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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의 결과는 그 차이가 1표에 불과하더라도 승자와 패자로 분명하게 나뉜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1표 차이로 승자였다가 패자가 되는 경우도 벌어졌다.

한국 정치의 거목이자 현대사에서 그를 빼놓고 논하기가 힘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과 달리 패자의 경험으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1954년 목포에서 제 3대 총선에 도전해 5위로 낙선한 이래,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세 번의 실패와 네 번째 도전이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겨우 당선의 영예를 얻었다(하지만 당선된 뒤 이틀 만에 5.16을 만나 실제 배지는 달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까지 그가 도전한 14번의 선거 중 당선된 수는 절반인 일곱 번이다.

그를 이어 대통령이 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이력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도전에서 성공해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그는 총 일곱 번 치른 선거에서 네 번 낙선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도전에서의 실패를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었으며, 한국 정치사에서 기둥 역할을 했다. 패배를 돌아보며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이 시대정신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 선거라는 마지막 승부에서 승자가 되었다.

어떤 선거의 결과에는 많은 이유가 담겨있을 것이다. 흔히 '선거는 구도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정치적 지형이 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여기에 선거 때마다 형성되는 여론의 흐름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그렇다고 하여 정치적 환경과 여론의 흐름이 전적으로 그 결과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같은 조건 아래 유리한 가운데서 패배하는 경우도 있고 불리한 조건 속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주어진 환경보다는 자기 안에서의 문제를 찾아내고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사람이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6.13 선거에서 패자로 불리는 세 명의 도전자와 후일담을 나누었다.

지난 16일 한 커피숍에서 전북 전주시의회에 도전한 김강수(54세, 평화‧서학동, 민평당), 김선효(29세, 평화‧서학동, 민평당), 한승우(51세, 삼천동, 정의당)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선, 그 후... "참 많이 아팠죠"

좌측부터 김선효, 한승우, 김강수씨다. 7월 16일 오후 평화동 한 커피숍에서 두시간에 걸쳐 6월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좌담회에 참석한 세명의 낙선자 좌측부터 김선효, 한승우, 김강수씨다. 7월 16일 오후 평화동 한 커피숍에서 두시간에 걸쳐 6월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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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효 후보는 4인을 뽑는 선거구에 9명이 도전한 가운데 6.74%의 득표율로 6위를, 김강수 후보는 같은 선거구에서 4.54%의 득표율로 8위를 차지했다(4위로 당선된 후보의 득표율은 15.56% 였다). 한승우 후보는 3인을 뽑는 선거구에 8명이 도전한 가운데 12.88%의 득표율을 얻었고 4위로 낙선했다(3위로 당선된 후보의 득표율은 14.77%였다).

먼저 '선거 후 어떻게 지냈는지'와 '본인이 생각하는 선거에서의 실패 요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선거기간 동안 5~6Kg의 체중이 빠졌고 현재는 신체적으로는 많이 회복되었다는 한승우 씨의 이야기다.

"참 많이 아팠죠. 김대중 대통령이 도전한 때는 여기 계신 선효 씨처럼 젊은 시절이었고 실패도 자산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처지였다고 봅니다. 이제 51살이고 다시 도전하는 데 기회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선거 결과는 제가 예측했던 것에 근접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 선거와 다르지 않고 지역 내에서의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의 합계가 66%가량 되는 게 그걸 말해주죠.

헌데 저는 우리 당(정의당)에 모아졌던 정당 지지율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만큼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거죠. 부족한 점이 어디에서 있었는지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쉽게 본 건 아니지만 정치와 현실이 만만치 않은 것이라고 느꼈달까요?" (한승우)

한승우씨는 정치가 연애와 같다고 여긴다며 부연하였다. "유권자가 마음을 열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가가면서 어느 순간 마음을 얻어 내는 것이 정치와 연애가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정치활동 계획을 밝혔다.
▲ 정의당 한승우씨 한승우씨는 정치가 연애와 같다고 여긴다며 부연하였다. "유권자가 마음을 열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가가면서 어느 순간 마음을 얻어 내는 것이 정치와 연애가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정치활동 계획을 밝혔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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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시작되는 시간부터 들려오는 초반 소식을 듣고 끝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곁에 있던 지지자들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죠. 선거 사무실을 3일 후에 정리했는데 그때부터 몸이 말을 하더라고요. 몸살을 지독히 앓았고 보름간은 아무것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허리가 좀 불편합니다. 아직도 길을 다니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는 누군가가 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아직은 면목이 서지 않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왔는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마을신문 활동도 해왔고 주민자치위원회 활동도 해왔고 저를 겪어온 분들은 저를 인정해 주었는데 이번 선거가 저의 그런 면모를 제대로 평가하고 담았는지가 아쉽습니다. 민주당의 가, 나, 다, 라 후보도 그렇지만 당내에서도 다번의 기호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김강수라는 사람의 면모를 평가하지 않고 다만 기호로 평가받은 것 같아서 아픔이 큽니다. 촛불 혁명에 민주당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세력이 함께하지 않았습니까? 중앙에서의 적폐는 청산되어 가는데 지역에서의 적폐는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김강수)

인물과 일꾼으로서의 지방의원을 배출해내지 못했다는 김강수씨의 평이다. 그는 이번 선거가 '중앙 정치판이 지역 선거에 고스란히 담긴 결과'라고 본다.

