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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달 혹은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아봤을 것 같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저 웃곤 한다. 언젠가부터 신경 쓰지 않아 몇 권을 읽는지 가늠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몇 권을 읽고 살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책을 제대로 읽는 것에, 책을 통해 뭔가 최대한 많이 느끼거나 알게 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 빨리 읽고자, 그리고 많은 책을 읽고자 어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책 읽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다. 아울러 책 읽는 방법에 관한 책에도 관심이 많다. 책을 오랫동안 읽어오며 터득하게 된 나만의 노하우와 습관이 있지만 누군가의 글을 통해 내게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고, 보다 좋은 방법을 알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1시간 독서법, 아침 독서법, 천 권 독서법, 30분에 1권 독서법, 짜투리 독서법, 질속독법, 문하는 독서법, 리더들의 독서법….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서법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머리에서 기획되고 있다. 이런 독서법들이 책을 등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독서 세계 입문을 유도한다면 그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여 책과 친해지도록 만든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그 다음은? 하기 나름이란다. 노력 대비 효과가 대단하다고 침 튀기며 자랑하는 그들의 독서법은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입맛만 겨냥한다. 일시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내 몸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

그들 말처럼 빨리, 많이 하면 효과가 보장되는가? 진짜인지 검증되지 않은 그들의 '효율성'은 성과로 이어질까? 가성비를 따지는 우리의 현실에서 효율을 앞세운 약장수의 전략은 과연 인생 전체의 판을 놓고 볼 때도 가성비가 높은 것일까. (…)진짜 가성비가 높은 독서라면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 다른 독서가 되어야 한다. 뇌의 한곳에 잠재되어 언제든 매개체를 만나면 질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체화된 독서일 때 가능하다. 일상이 책과 함께하는 삶일 때만 가능하다. 삶에 젖어든 독서라야 일상에서도 그만한 사유가 펼쳐진다. 이것이 수천 년간 독서가들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었던 까닭이다. - 서문에서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책표지.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책표지.
ⓒ 북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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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북포스 펴냄)는 이런 내가 인상깊게 읽은 책 읽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읽었으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책읽기가 진짜 독서'라고 단정한 후, 그렇게 읽는 방법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인상깊게 와 닿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거나, 빨리 읽는 노하우 등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독서는 주체적인 인간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진짜 독서를 하려면 가장 먼저 속독과 다독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읽기만 하면 삶이 바뀌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천천히 읽어라(25~28쪽). 음식물을 꼭꼭 씹어 먹듯 책도 꼭꼭 씹어 읽어야(110~114쪽)"며 그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속독은 나열된 사실들을 주워 담는 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진짜 독서의 기회를 앗아가는 데다가, 제도권 교육 영향으로 몇 권을 읽었나?가 지성과 실력을 재는 척도가 되었으며, 그로 활자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이 책의 이런 기본에 100% 공감한다. 내가 생각하는 책읽기의 필요성과 자세, 책의 가치와 역할과 같기 때문이다.

천권, 오천 권, 만 권처럼 양적인 독서를 권유하는 것은 20세기의 철 지난 독서법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지금, 독서 개념은 달라졌다. 21세기는 많이 아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다음, 네이버, 구글만 검색해도 백과사전적 정보는 얼마든지 넘친다. 똑똑한 인공지능 기기들이 내 비서가 되어 준다. 책의 권수, 읽은 양만을 자랑할 시대는 아니다.(…)독서는 올림픽이 아니다. - 18쪽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삶에 도움이 되는 그런 책 읽기를 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진짜 독서, 그 방법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습관들일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진짜 독서는 '①줄긋고 메모하고→②줄그은 부분만 다시 읽으며 줄긋고를 되풀이(3단계)하는 과정에 체화(지식이나 기술, 사상 따위가 직접 경험을 통해 자기 것이 됨)→③이렇게 ①② 방법으로 읽으며 사유하거나, 묵상을 통해 느끼거나 알게 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게 스며들어(체화)→④내 삶에 무언가가 되거나, 내안에 잠재되어 있다가 필요로 할 때 툭 터져 나와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이처럼 삶과 연결되는 독서다.

저자는 이와 같은 독서법을 '의미재구성 독서법'라고 지칭, 그리하여 책 1장에서는 이와 같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2장에서는 아마도 이 책처럼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쓴 책들을 읽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독서 방법이나 노하우, 즉 의미재구성 독서법을 설명한다. 10가지 주제로 조목조목, 그래서 쏙쏙 와 닿는다.

이 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의미재구성 독서법, 그 기본 중 하나는 줄긋고 메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어느 정도 읽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줄을 긋거나 메모하며 읽는 것은 이미 습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편으론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독서법을 들려주는 책으로 간주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깨끗할 이유가 없다. 글은 이쪽에서 저쪽 강을 건너가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단지 배냐 활자냐 하는 수단이 다를 뿐이다. 그동안 우리는 책을 신성하게 다루었다. 보물단지처럼 소장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그러다보니 책이 내 의식주에 주는 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책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소비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독서 고수로 살게 하는 방법이었는데도 말이다. (…)저자들이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여 만들어낸 가치는 본문 곳곳에 스며있다. 이렇게 애를 써서 만든 내용을 내가 흡수하지 않는다면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책에 줄을 치고 메모하며 읽는 이유다. 줄을 치는 건 내가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다는 뜻이고, 메모하는 건 저자의 사유에 내 사유를 덧칠하고 싶기 때문이다.(…)줄긋고 메모하는 것만큼 책읽기의 본질에 가까운 건 없다. - 61~62쪽


전체적인 내용 또한 책 읽기에 관한 여타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방법과 독서 초보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한 독서를 하는데 필요한 것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3~5장) 등, 대부분의 책들이 다루는 주제들을 역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이 책은 '한 권을 읽더라도 삶과 연결되는 진짜 독서를 하자'는 것에 기본을 두고 시작한다. 많은 책을 읽는다거나, 빨리 읽는 방법, 효율적인 독서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기준한 것과 다르니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은 당연하겠다.

이 책의 마지막 주제는 '책이 커피처럼 소비되는 시대를 위해'란 제목으로 우리의 삶에서 독서가, 나아가 진짜 독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리고 독서를 권하는 글이다. 이 책이 지향하는 진짜 독서가 우리의 독서 문화, 그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되기를. 그래서 책이 커피처럼 많이 소비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초보 단계에서는 온라인으로만 책을 고르면 감이 안 생긴다. 물론 새로 나온 책을 일목요연하게 검색하기엔 온라인 서점이 효율적이긴 하다. 저자, 목차까지 빠르게 검색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 도서까지 간편하게 파악된다. 하지만 독서 초보라면 직접 발품 팔 것을 권하고 싶다. 독서는 텍스트를 고르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쇼핑의 즐거움처럼 말이다. 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발품 팔아 서점에 나갈 것을 권한다. 무엇을 읽을지 직접 고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라. 더구나 초보 독서가라면 이런 성의는 보여야 독서가 내 삶에 들어올 수 있다. - 94쪽

덧붙이는 글 |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서정현) | 북포스 | 2018-05-25 ㅣ정가 14,000원.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 줄긋고 메모하고 몸으로 기억하는 3단계 의미재구성 독서법

서정현 지음, 북포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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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