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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을 하려는 진짜 이유가 뭘까?

충남 예산군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아래 센터)'를 직영한지 2년 반만에 운영체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지 못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반하면서까지 민간위탁을 강행하는 것도 계속 논란거리다.

이렇다보니 군청 안팎에서는 "센터 직원들이 (행정의) 말을 듣지 않아 민간위탁하는 것",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꼼수', '특정 종교단체를 수탁기관으로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등 그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담당부서인 주민복지과가 예산군의회에 보고한 설명자료를 보면 센터를 민간위탁하는 이유로 △공모사업 신청 배제 △후원금품 접수 및 서비스대상자 식사제공 불가 등 직영운영 애로사항 및 한계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당장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직영센터는 민간단체 후원(공모)사업만 받을 수 없다. 정부 공모사업은 신청할 수 있고, 후원금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이 민간위탁 이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왜 이렇게까지 위탁하려는 것인지 예산군청에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내실 있는 단체·법인 등에 위탁해 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2008~2015년 8년 동안 민간위탁을 하다 2016년 직영으로 바뀐 뒤, 그해부터 전과 다른 성과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전국 217개 센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6년 우수사업 및 수기 공모전'에서 '세상놀이 한마당 e-fun한 세상'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군은 이 프로그램이 다문화여성 일자리창출 뿐만 아니라 세계전통놀이를 통한 문화의 다양성 등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또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해 말 여가부가 주관한 운영 및 특성화사업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표창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다른 시군 센터보다 창의성과 다양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주민복지과는 2016년 가진 정례브리핑에선 다문화가족지원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 직영화를 '민선6기 전반기 군정 주요성과'로 꼽기까지 했다.

군이 센터를 직영해 사업이 침체됐다고 볼 근거가 없고, 오히려 민간위탁을 했을 때보다 활성화됐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문화가족 등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 군민의 복지증진'이라는 명분도 허울뿐인 것으로 보인다.

군내 한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이 센터의 주인이라면서, 행정은 서비스대상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한마디 말없이 일방적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했다. 우리들을 무시했다. 기분이 좋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식사제공을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센터 직원들의 고용이 안정돼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며 "(행정이) 군민의 복지증진을 얘기하는데, 센터 직원들도 우리 군민이다. 고용안정이 이들은 물론 서비스대상자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간위탁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강변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군이 1월 16일 가진 '다문화가족지원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 군의회 간담회 자료에는 '기간제근로자 공무직 전환 등 근로관련 여타문제 잠재'가 직영운영의 단점으로 기재돼 있다. 정규직 전환이 민간위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내용이다.

정부와 충남도가 '직영센터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한 뒤, 센터 직원들에게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점을 주장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받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민간위탁을 하려는 진의와 국정기조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대하는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군과 같은 직영체제인 이웃한 부여군은 올해 1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 5명을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충남도도 노동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열어 2년 이상 상시·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판단되는 142명을 내년에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개별적인 이유가 아니라, 공모사업 제약과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센터를 활성화하는데 민간위탁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고 있다"며 "센터를 이용하는 수혜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또 "'수탁기관이 정해져 있다'는 등 우리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여러 소문들을 듣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가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민간위탁, #비정규직,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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