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www.igt.or.kr)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녹색 전환의 다양한 상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녹색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 기자 말.

2018년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녹색당은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와 고은영 제주도지사 후보 등 페미니즘과 녹색가치를 앞세운 특색 있는 후보들을 내세웠고 이전에 비해 언론 노출도 증가했다. 이는 정당 인지도 상승을 불러왔지만 당선자를 배출하거나 당원 증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현재 선거제도에는 최고 5천만 원 이상의 기탁금, 입후보 나이 제한 만 25세 이상 등 신규 정치인의 유입을 막는 불공평한 제약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존 정당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광고로 미디어를 도배한 가운데 녹색당이 적은 자본과 짧은 시간만으로 이번 선거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유의미한 성과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당에게 이런 결과는 아직 목마르다.

1만여 명 관객 동원한 <공동정범> 김일란 감독의 고민

김일란 영화감독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 김일란 영화감독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 녹색전환연구소


독립영화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존재한다. 올해 초 개봉한 <공동정범>은 독립영화로는 유례없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식 개봉 뒤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공동정범>을 공동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영화가 아닌 이슈로만 소비된 것은 아닌지"라는 새로운 논의를 던지기도 했다.

이는 녹색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유효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지점과도 맞닿아있다. 더 넓게는 우리 사회에서 변혁을 꿈꾸며 운동을 하는 이들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지자를 만날 것인지'라는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영화는 관객이 필요하고, 정당은 유효표가 필요하고, 사회운동은 지지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김일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 현실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관객에게 가 닿기를 고민하며 제작을 이어오고 있었다. "관객은 극장에서 만나면 관객이지만 광장에서 만나면 함께 이 사회를 변혁해 나갈 시민"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 다큐멘터리로 어떤 의미를 남기고자 하는지를 보여줬다.

- 최근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영화로서 관객을 잘 만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더라. 어떤 배경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그 이야기는 많은 전제를 깔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올 초 <공동정범> 개봉 전에 언론배급시사가 있었다. 그때 기자, 평론가 등 100여 명 넘는 인원이 왔다. 다큐멘터리 시사에 그렇게 많은 언론인이 오는 경우는 이례적이었고 배급사인 시네마달에서도 회사 창립 1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2012년에 개봉했던 <두개의 문> 후속작에 대한 관심이라 하기에도 너무 많았고. 과연 이것이 영화에 대한 관심일까, 아니면 용산참사라는 이슈에 대한 관심일까, 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었다. 개봉 후 전편에 비해 저조한 관객 수를 보면서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닌 이슈-현안 정도로만 소비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일란 감독은 현재 성적문화소수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소속이다. 연분홍치마의 주요 활동은 다큐멘터리 제작이지만(<공동정범>외 7편을 제작) 기본적으로 인권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연분홍치마는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작품의 최종 목적 역시 더 많은 사람에게 사회적 이슈를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슈로만 다뤄지고 영화로 관객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김 감독의 말은 '사회적 이슈를 확장하기 위한' 단체의 원래 목표와 좀 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영화가 이슈로 다뤄졌다면, 당초 목표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연분홍치마의 목표가 달라진 건가.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작업이 운동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대신 우리가 말하는 운동의 일환이라는 것은 정말 영화적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사회운동은 강제가 아니라 설득하는 과정이자 참여를 제안하는 정성스런 과정이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만나면 관객이지만 광장에서 만나면 함께 이 사회를 변혁해야 할 시민이다. 광장에서 하는 언어와 극장에서 하는 언어는 다르다. 극장에선 광장의 언어가 아닌 영화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항상 모든 인터뷰에서 '연분홍치마'는 활동가로 시작해서 감독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활동가로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가능하다. 영화는 가장 영화답게 만들어야 비로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재미가 그래서 중요하다. 활동가의 역할도 그렇다. 의미를 강제적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닌, 감수성과 감각을 변화시켜서 의미를 변화하게 하는 데 목표가 있다. 예술도 그렇고 정당운동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언어인데 활동가의 언어가 있고, 예술가의 언어가 있고, 정당운동의 언어가 있다."

