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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가 공개한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중. 위 표는 2012년도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수령한 특수활동비 내역이다. 빨간 박스 안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매달 150만 원이 지급됐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중. 위 표는 2012년도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수령한 특수활동비 내역이다. 빨간 박스 안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매달 150만 원이 지급됐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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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씩 수령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지난 4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내역은 오늘날 국회가 가진 '전근대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수많은 언론들은 전직 국회의장이 얼마를 받았는지, 국회 내 상임위원장들이 얼마를 받았는지 다뤘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달리 월 50만원 씩 수령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새로운 사실'이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은 경우다. 몇몇 언론이 국회사무처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의 특수활동비 수령액이 매달 150만 원씩이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보다 권한이 세다'고 평가받는 법사위 위원의 수령액보다 3배 더 많다는 팩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3배 차이'는 법사위 위원과 수석전문위원, 양자간의 위상 혹은 권력 차이의 반영이거나 최소한 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반영일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던 한 의원은 일전에 내게 "'뭐든 원하시는 일을 말씀하시면, 힘써드리겠다'라는 수석전문위원의 말에 '이 사람들이 완전 자기들이 주인이고 우리(국회의원)는 그저 왔다갔다하는 객(客, 손님)으로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문위원의 힘, '검토보고'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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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전문위원이 갖는 힘의 원천은 그들의 '검토보고' 권한에 있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심사하게 되는데, 국회법 상 전문위원의 검토를 반드시 거치게 돼 있다. 국회법 58조에 1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當否)에 관한 일반적 토론을 말하며 제안자와의 질의·답변을 포함한다]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라고 명기돼 있다.

국회에서 일하는 입법관료 스스로 검토보고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2010년 12월 상임위 입법조사관 1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90.8%가 법안 검토보고서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돼 위원회 심사과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배용근,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의 영향요인과 발전방안', 의정논총, 2011).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폐되고,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지난해 8월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국회사무처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사무처에서는 수석전문위원 2명이 성추행·횡령 혐의로 면직 처리되기도 했으며 국회사무처 직원간 음주폭행 사건도 벌어져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국회운영위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한 수석전문위원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민원 문자메시지를 언급하면서 "로비에 의해 검토보고서가 편향되거나 일부 재벌, 아니면 로비 대상 단체에 의해 왜곡된 검토보고서가 올라가는 것이 확인된 것 같다"라고 지적하고 제도의 개선을 주장한 바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 사례에서 드러난 한계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찬성 160표·반대 24표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찬성 160표·반대 24표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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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영향력이 큰 검토보고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올해 국회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은 법안이 있다면 단연 '최저임금법 일부법률개정안'일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법안 처리를 반대해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여 지난 5월 28일 가결된 '최저임금법 일부법률개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내용을 살펴보면 단지 임금의 개념에 대해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최저임금법이 개정된 뒤 생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봤을 때, 진정한 의미의 '검토보고'라면 마땅히 이 법안이 사회적으로 마칠 파장까지 충분히 검토했어야 할 일이다.

한국 사회에는 입법관료의 검토보고에 의해 처리될 수 없는 법률과 쟁점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하라고 국민의 대표자,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그 정당 소속의 정책위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안 처리의 길목에 국회 입법관료가 신호등 역할을 한다. 국회사무처는 전문위원 임용자격에 관한 규칙에서 수석전문위원의 자격기준(국회서 10년 이상 재직하고 2급 이상의 공무원이 돼 2년이 경과한 자로서 입법심사와 조사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 등)을 정해놨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출되지 않은, '행정사무' 역할을 갖고 있는 공무원일 뿐이다.

또한 전문위원의 업무상 전문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다. 이들 역시 순환 보직 근무의 관행에 놓여 있다. 깊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례로, 지금은 퇴직한 한 수석전문위원은 수년 사이 각기 다른 세 곳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수석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입법, 의원들 스스로 '검토'하고 '낭독'하라

 국회에는 국회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공무원도 함께 일한다.
 국회에는 국회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공무원도 함께 일한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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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중진 국회의원과 전문위원 제도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문위원과 관련한 제도를 개혁했을 경우 '상임위에서 법률안을 낭독하는 그런 일까지 우리 국회의원이 해야 하느냐'는 짜증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오늘 대한민국 국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그런 입법 업무를 하라고 뽑아주고 배지를 달아준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 의회든 상임위에선 국회의원들이 직접 법안을 낭독하고 토론하고 심의한다.

미국 의회에서는 의원에 의해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회부된 법안은 소위원회로 이첩되는데, 소위원회에서는 조문을 꼼꼼하게 검토 및 심사한다. 물론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서의 모든 활동을 직접 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일이 의원들에 의해 직접 이뤄진다. 법률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검토하며, 심의한 법률안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한다.

어느 나라 의회든 의원들이 법안을 '검토'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보고서도 작성하고, 심의하고, 표결한다. 공무원에게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검토권한'을 주는 건 유례없는 난센스다. 오랜 독재 정권 통치 아래 무력화된 '전근대적' 국회에서 임시방편으로 파생돼 관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전근대성과 비정상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회 발전과 민주주의에 큰 장애물이다.

입법, 의원들 스스로 '검토'하고 '낭독'하라. 만약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국회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방선거 이전부터 불거진 국회 공전 사태는 길고 길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싸움만 거듭해왔다. 이 정도면 '국민을 힘들게 하는 국회'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본업을 수행하지 않고 방기하는 조직은 왜곡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본업인 입법을 스스로 올곧이 수행하게 될 때, 국회는 국민의 진정한 대표로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발전하는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위원 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소준섭씨는 중국 푸단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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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광주백서>,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중국사 인물열전>,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