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대약진을 노리는 롯데가 일단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17안타를 터트리며 12-6으로 승리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둔 롯데는 이날 LG트윈스에게 3-8로 패한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38승 2무 47패).

전준우, '롯데의 공격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무사에서 2루타를 친 롯데 전준우가 밝은 표정으로 1루 주루 코치 김민재를 바라보고 있다.

▲ 전준우, '롯데의 공격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무사에서 2루타를 친 롯데 전준우가 밝은 표정으로 1루 주루 코치 김민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기 1선발로 나선 브룩스 레일리가 5.1이닝5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활발한 득점지원을 받으면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밀어내기 몸 맞는 공을 기록한 이대호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롯데 타선에는 고작(?) 2억7000만 원의 연봉으로 25억 원의 이대호, 15억 원의 손아섭 못지않은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의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선수 전준우가 그 주인공이다.

'신의 한 수'가 된 백업 3루수 전준우의 외야 전향

경주고 시절 주로 유격수를 맡았던 전준우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입단 대신 건국대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3루수로 전향한 후 성균관대의 모창민(NC다이노스), 단국대의 나지완(KIA 타이거즈)과 함께 대학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린 전준우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대신 지명 순번은 7라운드에서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대폭 상승했다.

대학시절엔 최고의 3루수였지만 2008년 롯데의 주전 3루수는 '빅보이' 이대호였고 전준우는 백업경쟁에서조차 김민성(넥센 히어로즈), 정보명(롯데 타격보조코치)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4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던 전준우는 당시 롯데를 이끌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외야 전향을 권유 받았다. 전준우가 가진 빠른 발과 타격의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외야 전향은 전준우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준우는 2010년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289 19홈런 16도루로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2011년에는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우타 외야수로 떠올랐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2012년 타율이 .253로 급락한 전준우는 2013년 5월 15일 NC전 다이노스전에서는 대형사건에 휘말리며 졸지에 '월드스타'로 등극했다.

4-6으로 뒤지던 9회 1사 후 이민호의 빠른 공을 강하게 잡아 당긴 전준우는 홈런임을 직감하고 방망이를 멋지게 던지며 덕아웃을 향해 홈런 세리머니를 펼치며 천천히 1루로 달렸다. 하지만 바람의 영향을 받은 공은 NC 좌익수 박정준에게 잡혔고 전준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1루 베이스에서 떠나지 못했다. 이 장면은 국내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가 됐고 여전히 전준우를 따라 다니는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2014년 타율 .292 14홈런66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도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에 선발되지 못한 전준우는 2014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전준우는 경찰 야구단에서 활약한 2년 동안 .360 이상의 타율과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1군 주전 선수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준우는 2016년 9월 3일 전역과 동시에 1군에 복귀했지만 25경기에서 타율 .253 2홈런10타점에 그치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진 못했다.

한 달 간 좌익수 적응 기간 마치고 무서운 몰아치기 시전

전준우는 전역 첫 시즌 개막 후 열흘 동안 타율 .387 4홈런11타점1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하다가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복귀 후에도 롯데의 붙박이 1번 중견수로 활약하며 타율 .321 18홈런69타점76득점으로 롯데의 가을야구 복귀에 크게 기여했다. 전준우는 NC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348 1홈런2타점2득점으로 제 몫을 다 했다.

전역 후 다시 롯데 외야의 중심으로 떠오른 전준우에게 올 시즌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롯데가 FA시장에서 민병헌을 영입하면서 중견수로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전준우는 졸지에 좌익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물론 단순히 수비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좌익수가 더 편할지 모르지만 외야수 전향 후 10년 가까이 중견수로만 뛰었던 전준우에게 좌익수는 다소 낯선 포지션이었다.

실제로 전준우는 시즌 초반 새 포지션에 심한 낯가림(?)을 보였다. 4월까지 전준우의 시즌 타율은 .266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무엇보다 시즌 개막 후 29경기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좌익수 적응을 끝낸 5월부터 무섭게 몰아치기를 시작했고 1번 좌익수라는 새 위치에 완벽하게 적응한 6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9홈런18타점을 쓸어 담았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타율 .340 15홈런45타점58득점을 기록했던 전준우는 후반기 첫 경기부터 다시 무서운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전준우는 17일 두산과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6타수4안타2타점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다승1위 세스 후랭코프에게 2타석 연속 안타를 때리며 선제 득점과 결승득점을 기록한 전준우는 8회와 9회에도 홍상삼과 이현호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씩 추가했다.

전준우는 경찰 야구단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수 년 간 롯데 부동의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 삼진을 적게 당하는 전통적인 유형의 1번타자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대신 전준우에게는 여느 중심타자 못지않은 화끈한 장타력이 있다. 실제로 전준우의 시즌 장타율은 .555(리그 16위)에 달한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롯데 야구의 매력은 '월드스타' 전준우가 있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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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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