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리랑' 무대로 감동을 선사했던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해체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두 선수가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지난 18일 알렉산더 겜린은 자신의 SNS를 통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한국 국가대표로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유라와의 파트너십을 3년 만에 끝내기로 결정하기로 해 매우 유감이고 슬프다"고 밝혔다. 이후 민유라는 겜린의 말에 관해 '겜린의 훈련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겜린 "파트너십 끝내 유감" 민유라 "겜린이 나태해져"

민유라-겜린 '감동의 아리랑' 피겨 민유라-알렉스 겜린 선수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싱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민유라-겜린 '감동의 아리랑' 피겨 민유라-알렉스 겜린 선수가 지난 2월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싱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겜린은 "한국 대표로 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은 내 가슴 속에 깊이 간직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스댄서로서 나의 여정을 지지해줬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민유라-겜린 조는 지난 2015년에 결성돼 한국 국가대표로 뛰기 시작했다. 특히 평창을 앞두고 한국의 유일한 피겨 아이스댄스 조였으며,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던 2017년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4위에 올라 16년 만에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조가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들은 꿈의 무대였던 평창 올림픽에서 프리댄스에 진출해 '아리랑' 프로그램을 은반 위에 수 놓으며 많은 박수를 받았고 최종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역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또한 이들은 오랜 기간 '고 펀드 미'를 통해 후원금을 받았는데,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후원금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에게 기부한 사람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이들에게 모인 후원금은 1억 원이 넘었다.

겜린이 해체 의사를 밝히자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충격을 받은 팬들의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펀딩을 통해 받은 후원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네티즌들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민유라는 겜린이 해체 의사를 밝힌 지 몇 시간이 지나 자신의 SNS를 통해 해체 경위를 전했다. 민유라의 말에 따르면, 이들이 해체하게 된 것은 겜린의 훈련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주까지 겜린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잘 맞춰 오는 동안 변화가 있었습니다. 겜린이 너무 나태해져서 지난 2개월 동안 코치님들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겜린은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지지난 주까지도 사전 연습 없이 링크에 들어오고 열심히 안 하길래, 제가 개인적으로 겜린에게 이렇게 굼뜨게 타면 이번에도 또 꼴찌를 할 텐데 그럴 바에는 스케이트를 타지 말자고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유라는 "또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분들이 이러다가 또 사고가 생길수도 있으니 겜린이 준비가 될 때까지 연습을 중단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변화가 없어 며칠간 스케이팅을 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고 전했다.

또 민유라-겜린 앞으로 약 1억 원 가량 모인 고 펀드미 후원금에 대해선 "겜린 부모님이 시작한 것이라서 펀드는 모두 겜린 부모님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하지만 그 내용을 팬들께서 궁금해 하신다고 겜린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외에 팬들께서 궁금하신 것을 제가 놓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아는 대로 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 밝혔다.

이들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면서 자칫 '폭로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해 3년간 피겨 무대에서 감동의 연기와 값진 성과를 냈던 이들이기에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한편 최근 평창 올림픽 피겨 페어스케이팅 대표로 나섰던 김규은-감강찬 조도 해체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아이스댄스 민유라-겜린 조까지 해체되면서, 현재 한국 피겨에 시니어 혼성 대표팀은 단 한 팀도 남지 않게 됐다.

민유라-겜린 '환상 연기'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 경기가 열린 가운데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민유라-겜린 '환상 연기' 지난 2월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 경기가 열린 가운데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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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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