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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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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그와의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게다가 기자가 기자를 상대로 취재를 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를 찾은 이유는 최근 불거진 TV조선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의 뒷거래 의혹을 듣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국정농단 특종보도 TV조선, 뒤로는 청와대에 정보 제공)

기자는 최근 2016년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작성한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폰 내용을 분석한 자료부터, 일부 피의자들의 심문 조서까지 내용이 상당했다. 등장인물도 최순실부터, 안종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 대부분은 이미 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아직 영어의 몸이다. 그리고, 이번 기록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 '불상(不祥, 명확하지 않은)의 언론사 간부'가 있다.

2년 전 2016년 여름도 올해만큼 뜨거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열었던 이진동 전 부장은 바로 '이 간부'를 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단지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한 손에는 <이렇게 시작되었다>(개마고원)라는 책 한 권도 들려 있었다. 잠시 인사를 나눴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전 부장과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 (그에게 검찰 기록 등을 보여주며)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잠시 말을 잇지 않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 이 기록에 나오는 '불상의 언론사 간부'가 TV조선 내부 간부죠?
"예상은 했지만... 이미 언론에 공개된 마당에, (2016년 당시) 경제부장이었죠."

그가 입을 열었다 "경제부장이었죠"

기자가 취재한 검찰 관계자, 수사기록과 국정농단 재판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2016년 7~8월 당시 경제부장이었던 정석영(현 미디어본부장)씨는 TV조선의 국정농단 취재 관련 정보를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뿐만 아니다. 정 전 부장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내는 이른바 '반성문' 작성까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 (이 전 부장의 책을 보며) 저도 책을 봤어요. 사실 TV조선이 2016년 미르, K스포츠재단 의 청와대 개입 의혹 보도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국정농단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났잖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쉽지 않았구나', '내부에서조차 청와대와 내통하면서, 사실상 취재를 막으려고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죠. 노골적인 취재 방해행위였죠. 사실 취재 당시부터 회사 내부 간부 누군가가 정보를 흘리면서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긴 했어요. 제가 우리 '펭귄팀'(TV조선의 국정농단 기획취재팀을 일컫는 말)으로 속해있는 취재 기자들에게 매일같이 '입조심'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죠. 후배들은 확실하게 보안을 지켜줬어요."

- 책에도 미르재단 보도과정에서 당시 경제부장과 마찰을 빚었다고 써 있더군요.
"그랬죠. 당시 TV조선 경제부장은 우리가 미르재단 관련 특종을 처음으로 내놓는 날(2016년 7월 26일)부터 제동을 걸었어요. 그는 당시 보도본부장을 찾아가 '미르재단에서 거액을 협찬 받기로 했는데, 기사가 나가면 차질을 빚는다'고 했던 것으로 알아요. 그때 저녁 종합뉴스까지 채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설전 끝에 겨우 기사를 출고시켰습니다. 기사도 그대로 나가고 협찬 건은 없던 일이 됐지만, 그 이후에도 훼방을 놓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 그 '느낌'이 '느낌'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지게 된 계기라도 있나요.
"(검찰 기록을 가리키며) 어찌됐든 우리를 시작으로 언론과 국민들의 힘으로, 검찰과 특검 등의 수사가 진행됐잖아요. 또 최순실, 안종범이 구속된 후 재판이 시작되면서, 저의 의심과 느낌들은 사실로 드러났죠."

- 언제쯤인가요.
"지난해 2월 6일 최순실 법정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나와요. 그리고 이 전 총장이 '최순실이 자신을 회유할 때 녹음을 해뒀는데, 그게 모 언론인을 통해 안종범에게 건너갔다'고 진술합니다. 그래서 그걸 듣고 기자들에게 '모 언론인을 검찰에 확인해보라'고 시켰어요. 아니나 다를까, 미르재단 첫 기사 때 제동을 걸었던 경제부장이었던 거죠."

특종의 찬사에 가려진 어두운 그늘

 지난 2016년 7월 TV조선 편집 고위간부가 당시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에게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대화 내용 등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휴대폰을 압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7월 TV조선 편집 고위간부가 당시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에게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대화 내용 등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휴대폰을 압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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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0도가 넘는 카페 밖의 후덥지근한 열기가 어느새 이 전 부장의 얼굴에도 전해졌다. 그는 아이스커피를 깊게 들이마신 후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25년을 훌쩍넘은 기자생활로 수많은 취재원을 상대했던 베테랑 기자였지만, 이날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또 다른 취재원이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때는 (경제부장이) 최순실이 이성한을 회유하던 녹음파일 하나만 (안종범 전 수석에게) 넘겨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아니, 상황이 훨씬 심각했습니다. 안 전 수석에게 총 3건의 녹음파일과, 이성한이 '앞으로 입을 다물겠다'는 각서까지 모두 이 간부가 안종범에게 전달해준 거예요. 사실 책을 쓰기 전에 이같은 사실을 알았는데... 책에는 그것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신원을 드러내지는 않았죠."

