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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올프렌즈센타에서는 2018년 7월 9일부터 13일까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친구 고향집 방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주노동자를 대신해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안부를 전했고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한 전직(?) 이주노동자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변화와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 기자말
 쏘페아 엄마와 두 동생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쏘페아 엄마와 두 동생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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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쉼터와 한국어 교실을 통해 저들을 만나다 보면 문득문득 관성으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 만족을 위한 가식적인 행동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끝에서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작은 대답이 되었다.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누구도 하기 싫어한다는 3D업종에 배치 되어 고된 노동은 물론 수많은 차별과 멸시를 겪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1불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국민이 대부분인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아들과 딸들은 그 집안을 일으킬 유일한 희망이며 자랑이다.

한 달 한 달 한국에서 보내 온 돈으로 초가집을 시멘트집으로 바꾸고 물항아리 대신 펌프를 설치하고 논과 밭, 염소와 소를 사고 부모님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를 대며 귀국 후에 작은 상점이라도 차리고 싶은 것이 이들의 꿈이다.

쏘페아(가명)의 꿈도 다르지 않다. 작고 연약한 몸이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어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40도를 웃도는 폭염속 비닐하우스 일도 기쁘기만 하다.             

 쏘페아 마을의 작은 구멍가게.
 쏘페아 마을의 작은 구멍가게.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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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엄마가 많이 아파서 걱정되요. 집에는 여동생이 둘 있는데 학교에 다니고 있구요. 첫째 여동생은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서 한국에 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오지 못하고 있어요. 막내 여동생은 내년에 대학교에 가요. 우리 집에 가서 아픈 엄마와 동생을 만나주세요. 그리고 얼마 전에 캄보디아로 돌아간 남편도 만나주세요. 남편은 곧 돌아온다고 했는데 언제 올지 몰라요.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쏘페아는 24살의 앳되고 귀여운 캄보디아 여성이다. 벌써 3년 넘게 광주의 한 농장(비닐하우스에서 특수 야채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쏘페아보다 먼저 한국에 온 남편은 이미 4년 8개월의 근로 기간을 마치고 몇 달 전 캄보디아로 귀국했다. 남편은 일하던 곳에 사장님으로부터 성실 근로자로 다시 초청을 해 주신다는 약속을 받아 둔 터라 겨울이 되기 전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쏘페아의 집은 프놈펜에서 2시간 거리 깜퐁짬 지역이다. 포장이 되어있는 큰 길에는 간간히 구멍가게처럼 작지만 상점도 있고 관공서나 식당, 빵집 등도 있다. 하지만 작은 골목으로 접어들면 바로 시골 풍경이다.

뻘건 진흙길을 꼬부랑 꼬부랑 꿀렁꿀렁 지나가면 캄보디아 전통 가옥인 '프떼아 보란'들이 곧 쓰러질 듯 서있다. 우리 눈에는 부실해 보이는 집이지만 덥고 습하며 비가 많이 오는 캄보디아에 최적인 주거형태다. 몇 년에 한 번씩 말린 야자 잎으로 지붕과 벽을 보수만 해주면 되니 평생 집 걱정은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심에서부터 신식가옥 붐이 불면서 한국에서 돈을 벌어간 이주노동자들도 '쁘떼아 보란'을 부수고 신식집을 짓는 것이 유행이 됬다. 쏘페아네 집도 나무와 야자잎을 대신해 시멘트 기둥과 양철지붕을 얹은 절충형 신식 '프떼아 보란'이다.

 캄보디아 전통 가옥 구조인 쏘페아의 집 '쁘떼아 보란'
 캄보디아 전통 가옥 구조인 쏘페아의 집 '쁘떼아 보란'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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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쫍립쑤어(안녕하세요)"
"쏙써바이떼(잘 지내셨나요)"


한국 선생님들을 태운 차량이 멈추어서자 예쁜 소녀 둘이 달려와 두 손 모아 인사를 한다. 쏘페아가 말한 두 여동생들이다. 코 끝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과 검고 맑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소녀들. 언니가 일하러 간 나라 한국에서 온 손님이 신기하기만 하다.

두 소녀의 안내를 받아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올라 보니 2층에서 엄마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한 눈에도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엄마의 나이는 놀랍게도 65세란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 해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캄보디아인의 평균수명은 60세에 미치치 못한다. 쏘페아의 엄마 역시 젊은 시절 과도한 노동과 부족한 영양, 오염된 식수의 지속접인 섭취 때문에 60대 초반에 온몸에 병이 온 것이다.

"엄마는 눈이 잘 안보여요. 폐도 나쁘고 간도 나쁘고. 뼈도 아파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요. 병원에는 잘 가지 못해요. 돈도 많이 없고. 병원에 가도 잘 낫지 않아요."

