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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가 이마트민주노조에 보낸 공문.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때, 대형마트와 지역상인회들끼리만 논의했다고 적시돼 있다.
 하남시가 이마트민주노조에 보낸 공문.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때, 대형마트와 지역상인회들끼리만 논의했다고 적시돼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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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시가 최근 시내 대형마트 휴업일을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마트 노동자를 배제하고 대형마트 휴업일을 지정한 게 문제가 되자 뒤늦게 바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17일 경기 하남시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 GS슈퍼마켓 등 하남시에 있는 대형마트 휴업일은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이다. 하남시 대형마트의 평일 휴업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평일 휴무에 마트 노동자들 불만, "가족과 함께 할 시간 없어"

그런데 하남 지역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불만이 많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쉬게 되면, 사실상 가족들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마트에 근무하는 A씨는 "맞벌이를 하는 집사람과는 퇴근하고 잠깐 볼 뿐이고,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다"며 "다른 동료들도 그렇고 주말에라도 쉬면 같이 나들이라도 갈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사실 평일에 쉬면 가족들이 다 나가고, 혼자서만 쉬는 것인데, 쉰다는 의미가 없는 거 같다"며 "서울이나 다른 지역은 일요일에 쉬는 지역이 많은데, 사실 부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지자체장이 공휴일(토, 일) 중 지정하도록 규정한다. 공휴일이 아닌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경우, 이해당사자들끼리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에는 '이해당사자'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있지는 않다.

하남시의 의무휴업일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관계자와 하남 지역 상인회가 논의해 결정했다. 그런데 마트 노동자들은 결정 과정에서 제외됐다. 노동자들의 쉬는 날을 결정하는데, 정작 마트 노동자는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된 것이다.

하남시 "의무휴업일 지정은 이해당사자끼리 협의"한다며 노동자는 제외

지난달 하남시가 한국노총 이마트민주노조에 공문을 보내 "의무휴업일은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할 수 있다. 본 건에 대해서는 하남시 전통시장 상인회와 대규모 점포간 합의에 의거(의해) 공휴일이 결정됐다"고 통지했다.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은 "하남시 담당자에게도 마트 노동자는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마트 휴업일은 근로자 건강권 확보가 최우선 목적인데, 마트 노동자가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해당사자의 범위는 외부 이해당사자(상인 등) 뿐만 아니라 내부 이해당사자(마트 노동자 등)까지 포함되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남시는 하남시 조례를 근거로 이해당사자 기준을 정했다고 했다. 강환천 하남시 지역공동체팀장은 "조례를 보면 대형마트와 대규모점포 개설자, 주변 중소유통기업 그리고 주변 상인 및 주민 등 이해관계인으로 정하고 있어, 그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남시는 협약서 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마트민주노조는 최근 대형마트와 지역 상인회가 체결한 협약서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런데 "협약서가 없다(부존재)"는 답변을 받았다.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근거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협약서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문제 제기하자 태도 바꿔

김 위원장은 "하남시에 직접 찾아가서,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협약서가 없다는 답변을 했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협약서를 근거로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하남시는 태도를 바꾼다. 먼저 하남시는 최근 의무 휴업일을 다시 협의하도록 대형마트와 지역상인회에 협조 요청을 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마트노조 쪽에도 지난 11일 공문을 보내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하남시 관계자는 "합의문에 보면 3년 이후 (의무휴업일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 대형마트와 상인들에게 (의무휴업일 재조정)권고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의무휴업일 협약서 존재 여부에 대해 하남시 관계자는 "오래 전 서류라 담당자가 찾지 못했던 것 같고, 협약서는 사본으로 갖고 있다"며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있으면, 협약서 사본을 공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기도의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자 하남시가 입장을 바꾼 것 같다"며 "수년간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가, 문제가 될 거 같으니까 뒤늦게 움직이는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태그:#의무휴업일,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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