- 책 중간중간에 나온 '모(某) 언론인'을 말하시는 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 사실 저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놀랐는데요. 그동안 TV조선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촉발시킨 보도로 언론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 전 부장의 말씀대로라면, 회사 내부에 청와대와 따로 거래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곧장) 바로 그 점이예요. 그동안 TV조선의 실체가 국정농단 특종을 했다는 찬사 속에 가려져 있었던 거죠. 상식적으로 이같은 특종을 내보낸 언론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 상상하기 어렵죠.
"기자 입장에서 이런저런 취재를 하다 보면 영화 같은 일을 마주하는 일도 있어요. 어떤 때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잖아요. 여기 보세요. 같은 조직에서 한쪽에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행위들을 드러내기 위해 밤잠 안 자고 취재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그걸 막으려고 국정농단 세력과 내통하면서 뒷거래 하는 일... 이것은 영화 같은 얘기예요. 영화 <내부자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잖아요."

'내통', '뒷거래'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리고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아이스커피잔이 어느새 비어 있었다. 그에게 좀더 다가 앉았다.  

- '뒷거래'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거래일까요.
"자, 검찰에 압수된 안종범의 휴대전화에서 이 간부가 보내준 녹음파일 3개가 나와요. 하나는 2016년 7월 28일 우리 펭귄팀이 '안종범이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사퇴요구를 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직후 이성한 전 총장과 대책을 협의하는 전화통화예요. 또 하나는 8월 16일 미르 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 통화 녹음파일예요. 이들 통화시간이 각각 26분, 15분 정도 분량이니, 상당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거예요."

"한쪽에선 밤잠 안 자고 국정농단 취재, 또 한쪽에선 그 세력과 내통"

- 그렇죠. 전화로 20분 넘게 이야기를 하는 건, 꽤 많은 내용이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 검찰 기록에는 통화 요지 정도로 정리돼 있지만.
"아마 안종범에게 넘겨준 녹음 파일 내용이 전부 공개되면 더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하나 8월 19일 파일도 있습니다."

- 8월 19일 파일요?
"네. 거기에는 최순실이 이성한을 한강으로 불러내 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예요. 그리고, 이성한이 안종범에게 사죄하고 더 이상 우리 펭귄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입다물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이것도 안종범 휴대폰에 들어있어요. 물론 사진을 찍어 안종범에게 보내준 사람도 TV조선 경제부장이예요."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법정에서 각서를 쓰고 있던 현장에 그동안 통화했던 언론사 간부(TV조선 경제부장)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그 간부가 자신이 쓴 각서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 책을 보면, 이성한 전 총장이 당시 펭귄팀에게도 매우 주요한 취재원이었던 것 같던데요. 이 전 총장을 전담으로 마크하는 기자를 둘 정도로.
"그랬죠. 나도 이 전 총장과 수차례 만나면서 취재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고... 사실 이 전 총장과 그 간부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청와대로 넘어갔을지 짐작이 잘 안돼요. 이건 엄밀히 말하면 TV조선 내부 펭귄팀의 취재 업무를 방해한 행위예요. 왜냐하면 청와대는 경제부장이 보내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농단 행위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여러 대책들을 세우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정황들이 나와요. 이제와서 돌아보면 참담하죠."

그는 인터뷰 내내 낮은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취재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말을 할때는 억양이 올라가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 업무방해요?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당시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을 상대로 통화기록과 내용 등을 수사하고, 그리고 피의자들을 불러서 신문도 했잖아요. 그러면서도 정작 주요 파일을 넘긴 언론인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도 안 했어요. 수사기록에도 '불상의 언론인'이라는 써놓고.
"사실 검찰이 왜 당시에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 엄밀히 말하면 검찰이 내용을 쥐고 있으면서도 조사를 하지 않고 덮어버린 것인데... 다만 제가 후배 기자들을 통해 '검찰이 왜 덮어줬는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 뭐라고 하던가요. (검찰은 기자에게 당시에는 국정농단 수사에 집중하느라, TV조선 간부에 대한 조사는 신경쓸 여지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검찰 쪽에서 나온 말이 'TV조선이 처음 이 사건을 보도했고 수사 시작했을 때도 자료 협조를 해줬는데, 굳이 논란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를 받아왔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건 검찰의 핑계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꼭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건 검찰의 핑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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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팽팽한 긴장 속에 이어졌다. 시간도 한 시간을 넘어섰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가끔 쓴 웃음을 지어 보이긴 했지만, 기분이 좋을리 없을 것이다. 그래도 기자와 헤어질 땐 한껏 표정은 나아 보였다.

다시 그에게 물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발단이 된 보도를 한 장본인으로서, 지금 진행중인 재판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지금 박근혜-최순실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서, 형량이 많다거나 적다거나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알다시피 대통령과 비선측근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건 권위주의적 통치행태와 정경유착이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예요. 저는 촛불을 든 국민들이 이같은 과거 질서에 대해 심판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재판도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죠. 미르와 K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돈을 내고, 정유라(최순실의 딸)에 대해 특혜성 승마 지원을 한 기업을 두고, 법원이 '강요에 의한 일방적 피해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봐요.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재판부도 잘 알것이라고 보구요. 사실, 이게 끝이 아니예요. 최순실 재산형성 의혹이나 F35A 국방사업 개입 의혹 등 아직도 풀리지 않은 사건들이 많아요. 아직도..."

그는 '본질'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썼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 추운 겨울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친 함성을 다시 새겨보라고도 했다.

그와 나는 동시에 물을 마셨고, 잠시 있다가 그의 책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옮겼다.

* [이진동의 증언 ②] ""내 책 출판, 회사에선 계약 파기까지 요구했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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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많은 분들께 배우고, 듣고, 생각하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