부엌에는 물을 길어 올리는 펌프가 연결되어 있다. 아래층의 커다란 항아리는 빗물을 받아 허드레로 사용하고 펌프로 길어 올린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아직도 캄보디아 대부분의 가정은 쏘페아네 집처럼 나무와 숯을 사용해 조리를 한다. 부엌을 보고 나니 쏘페아가 엄마와 동생에게 신식 집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이해됐다.
 집안에 펌프 시설이 있는 집은 좋은 집에 속한다
 집안에 펌프 시설이 있는 집은 좋은 집에 속한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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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과 나무로 조리를 하는 전통식 부엌
 숯과 나무로 조리를 하는 전통식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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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처럼 한국에 가서 돈을 버는 것이 바람인 둘째는 요즘 애가 탄다. 시험을 보고 2년 안에 한국으로 가지 않으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2년이 다 되어가는데 한국에 갈 수가 없어요. 지원은 해 놨는데. 한국에 가려는 캄보디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요. 시험 다시 보려면 돈이 또 들어가야 하고 합격해도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도 한국에 가고 싶어요. 캄보디아에는 일자리도 없고 일을 해도 돈을 많이 받지 못해요. 한국 가서 돈을 벌어서 막내동생 대학교도 보내고 엄마 병도 치료하고 저도 잘 살고 싶어요."

귀엽게 생긴 셋째 딸은 이제 고3. 대학에 가려고 시험을 준비 중이다. 언니 둘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보내면 대학에 다니며 엄마를 보살 필 생각을 하는 착한 딸이다.

"언니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올프렌즈센타에서 만난 한국 선생님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어요. 언니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았다고 했어요. 우리집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들은 다 하얗고 예쁘게 생겼어요. TV에서 한국 사람 봤는데 다들 예뻐요. 착하고 친절하고 예쁜 사람들이 사는 한국에 저도 가보고 싶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쏘페아의 인사를 담은 영상편지를 가져갔다. 간간히 문자를 나누기는 하지만 일이 바쁘고 피곤하다보니 길게 인사하고 안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밝게 인사하며 잘 지낸다는 언니의 영상편지를 본 동생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진다. 보고 싶고 부럽고 걱정도 되는 언니다.

"쏘페아는 참 효녀에요. 엄마가 아프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몸에 좋은 홍삼음료를 가져왔어요. 이거 드시면 눈도 밝아지고 힘도 나실 거예요.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이 아스피린을 드세요. 너무 자주 드시지는 말고 병원에 갈 수 없을 때 이거 하나 드셔 보세요. 상처난 데 바르는 연고와 소화제, 반창고도 있어요. 잘 쓰시면 좋겠어요."

작은 선물이지만 엄마는 자꾸 눈물을 흘린다. 한국에 일하러 가서도 엄마와 동생들을 걱정하며 가장 역할을 대신하는 맏딸의 마음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가정 마다 가장 좋은 위치에 꽁마(조상에게 복을 비는 거실 신당)차려져 있다
 가정 마다 가장 좋은 위치에 꽁마(조상에게 복을 비는 거실 신당)차려져 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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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페아는 잘 있어요. 일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한국 사장님이 잘 대해주셔서 걱정이 없다고 해요. 한국에 있는 딸 걱정 마시고 엄마 건강 잘 챙기세요. 엄마가 건강해야 쏘페아가 걱정없이 일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그렇죠?"

쏘페아의 엄마와 동생들은 마치 소페아와 헤어지는 듯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잘 먹이지도 잘 입히지도 잘 가르치지도 못한 어린 딸이 알지도 못하는 낯선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그저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엄마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와 삼촌 세대에도 그와 같은 슬픈 역사가 있었다. 110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으로 간 이민 1세대가 그랬으며 1960년대 독일로 간 탄광 노동자와 간호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분들의 눈물과 땀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워졌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이유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골목을 나서려니 기둥 뒤에 숨어 우리를 지켜보는 동네 꼬마들의 호기심 어린 눈들이 마음에 걸린다. 어딜 가나 꼬마들은 있기 마련. 우린 그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간 치약과 칫솔을 선물로 내놓았다. 그 모습에 둘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네 예전처럼 내 집 네 집 없이 온 동네가 한 가족처럼 지내는 터라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지 싶었다.     

"어꾼, 어꾼찌란.(감사합니다) 쏙써바이땀플러으.(가는 길 건강하고 행복하고 기쁘세요)"
"좁립리어. 바이~ 씨유인 코리아. 어머니 건강하시고 막내는 꼭 좋은 대학 가고 둘째는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안녕. 안녕히 계세요."


떠나는 우리를 따라오며 손을 흔들던 동네 꼬마 녀석들은 우리가 준 치약과 칫솔로 이를 잘 닦고 있을까. 개구진 웃음을 웃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참 큰 선물이다. 
 동네 꼬마들의 미소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동네 꼬마들의 미소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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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혜원 시민기자는 사단법인 올프렌즈의 다문화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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