 2018년 개봉한 <공동정범>(2016)은 <두개의문>(2012)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2018년 개봉한 <공동정범>(2016)은 <두개의문>(2012)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 시네마 달


- 독립영화의 저조한 관객 수는 <공동정범>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독립영화는 시장이 워낙 작아서 애초에 관객이 별로 없기도 했다. 관객이 감소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일단 독립영화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굉장히 적다. 마케팅은 이 영화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 관객이 극장에 오도록 견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독립다큐는 예산 부족으로 마케팅이라는 게 거의 없다. 마케팅이 없다는 건 극장에 오는 관객이 이 영화를 알고 있지 못한다는 거다. 관객이 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그렇다면 <공동정범>은 언론에 노출 빈도가 굉장히 많았는데도 왜 관객이 안 들었을까? 그래서 다큐가 영화가 아닌 이슈로만 노출되었다는 점을 언급하게 된 거다. 보고 싶은 영화로 소개되는 게 아니라, '용산참사'라는 현안 다룬 영화가 나온다는 정도로만 알려지니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영화로 어필하지 못한 것 같다.

과거에는 다큐멘터리가 이슈로만 소비돼도 언론 노출 빈도에 따라 관객 수의 영향을 받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암울한 시대가 이어졌고 여기서 숨통을 트이고 싶었던 시민들에게 일종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로 다큐멘터리가 일조한 면이 있었을지 모른다. <두 개의 문>이 독립다큐로는 비교적 많은 관객 수(약 7만4천 명)를 기록한 것도  그 갈증에 대한 연장선상이어서 가능했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다 이 작품은, 영화 형식과 관점이라든지 영화 자체에 대한 언급이 많기도 했다. 이에 반해 <두 개의 문>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 <공동정범>은 언론 노출은 훨씬 더 많았지만 그 안에 영화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의미를 남겨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연분홍치마'는 딜레마에 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시대의 남겨야 할 의미들을 기록으로 담아야 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이슈로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영화 작업으로서의 의미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

다큐멘터리가 단순 기록의 의미를 넘어서려면

연분홍치마 사무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연분홍치마 사무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녹색전환연구소


-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로 제작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제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상영하고자 할 때는 목표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다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가 극장 상영을 고집하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본질적인 매력과 집단적 경험에 대한 가능성을 여전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극장 외의 다양한 플랫폼과 새로운 방식도 고민해볼 의향이 있다."

- 영화처럼 제작비 규모가 큰 예술작업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하면 다음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순환되지 못하는 구조 아닌가.
"사실 그것이 독립다큐멘터리가 한국에서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처음부터 선순환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다큐 제작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감독들이 자신을 혹사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 누구도 오래 버틸 수 없다. 공적자금을 지원받는다 해도 많아야 2~3천만 원인데 이를 감독 인건비로 쓰고 나면 다른 건 엄두도 못 낸다. 다큐멘터리 제작기간이 짧아도 1년 이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이런 비순환구조를 해결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정책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경험하는 것의 특이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업영화가 3D, 4D 등을 만들어 새로운 극장 경험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것처럼,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극장 경험으로서 특이성을 만들어야 한다. 관객에게 영화가 어떻게 가 닿을 것인가의 이런 고민은 예술가로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가로서의 활동과는 다른 지점이다."

- 예술가로서의 활동과 활동가로서의 활동은 무엇이 다른가?
"미학적인 부분에서 다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생산한다는 점은 활동가나 예술가 모두 다르지 않다. 대신 이것이 미학이라는 전달 방식을 취할 때는 각자 훈련되어야 할 부분들이 달라진다. 영화감독이라면 영화 언어를 훈련해야 하는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 '연분홍치마'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에 노트북과 카메라를 와이파이와 연결해 현장 생중계를 했던 1인 미디어 등장은 내게 많은 고민을 안겨 주었다. 그전까진 독립다큐멘터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대안언론이었다. 주류 미디어들이 접근하지 않은 공간이나 소외된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였다.

2009년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1인 미디어가 주축이 된 인터넷방송이 현장을 생중계하니까 기존의 미디어 활동가들의 작업은 뒤늦게 현장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아 현장다큐멘터리로서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이게 공중파처럼 영향력 있거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이 작업을 계속 하려면 이것의 의미를 찾아야만 했다. 이제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기록의 의미를 넘어서려면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그 고민에서 시작된 게 <두개의 문>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두개의 문>은 독립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문법을 창조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열악한 제작 현실 속에서 얻어 낸 값진 수확이 아닐까. 여기엔 첫 연출작이었던 <마마상>(2005)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작업해온 '연분홍치마' 동료들이 있었다.

