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

15일 저녁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 ⓒ 성하훈


지난 10일 개막을 이틀 앞두고 발표됐던 부천영화제 북한영화 상영이 15일 저녁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우리집 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 상영에 돌입했다. 앞서 14일 송내 솔안아트홀에서 아동용 애니메이션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 상영이 있었으나 <우리집 이야기>는 최근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됐다. 이날 상영은 야외 무료 상영으로 진행됐는데 관객 대부분이 좌석을 채우며 북한영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북한영화는 국내 영화제 등에서 언론이나 평론가 등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한 제한상영이 일반적이었으나 일반인들이 누구나 공개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아들을 돌보는 젊은 처녀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집 이야기>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영화상' 및 '여배우연기상' 수상작으로 휴먼드라마 성격의 영화다.

그러나 북한 영화의 특성답게 사회주의 체제 선전과 애국주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권력에 대한 충성의 다짐 역시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특별했다.

대부분 끝까지 자리에 앉아 관심 있게 영화를 관람했지만 체제 선전과 권력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는 장면 등이 나오면서 몇몇 중년 관객들은 식상한 듯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아들을 돌보는 '처녀 어머니' 실화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 장면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 장면 ⓒ 부천영화제


<우리집 이야기>는 스무 살의 나이로 고아 7명을 키우며 북한 전역에 큰 화제를 모았던 '처녀 어머니'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평양 외곽의 강선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리정아는 갑자기 고아가 된 이웃 사남매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이들을 적극 돕는다. 군에 간 오빠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사남매 중 큰 딸인 은정은 이런 정아를 불편해하며 거부한다. 하지만 정아의 헌신적인 도움과 지극 정성에 점점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같이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정아의 모습에 감동해 주민들도 함께 나서고, 지역의 당 책임비서까지 나서 고아들을 돌보는 등 젊은 여성이 시작한 고아들에 대한 지원은 이내 지역 전체로 펴저 나간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훈훈한 인간드라마다.

하지만 수령님, 장군님, 원수님으로 표현되는 최고 권력에 대한 충성은 인간미를 강조하는 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모집에 가 있던 은정과 삼남매를 책임비서가 보내준 차로 집으로 데리고 오던 정아는 중간에 차에서 내려 걷자고 한다. 이유는 원수님이 마을을 방문할 때 걸으셨던 길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창건일은 9월 9일에 마을 주민들 중 가장 먼저 인공기를 게양하면서 정아는 아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다. 선행이 당 중앙에 전달되고 이에 큰 표창을 받은 후 마을로 돌아온 정아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원수님이 직접 손을 잡아주셨다는 이야기에 정아의 부모가 감읍하는 것 역시 자애로운 김정은 원수에 대한 주민들의 경외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정아는 당원이기도 한데, 당은 언제나 당에 헌신한 당원의 자녀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집 이야기>를 관람한 한 평론가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 홍보영화를 연상시킨다"며 "해외 영화제 등에서 북한을 다녀온 분들과 접촉해 본 경험에 의하면 당이나 절대 권력에 대한 충성은 인위적이지 않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국뽕영화?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 장면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 장면 ⓒ 부천영화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만들어졌고, 지난해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고는 해도 한국영화 비교할 때 작품성이나 표현 방식 등에서 간극은 상당히 컸다. 

인간적인 드라마를 강조하던 이야기가 후반부로 들어서며 체제 홍보가 강해지는 것은 영화의 질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국내적 시각으로 평가한다면 전형적인 '국뽕영화'로 불리는 국가주의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우리집 이야기>는 권력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부분 등에서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북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요리경연과 수학시험. 생일 축하를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 가정집의 모습 등은 남북 간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남북영화 교류가 중요함을 일깨워 준 요소기도 하다.

<우리집 이야기>는 7월 22일 8시 CGV부천 3관에서 한번 더 상영되며, 신상옥 감독이 참여한 <불가사리>(1985)와 북한과 유럽의 합작영화인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는 7월 18일과 20일에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상영된다.

우리집 이야기 북한영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