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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손 손가락 마디마디 평생 일한 흔적들이 새겨져있다.
▲ 거친 손 손가락 마디마디 평생 일한 흔적들이 새겨져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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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새긴 곳은 어딜까?

사람 나이 불혹이 넘으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보니 그 이후에도 얼굴은 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체로 생긴 대로 살지 않는 것 같다. 삶의 면면들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도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도 많이 봤다. 그제야, 내가 보았던 그 얼굴이 가면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보면, 선하던 얼굴도 그다지 선하게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얼굴은 아니다.

거친 손 곱지 않아도 거룩한 손
▲ 거친 손 곱지 않아도 거룩한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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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나면 나는 악수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많은 느낌을 받는다. 나의 편력이겠지만, 나는 손이 고운 사람보다는 거친 손을 가진 사람에게 마음이 더 열린다.

내 손이 거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디마디가 굵고 어릴 적 꼴을 베다가 낫에 베인 자국이 아직도 손가락에 선명히 남아있다. 게다가 어려서 손에 힘주는 일을 많이 한 탓인지 손톱은 웬만한 사람들 발톱 만하다. 한 마디로 내 손은 못생겼다.

그래서인지 나는 얼굴보다도 손에 그 사람의 삶이 온전히 새겨졌다고 믿는 편이다. 얼굴 사진을 찍은 것보다도 손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대부분 초상을 담을 때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손은 부담도 없고 꾸밀 것도 없이 자연스럽다.

노부부의 손 거친 노부부의 손이 닮았다.
▲ 노부부의 손 거친 노부부의 손이 닮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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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친 손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거친 손을 만나면 부탁을 해서라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곱디 고운 손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는다.

어머니의 손은 가뭄에 쩍쩍 갈라진 것 같았고, 갈라진 곳마다 풀때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등이 간지러울 때 어머니의 손바닥이 한번 스윽 지나가면 간지러움은 저 멀리 도망쳤다. 어려서는 그 손이 싫었지만, 철든 이후 나는 어머니의 그 손을 거룩한 손으로 여겼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을 때 어머니 손은 이전보다 고와졌지만, 그 전에 새겨진 흔적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친 손 손가락에 새겨진 노동의 흔적
▲ 거친 손 손가락에 새겨진 노동의 흔적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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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도 거칠기는 매한가지였다. 전형적인 농부의 손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닮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조차도 해보질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와 같은 나이에 찍으셨던 사진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머리숱의 차이만 있을 뿐, 나는 아버지와 거의 판박이였다. 그리고 손가락도 손톱도, 손주름도 영락없이 닮았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손, 오랫동안 노동을 쉬셨기에 손은 부드러웠지만, 손주름에는 과거의 이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때 나는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손도 닮았음을 알았다.

거친 손 안 해본 일이 없었던 손가락의 손톱도 거칠기만 하다.
▲ 거친 손 안 해본 일이 없었던 손가락의 손톱도 거칠기만 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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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만나는 이들의 손은 대체로 곱다. 고운 손에도 저마다의 사연들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고운 손에서는 삶의 흔적을 더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속 깊은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고 겉돈다.

거친 손 풀과 씨름하다 풀물이 든 거친 손
▲ 거친 손 풀과 씨름하다 풀물이 든 거친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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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손을 혹사시킨다. 목장갑이라도 끼고 일을 해야 하는데, 일단 손이 답답하고 느낌이 둔하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운이 좋고, 좀 더 섬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가급적이면 맨손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마늘 냄새가 손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아내의 조언대로 고무장갑을 끼고 마늘을 깠어야 했는데, 손가락이 아리도록 맨손으로 마늘을 깠더니만 냄새가 남은 것이다. 거친 손으로부터 아주 조금 위안을 받는다.

묵묵히 낮은 곳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거친 손을 간직한 이들에게로 조금 다가간 것 같아서. 거친 손에서 거룩한 삶의 흔적을 본다. 아마도, 나는 거룩하지 못해 흉내만 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흉내내다 보면 조금은 지금보다 성화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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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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