"서운한 게 참 많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워낙 잘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걸어두고 '문 대통령과 함께 하는 시의원', '민주당과 함께하는 지방정치'를 표방하기만 해도 충분할 만큼 압도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청년후보에게 기호에서 어드밴티지도 부여하고 금전적으로도 지원을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정의당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는데 청년후보면 500만 원, 여성후보면 500만 원 여성 청년후보면 1000만 원의 지원금이 있었다고 합니다.

헌데 우리 당(민주평화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거든요. 4명 뽑는 선거구에 9명이 나왔는데 그 와중에 저를 알리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오랫동안 지역민과 접촉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죠. 정치신인이 자신을 알리고 표를 얻기에는 선거구가 너무 광범위한 거죠." (김선효)

김선효씨는 선거지형에서의 불리함을 짚었다. 또, 정치 신인이 자신을 알려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것의 어려움을 거론했다. 

선거 과정에서의 어려움, 불합리한 선거 제도와 정치 현실, 유권자가 아닌 후보자로서의 주문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고 손을 흔들어 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판적으로 보지만 후보자로써는 주어진 시간과 허용된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야 하는 거죠. 힘들었지만 스스로가 도를 닦는 기분으로 임했습니다. 저를 내려둠으로써 제 진심을 전하는 게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인사드렸습니다." (김강수) 

"유권자일 때 저도 명함을 건네는 것에 썩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후보자의 입장이 되다 보니 유권자들도 전향적으로 후보자들에게 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승우)

'정치현실을 바꿔 가는 데는 유권자들의 역할과 전향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9인 선거구에서 15%를 얻어야 선거비용 보전을 받는 건 불합리합니다. 3명이 나와서 20%를 얻어 낙선되고 선거비를 보전받는 것과 9명이 나와서 보전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차라리 득표율 곱하기 2(내지 3)를 해서 보전받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2%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반영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김선효)

"선거가 참 답답합니다. 정치 신인이 자신의 포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평화동 복지기관 네트워크가 진행한 것처럼 후보자 간 토론회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좀 더 많은 장치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강수)


"수첩 두 권에 적힌 민원들, 당선자에게 줄 겁니다"

선거가 끝나고 육체적으로나 마음으로 긴 앓이를 했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토로 하기도 하였으나 오랫동안 해왔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 민주평화당 김강수씨 선거가 끝나고 육체적으로나 마음으로 긴 앓이를 했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토로 하기도 하였으나 오랫동안 해왔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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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얼마 전에 민주당 당선자 한 분으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는데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당선자와는 길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여기 이 수첩 두 권에 적힌 게 선거 때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이고, 저에게 제기됐던 민원들을 정리한 건데요. 이 내용들을 당선된 분들에게 전달해주고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나갈 생각입니다. 당선되어 직접 할 수도 있었지만 지역 문제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던 게 본래의 제 모습인 거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김강수)

김강수씨는 지역 주민활동가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여기저기서 청년들을 만나는데 다 겹치더군요. 그만큼 청년 활동가가 한정된 소수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몇 분과 상의해보았습니다. 청년 수프 모임... 수프나 먹으면서 가벼운 자리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는 판을 벌리고 보통의 청년들 대학생이 와서 함께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민주당에 청년들이 많이 진출되었지만 4년 뒤엔 모르는 일이잖아요. 청년들이 계속 노력해서 스스로 챙겨가야 할 것 같아요." (김선효)

김선효씨는 청년을 대상으로한 활동 계획을 털어놨다.

"정치와 연애는 같은 원리 아닐까요?"

26세의 청년여성후보로 도전했지만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좌절하였다. 김선효씨는 청년들 스스로가 지금의 성과를 이어갈수 있도록 많은 청년들이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주역이 될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청년들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 민주평화당 김선효 26세의 청년여성후보로 도전했지만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좌절하였다. 김선효씨는 청년들 스스로가 지금의 성과를 이어갈수 있도록 많은 청년들이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주역이 될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청년들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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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에는 떨어지면 다시 안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은 정치는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형태나 다음 선거에 어떤 도전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의당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책임감 있게 제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한번 지지를 구했다고 유권자들이 바로 마음을 여는 건 아니잖아요. 정치라는 게 연애를 하는 심정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유권자가 마음을 열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가가면서 어느 순간 마음을 얻어 내는 것이 정치와 연애가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승우)

선거는 끝났고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과 부여받지 못한 사람으로 갈렸다. 세 사람이 선거의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고, 차이가 있는 부분도 존재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이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시작이 된다면 여기에서부터여야 하지 않겠냐"는 한승우 씨의 이야기처럼 온전하게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함께 모여 수다를 나눈 세 도전자들이 남은 상처와 아픔을 6월에 남겨두고 온전하게 매듭짓는다면, 새로운 길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승리한 사람들 말고도, 패배한 사람들의 앞길을 눈여겨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태그:#지방의원 선거, #6.13 지방선거, #낙선자가 말하는 6.13, #전주 시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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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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