- 공동연출이나 공동작업 모두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연분홍치마의 공동작업은 단순히 작품만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어서 가능했다. 우리는 삶의 지향을 같이 하는 경제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다. 물론 우리의 역사 안에서도 갈등과 분열이 있었고 그것을 잘 해소하지 못한 경험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동체를 지속하게 되는 것은 여전히 삶의 지향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 그런 갈등을 거치면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같이 해야 할 이유만큼이나 같이 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많다. 한 100개는 댈 수 있다.(웃음) 그래도 둘을 비교했을 때 아주 조금이라도 같이 하는 게 더 낫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다.

예전엔 희생하는 느낌으로 같이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감사하기 때문에 같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작년에 많이 아팠는데 수술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연분홍치마가 엄청 위안이 됐다. 돌아갈 곳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힘이 되었다. 지금은 유급 안식년이기 때문에 활동비가 나오니까 걱정을 안 하고 있다. 비록 아직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비지만. 내가 쉬어도 연분홍치마 다른 활동가들이 애써주고 있는 덕분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 몸부터 가꿔야

연분홍치마 사무실 고양이 연분홍치마 사무실에는 고양이 3마리도 함께 지내고 있다.

▲ 연분홍치마 사무실 고양이 연분홍치마 사무실에는 고양이 3마리도 함께 지내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2017년 김일란 감독은 위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건강 문제가 크게 이슈화 되기도 했다.

- 수술이나 질병처럼 몸의 큰 변화를 겪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경험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그렇게 아팠는데도 사람이 참 안 변한다.(웃음) 기질 같은 건 변하지 않았지만 건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느낀 바가 있다. 내가 속한 이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면 아무리 개인이 노력한다 해도 외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이기에 사회가 함께 건강해야지만 나의 건강도 보장받을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 영화 상영회를 통해 만난 관객들이 '그래서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엄청난 질문을 할 때, 일단 나부터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기 위해서 내 마음의 고통, 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알아차리려 노력하고 있다."

-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거의 쉬지 않고 현장에서 달려온 것 같다. 어릴 때 꿈도 영화감독이었나?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군을 원하지는 않았는데 막연하게 모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내가 어릴 때는 스필버그와 홍콩 누아르가 신이었다. 스필버그 영화 중에 어드벤처 장르가 많았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다니던 학교 근처에 대학들이 많았다. 1980년대 그 시절엔 시위가 진짜 많았다. 늘 최루탄 냄새와 함께 10대를 보냈다. 언니, 오빠들이 싸우는 걸 보고 한편으론 멋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걸까, 그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이 사회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한 건 할머니 영향이 컸다. 할머니가 홍콩무협 영화를 너무 좋아하셔서 손녀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극장에 데리고 다니셨다. 할머니와 함께 극장에 갔던 까마득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할머니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이었다. 할머니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하나가, 내가 첫 생리를 했을 때 할머니가 우셨다. 이제 우리 손녀딸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그게 너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아마 그 시대를 살아 온 여성들의 삶이 녹록지 않았듯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큰 제약이라고 느껴서 그러신 게 아닐까."

-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그동안의 작업들이 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든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주류가 조명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비추고 싶다.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수익이 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작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립영화 지원체계와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이것을 한 개인이나 단체가 만들 수는 없기에 일단은 영화진흥위원회와 독립영화협회 등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 녹색전환연구소에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녹색전환'으로 일컫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녹색전환'은 무엇인가?
"작년에 수술하고 회복하던 차에, 살고 있던 동네를 걷다가 뒷동산이 있는 걸 발견했다. 구청에서 가꾼 작은 산인데 정비를 잘 해 놓아 다니기 좋았다. 적어도 하루에 1만 보는 걸어야 수술한 부위가 자리를 잘 잡는다고 해서 그 뒷동산을 자주 걸었다. 몸이 아프니까 정말 신기한 게 예전과 달리 초록이 너무 좋고, 햇빛과 새 소리 이런 것들에 엄청 위안을 받았다. 그곳을 산책하면서 그동안 이런 뒷동산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던 시간들을 반성했다.

예전엔 운동이나 걷기, 이런 것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다 바쁘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들이기도 했고. 지금은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무언가를 한다는 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삶이 전체적으로 재배치되어야 녹색이 내 삶에 들어올 수 있다. 지금은 산에 올라 햇볕을 쬐면서 앉아 있는 5분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

덧붙이는 글 박이상 시민기자는 녹색전환연구소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 사이트(www.igt.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일란 감독 연분홍치마 다큐멘터리 감독 공동정범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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