 자주 다니고, 수원과 용인 시내에서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매 1일과 6일마다 서는 오일장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국내 최대의 사설 식물원인 한택식물원도 가볼 법 하다. <대장금>, <해를 품은 달>, <주몽> 등 굵직한 사극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MBC 용인대장금파크도 백암의 이색적인 여행지이다.

'부산사람 소울 푸드', 복날이라고 못 즐길 것 있나요
돼지국밥 안에 새우젓을 원하는만큼 치고, 정구지(부추)를 원하는만큼 넣으면 딱 맞는 맛이 나온다.
 돼지국밥 안에 새우젓을 원하는만큼 치고, 정구지(부추)를 원하는만큼 넣으면 딱 맞는 맛이 나온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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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돼지국밥만큼 와일드하게 고기 그 자체를 담아낸 음식이 없다. 재료의 진한 향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진하게 밀려오고, 최영철 시인은 그런 돼지국밥에 야성적인 음식이라는 뜻을 담아 <야성은 빛나다>라는 시를 지었을 정도이다. 어묵과 더불어 부산이 아닌 지역에서의 맛이 꽤나 달라, 미식가들이 부산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내장과 고기를 섞어 주문하면 나오는 육향이 가득한 뚝배기 안에 정구지(부추)를 잘 넣어 숨을 죽이고, 기호에 따라 새우젓과 양념을 넣으며 딱 간이 잘 맞게 떨어진 돼지국밥을 입에 넣는 순간 땀이 절로 난다. '한 술에 고기 한 점'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처럼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고기와 내장이 딸려나온다. 뚝배기가 비워질 쯤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먹은 듯한 느낌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부산 전역에 돼지국밥의 맛집이 있다. 각각의 집이 특색이 있어 여러 곳을 다녀보는 것이 좋은데, 서면에는 돼지국밥 거리가 있어 찾아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산에 사는 친구에게 돼지국밥집 한 곳을 추천받는 것이다. 간만에 만난 부산 친구와 함께 에어컨 빵빵한 돼지국밥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돼지국밥을 곁들인다면 겉은 시원하고 속은 뜨거워지는 진정한 몸보신이 되지 않을까.

나주의 별미, 나주곰탕 한 그릇이면 몸이 풀려요

한 그릇에 소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듯한 나주곰탕.
 한 그릇에 소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듯한 나주곰탕.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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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 영산포 홍어와 나주배라지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열풍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곰탕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나주곰탕은 평소 만나볼 수 있는 곰탕과는 다르게 연한 빛깔의 맑은 국물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얄팍하지 않고 깊은 국물 맛이 난다. 뼈국물만을 접해왔다면 특유의 기름지지 않은 맛에 나주곰탕에 반할지도 모른다.

나주가 곰탕으로 유명한 이유는 나주의제일식당과 중앙식당이 유명한데, 역사에서 기인한다. 나주는 현재 시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5일장이 처음으로 열린 곳이라 전해진다. 평야가 많아 풍족하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소를 구하기도 쉬웠고, 5일장이 열리던 나주장 앞 관아의 관리들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다보니 곰탕이 잘 팔렸다고 한다. 이 나주곰탕이 장돌뱅이들에게 전해지고 전해져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단다.

나주곰탕을 먹고 싶다면 광주에서 160번, 1160번 버스를 타고 나주시내로 향하면 된다. 금성관 앞 시장골목 초입에 곰탕거리가 마련되어 있어 찾기가 꽤나 쉽다. 하얀집과 노안집 등이 유명한데, 두 집이 모두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나주곰탕을 먹고 난 뒤에는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국립나주박물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장고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태그:#삼복더위, #몸보신, #국물요리, #음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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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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